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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사랑한미술관 Sep 14. 2020

두 개의 점

김환기 우주05-IV-71 #200, 김기린 Inside, Outside



 여기 두 개의 점이 있다.

 하나는 캔버스에 스며들어 편평하고 푸르며, 나머지 하나는 진득한 물감이 퍼지며 굳은 것처럼 볼록하고 검다. 푸른 점은 투명하고 가벼운 데 비해, 검은 점은 광택이 전혀 없어 고요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푸른 점은 격자 속에 담겨 커다란 원을 그리며 율동감 있게 반복된다. 검은 점은 그 안에 작은 점을 하나 더 품고 차분하게 줄지어 반복된다. 푸른 점들이 모여 만드는 원은 소용돌이를 닮아 중심에서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중심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다. 검은 점들이 모여 만드는 반듯한 네 개의 사각형은 화폭으로 에너지를 모아서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게 한다. 푸른 점들은 간혹 격자를 뚫고 나와 번지며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지만 검은 점들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오히려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어 화폭 가운데 십자가 모양의 길을 낸다.

 각각의 점이 만드는 두 그림은 이렇게나 다르지만 화폭을 가득 메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점을 보면 그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보는 이에게 전달된다는 점은 같다. 점 하나 하나를 찍는 데 쏟았을 두 화가의 정성과 시간이 캔버스 위에 응축되어 보는 이의 감정을 환기시킨다. 누군가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다른 누군가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비슷하면서도 전부 다른 점들처럼 우리의 감정은 저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환기된다.

두 그림 앞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면, 갤러리 현대의 <현대 HYUNDAI 50 Part 1>을 보러 가길 바란다.

거기 김환기 화백의 <우주 05-IV-71 #200>과 김기린 화백의 <Inside, Outsid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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