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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공간은 없음

by 이하늘

조용하고 높은 레드 힐의 평평한 대로변을 따라가다 삐져나온 사잇길로 방향을 틀어 아래로 서른 발자국 내려가면 보이는 흰 집의 대문 옆 쪽문에 열쇠를 끼워 넣고, 큰 소리가 날까 싶어 문고리를 잡고 조용히 문을 닫는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이는 새까만 하늘에, 아 맞아, 난 언제든 별을 볼 수 있지, 하고 깨달음과 함께 뻐근한 목을 뒤로 넘겼을 때, 우와- 하고 또 반달 미소가 지어지는 아름다운 별들-

그 별들의 수만큼이나 많아진 눈물과

브리즈번의 햇살만큼이나 가득해진 우울

모든 것이 가득하지만 나에게는 허허벌판인 세상에서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언제쯤 초록이 될까, 기대하며 울고 웃다가

이내 허허벌판을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러지 못해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나중엔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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