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하루를 내리는 중입니다."
"부질없음을 견디는 법, 아침의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다."
오늘 아침 문득, 커피를 내리는 내 손끝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나는 왜 매일 아침 이토록 정성껏 커피를 내리는 걸까?
필터를 정리하고,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을 조심스레 부으며
그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마음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질문.
‘이 모든 게, 무슨 의미일까.’
아침에 눈을 뜨고, 커피를 내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쌓인 설거지를 치우고, 어제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낸다.
뉴스 한 꼭지를 훑고, 할 일을 메모장에 적어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해가 기울고 다시 밤이 온다
돌이켜보면, 분명히 무언가를 했는데도 손에 잡히는 건 없고, 마음은 공허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며 살아간다.
그 나날들은 어느 순간 안개처럼 스르륵 사라질 것이다.
대자연은 우리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계절은 이유 없이 바뀌고, 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피었다 진다.
파도는 모래를 밀고 갔다가 덮어버리고,
바람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방향을 바꿀 수 없다.
그 안에서 인간이란,
어쩌면 처음부터 대단하지 않았던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니, 부질없다.
무언가를 이루려는 욕망도,
남기려는 노력도,
증명하고자 애썼던 지난 시간들도.
결국은 잊히고, 사라지고, 무너질 운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래서 오히려 우리는 오늘도 더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 깊이 사랑하고,
무너질 것을 알기에 조심스레 기록하고,
잊힐 것을 알기에 더욱 진심을 담는다.
부질없다는 그 말의 무게를 인정하고 나면,
비로소 오늘이라는 하루가 선명해진다.
내가 매일 커피를 내리는 이유는,
그 하루가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의미 있게 살고 싶어진다.
진심으로 살아내고 싶은 욕망이,
이 허무함에 작은 불을 지핀다.
어쩌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그 허무함을 안고도 묵묵히 나아가는 일인지 모른다.
끝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용기.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피어나는 꽃처럼.
나는 그렇게,
오늘도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하는 날,
조용히 이 말을 속삭일 것이다.
"인간의 삶은 벗어날 수 없는 부질없음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