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요일 Jun 13. 2020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그 말 -
"너무 애쓰지 말고"

글 그림 앵무, 시 선정 박성우 - 너무 애쓰지 말고 [마음 시툰] 리뷰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틀어둔 음악, 아이유 Love Poem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쉼 없이 달려왔던 직장생활! 하루 중 30분의 여유가 없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고 집으로 돌아온 어떤 날 밤이었다. 너무 지쳐서 엿가락 같은 얼굴과 몸을 이불속에 처박고, 스스로에게 던졌던 한마디.

 '너무 애쓰지 말아' 눈물이 펑펑 떨어졌다. 나는 계속 나에게  말했다. '너무 애쓰지 말아', '너무 애쓰지 말아' 


 서평을 쓰고자 하는 창비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잊고 있던 그날 밤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제목을 연달아 읽어본다.

 

너무 애쓰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처음 접하는 단어, [시툰]이라는 단어가 궁금했고,  그다음은 [마음 시툰]이라는 뜻이 궁금했다. 

보이는 앞표지는 단순한 베이지 칼라이고, 그 안 표지는 붉은 홍시의 칼라였다. 마치 단순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내 맘속에 [시툰]이라고 하는 형식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게 할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듯한 표지 구성이다. 


 이 책에는 고교생 장보혜 여학생(첨에 남학생인 줄 알았다)과  [29 재즈 다방] 사장 김영길 2명의 주인공의 일상을 다룬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다. 우리네 고민이 별다를 것 없이 그들의 현실 대화 속에 담아있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그 속에 시를 언급하고, 시로서 대화를 한다는 콘셉트이다. 더하여 그 모습들을 만화로 표현한다.  


 시는 총 20개의 시를 선정했다. 가장 처음 나오는 장석주 님의 [대추 한 알] 이 맘에 들어 직접 써보았다.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 [ 생략]....


 다음 시는 더 와 닿는다. 시를 읽고 잠시 멈춘다. 그다음은  만화 속 내용을 읽고, 다시 시를 읽고,  멈추고, 다시 그다음 시가 궁금하여 책 한 권을 끝까지 보게 한다. 내가 이렇게나 시를 읽고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대학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시들도 오래간만에 이들의 대화 속에서 만나서 읽게 되니, 맘을 진심 설레게 한다. 

  

김기택 - 우주인 

우주인 / 김기택 

 ...... [생략].....


발자국 발자국이 보고 싶다.

뒤꿈치에서 퉁겨 오르는

발걸음의 힘찬 울림을 듣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고 삐뚤삐뚤한 길이 보고 싶다. 


 

이상 - 거울 

 거울 / 이상 

 ...... [생략].....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 [생략].....



책을 읽으면서 따뜻하다는 느낌을 [시]와 [만화]로 감상하게 되었다. 색다른 느낌과 감상이다. 이 책과 동일한 형식의 다른 제목 [마음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 책도 보고 싶어 졌다. 제목들이 참으로 와 닿는다. 


하루하루 너무 여유 없이 살아가던 때, 나에게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너무 애쓰지 말고
용기 있게, 가볍게 

    

굳이 책 제목으로서가 아니다. 남들에게 듣고 싶지만 잘 듣지 못했던 말들! 

스스로에게 해주고 벅찬 눈물도 흘렸던 문장들, 그리고 파이팅하면서 다시 시작하게 했던 그런 기억 속의 말들을 하나하나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사랑 /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철도원 삼대]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