PAPER BOX_43
아침의 구름은 이랬다.
슬라이드 폰 한 손에 쥐고
학교에 가장 먼저 도착하면
가끔의 하늘에 반해 사진을 찍었었다.
하루는 좋았다.
BGM_풋풋-너티벌스(Nuttyverse)
노란색 바통
3번 레인의 2번째 선수
키 큰 선수들 옆에서 조금은 작아 보이듯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나의 모습
그때는 그랬다.
운동회가 열리는 오월의 초
릴레이 선 수 한 번 되어 보기 위해
100m 달리기를 몇 번이고 연습하던.
백의의 군인이 되어
하얀 머리띠 하나 차고
모래밭, 부모님들의 목소리로 가득한 그곳을
반팔, 반바지 휘날리며 뛰었다.
1년에 한 번
학생회 어머니들께서 주문해 주신
햄버거 세트 한 묶음과
친구들 모여 앉아 같이 나누는
이야기보따리 하나면
어느 것 보다 값진
그 날의 운동회가 행복했었다.
푸르른 물결 요동치는 적군과
순백의 구름 흘러가는 아군
승자를 결정하는 순간의 기다림에
떨리는 마음 잡고
울고 웃었던 순간의 기억이
앞을 향해 달려가는
오늘의 릴레이 선수, 나에게
고요히 섞여간다.
그
작은 일상에도 행복해하고
매 순간 그 의미가 컸었던
초등생, 하루들의 생각에
이제는 일상 하나에
더해가는 의미보다
빼가는 의미가 많아진
알지 못할 순간들
그 중간에 있다.
노란색 바통
잠시 잊고 있었던
3번 레인을
이제는 조금 커진 것 같은 몸뚱아리
생각들 가지고
다시 뛸 대비를 한다.
하얀 머리띠와 함께.
운동회가 기다려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운동회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4인 릴레이, 그 달리기 한 번 나가려고
죽어라 뛰는 것만 연습했던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사소한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그것 만큼 하고 싶은 것이 없었지만
차차 없어지고, 흐려지는 기억이 되는
그다지 중요하지만은 않은 가치들이 되어 갑니다.
때론 무섭기도 합니다.
전에는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이
이제는 조금씩 둔해지고
가끔은 기억조차 나질 않아 당황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순간순간에 의미를 두고 생활했었는데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고
조금밖에 기억나지 않는 일부가 되어 버리잖아요.
현실에 살고 있지만
그 현실에 적응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일입니다.
수많은 스쳐감 속에서 살면서
전에 비중을 두었던 가치들은
더하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빼기가 되고
빼다 빼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게 되는 것만 같아요.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나쁘다 좋다 말할 거리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무엇에 비중을 두던지
각자만의 판단이 어우러지는 환경이 있기 때문에
각자의 가치를 말하고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가치를 잃고 살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자꾸만 흐려지는 기억들 속에 묻어 놓는 가치가 아니라
다시 되새김질하고 떠올리고
곱씹으면서 그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렸을 때에 집중했던 가치들.
새삼 느끼지만
그때 그 가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태어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가치들이 뿌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세상, 지금도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조금은 일상에 가치를 두기도 하고
새로운 가치를 또한 찾아가며
그렇게 살지 않나 싶습니다.
PS : 오늘도 그 가치를 조금 쪼개 저의 글에 들려준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 가치에 조금 더 좋은 글들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