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경 작가 <드로잉들의 그림> @갤러리 조선
지난 팔월 전시장에서 우태경 작가의 그림들 앞에 서있을 때도, 전시를 다 보고 나와서도, 나는 그의 그림들이 왜 좋은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비슷한 이유로 기록되지 못한 전시들이 쌓여가고 어느새 구월이 되었다. 안되겠다 싶어 그의 그림, 정확히는 그것을 찍은 핸드폰 속 사진들을 찾아 다시 들여다 보다 그의 그림이 반짝이는 조명과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사람들은 시끌벅적 떠들고 하늘엔 폭죽이 터지는 축제의 한 장면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어서 그냥 내버려 두면 인생은 축제가 될 거라는 릴케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문득 이 그림들이 왜 좋은지, 캔버스를 가득 채운 각양각색의 추상적인 형상들은 어떤 의미인지, 작가는 무슨 의도로 그것들을 그렸는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라도 놓칠 세라 두 손 가득 꽃잎들을 움켜쥔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그냥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결론이 지난 글에서 언급한 '부정확한 사랑의 폐허'조차 되지 못하는 수준이라 마음이 불편하지만 이게 나의 한계인 것을 어쩌겠나. 언젠가 '그때 그 그림들은 이래서 좋았던 것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오늘을 회상하는 날이 올 수 있게 더 많이 보고 듣고 읽고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밤이다.
앞서 얘기한 릴케의 말은 아래 시에서 나왔다.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두면 축제가 될 것이다.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 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 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 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향해 두 손을 내민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