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람, 완벽한 세상, 완벽한 존재는 없는데, 없다는 걸 아는데도 나는 무얼 기대하고 기대했고 기대하는 걸까?
왜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걸까? 순간 숨이 막힌다. 바보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 손에 쥐어진다. 괜히 주먹을 쥐고 싶어져.
이 세상 어디든, 어느 것이든, 누구든 무엇이든 고유한 존재이고 그건 내 마음대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인데.
나는 왜 완벽을 바라지? 나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타인에게서? 단면만 보고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되는 건가 봐.
내 마음대로 꼬리표를 달아서 그래.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는데 내가 순간 느끼고 평가한 내용을 꼬리표로 줄줄이 매달았지. 너무 곱게 달아서 그래. 너무 곱게 묶어서 그래. 유일하면 불행해진다는 연아의 말이 떠오른다.
그런 거야, 내 삶에서 마주하는 것 중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유일한 것은 없어. 변하지 않는 것도 없지.
그런 거야. 유일한 것은 없고, 유일할 필요도 없다.
내 삶을 풍족하게 꾸려나가기 위해 잔디밭으로 달려 나가자. 달려 나가 들판에서 별을 보자. 별 아래 쏟아지는 빛과 먼지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