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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Apr 02. 2016

파헤쳐 본다 한들

PAPER BOX_54

수영구 도서관 앞 담벼락

행복한 시간들이 피어나는 낮의 봄날

자연의 사랑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 핀 벚꽃

일찍부터 봄을 준비하는 분홍 자태들의 만찬

BGM_벚꽃엔딩-버스커버스커







파헤쳐 본다 한들


햇빛과 물을 안고 자라야 할

그 많고 많은 흩뿌려진 씨앗들을

잘 자라고 있나 확인한답시고

흙을 파헤쳐 꿈이라도 들쳐 본다 하면

어떤 희망이 새싹으로 틔워지겠는가








짧은 시로 오늘을 출발합니다.

봄이란 걸 자랑이라도 하는 듯

여전히 찾아오는 분홍 잎들의 아름다운 자태

이 거리를 뒤덮습니다.

사랑한다는 속삭임으로 세상을 물들이려는 듯

힘 하나 안 들이고 피어난 것처럼 보이는

세상의 연분홍 바람이 불어옵니다.


봄이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나 봅니다.

어쩌면 한 때 피고 지는 꽃처럼

만개한 순간을 지켜내고 싶은 심리인가봐요.

결국 흙으로 또 돌아가

다음 계절을 준비할 텐데 말이죠.


그래서 시라는 것도

짧으면 짧을수록 간직하고 싶어 지나 봅니다.

참 신기한 게,

글을 길게 쓰는 것도 어렵지만

단 한 줄, 한 단락을 쓰는 것도

꽤나 어렵다는 걸

봄을 통해서,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알게 됩니다.


씨앗이 잘 자라려면

햇빛, 좋은 흙이 있어야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니에요.

고이 그 흙들이 씨앗을 품고 있어야만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발산할 수 있겠죠.

누군가의 발에 차이고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의 손에 파헤쳐지면

그 씨앗은 싹을 틔우기 힘들어 질 겁니다.


가끔은 그래서

"간직하다"는 말에도 힘이 들어가나 봐요.

지켜봐주는 문지기가 있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랑이 있고

흐트러짐을 바로잡아주는 용기가 있고

꿈을 희망으로 자라게 하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

아마도 그 "간직하다"를 대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겠죠.


따스한 햇빛

건강한 물

영양분이 많은 흙

새싹이 자랄 수 있는 요소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씨앗의 꿈, 그것이 희망이 되기 위해선

온전하게 품어주는 품이 있어야 가능하죠.

그 품이 세상이 될 수 있는 하루가

여러분께 펼쳐지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도 여러분 사이사이에서

작고 작은 씨앗들이 따뜻한 품을 찾고 있을 거예요.

주머니 속에서, 옷깃에 묻은 먼지 밑에, 어제 밀어 넣은 동전에 딱 달라붙어있으면서요.


PS : 그 씨앗을 찾는 건 여러분들의 몫이겠죠?^^ 행복한 아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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