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BOX_41
진지하다면
이 땅이 보이리.
사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땅과 맞닿은 하늘이 보이리.
BGM_Daylight-Maroon5
J PARK
"여기 정도면
소동마을까지
어림잡아 10리 정도
되겠네."
어제저녁 주막에서
국밥 한 그릇. 나그네와 함께 하고
짊어진 짐 잠시 두었다네.
호롱불 흐려질 무렵
선잠에 빠진 나를
투둑 거리는 빗소리가
두드렸어.
썩
기분 좋지만은 않은 비였지.
속삭이듯 톡톡 거리는 비였으면 좋으련만
주막을 나갈 때까지
그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네.
장시에서 이것저것 받아
동네를 떠돌며
가끔의 새벽
'나 오늘도 걷고 있소, '
더해 이것저것 생각난다만
멈추기에 쫓기지 않을 만큼
또 다른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이야기의 좋은 감정에
짐을 꾸리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짚신 한 짝 떨어질 듯 말 듯
잠 깨 돋는 새벽닭의 울음소리에
나는 또한
소 한 마리와
달구지 덜컹대며
아침을 걷는다네.
세상의 소리
어림잡아 10리면 들릴 듯한
사랑의 음악을 향해.
조선 후기
관청에 소속된 상인,
보부상 조직이 형성되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장시 외에
지방 농촌의 장시를 하나의 유통망으로
연결시키기 위함이었죠.
짐이 많은 보부상들은
소달구지에 그것을 싣고 이동하거나,
배를 통해 지방으로 갔습니다.
이 시의 주인공은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보부상인입니다.
하루는 배가 고파 주막에 들렀는데,
때 마침 나그네 한 명이
"국밥 한 그릇 주시오."
라고 합니다.
이래 저래 앉다 보니
나그네와 합석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에 대한 이야기
이곳저곳 다니며 일어난 일들
떠도는 삶에 대해 같이 나누고
정착이 그립다는 생각도 틈틈이 내비칩니다.
그렇게 술도 한 잔 걸치고
깊어지는 밤을 감정에 맡깁니다.
졸리는 대로
몸도 맡겼죠.
투둑 ㅌ..투둑ㄱ
빗소리에 일어나
문을 열어 봅니다.
그렇게 또 한 번
감정에 충실해지고
생각이 밤을 휘감습니다.
생각해보면
현재의 청년들의 모습과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관청 같은 틀 속에서
임무를 받고 행동하지만
비 하나에 감정이 충만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그렇게 또 달리기 위한 준비를 하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그래도
아침을 받아들일 때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다시 한 번 확신하고
세상을 향해 집중하는
문득 드는 용기가 아닌
무한정의 아침 햇살이 주는 용기
를 가질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청년입니다.
푸를 수 있는 나이.
푸르게 하는 나이.
PS : 청년은 나이 가지고 따지는 게 아닙니다. 뭐든 마음이 중요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