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BOX_53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 볼 것인가.
검은 밤에 펼쳐본다면 온 세상은 당신이 되겠지.
_기형도 오래된 서적
BGM_Who you are-Jessie J
하얀 종이
몇 번 끄적이다
종이비행기 접어
창 밖으로 내어 보내네.
세상을 누비는 꿈 담아
한 구석. 2층 집 좁은 방의 창문에
내 영혼을 담은 종이
이것 적고
아니다 싶어 발 밑으로
또 적다 이것도 아니라며
하나 더 발 밑으로
그리 몇 장의 비행기
발 밑에 수북이 쌓일 때 즈음
썩 마음에 들지만은 않았던
그리해 내 영혼의 모습과 닮았던
새까매진 종이 한 장
완성되었었지.
날릴 때는
멀지 않게 날다 마는
종이비행기 한 장
생각.
부메랑 되어
물결치는 검은 밤에
까만 종이 한 장
밤이 되어 날아갔고
온 세상
내가 밤이 되고
당신이 세상이 되었지.
낙서 비스무리
종이 한 장
누가 펼쳐볼지 모를 한 밤의 올빼미 되어
그리 날았다네.
영혼의 소동
부메랑 되어 돌아 올
숨찬 심장
고요한 파동
책을 읽다
잠시 그 감동을 간직하고픈 순간이 있습니다.
조그맣게 써 놓은
작은 메모 한 장.
거기에 저의 생각과
책을 본 사람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 볼 것인가.
검은 밤에 펼쳐 본다면 온 세상은 당신이 되겠지.
_기형도. 오래된 서적
이 짧은 글을 읽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지요.
단어 하나하나의 섬세함이,
그 단어들을 표현하는 마음이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이 글이 전달한 감동도
너무나도 크게 와 닿았고요.
그래서 이 글에
저의 생각을 더한 시를
지어보았습니다.
영혼을 대변하는 듯한 종이비행기 한 장.
그 어느 누구나 간단히 접어 날릴 수 있는
종이 한 장에 지나지 않지만,
종이 안에 채워진 감성과
글과 사랑과 생각은
누구냐에 따라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끄적이다 끄적이다
새까맣게 되어버린 종이 한 장
어두운 밤에
밤과 하나가 되어
당신이 되어 날아갑니다.
날다 날다
수천억 개의 종이비행기가
까만 밤을 만들었고
메우다 메우다
조금 부족한 공간들.
별빛 빛나는 공간으로
꾹 꾹 채워 담습니다.
가끔은 영혼 하나.
사랑할 수 있는 밤하늘에 맡기고
낙서들로 가득 찬 생각
밤하늘에 선심 쓰듯 내어주고
빈틈 조금씩 만들며
별빛 비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렇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밤이 당신이니
나 또한 생각이 많아지고
까만 낙서들 가득 존재하니
빈틈, 별빛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당신이 밤이니
이 밤을 사랑할 수 있나 봅니다.
PS : 이 밤에 시를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 밤에 여러분과 감성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 밤, 당신과 함께 밤의 빈틈을 보고 밤의 까만 눈동자를 볼 수 있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