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와 제작자는 별개가 아닌 하나이므로
최근 뮤지컬 음악에 푹 빠져 있다. 정식 음반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어쩔 수 없이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다. 몇몇 배우들의 음악을 특히 자주 듣는다. 꽤 많은 노래는 가사를 이미 외울만큼 여러번 반복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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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뮤지컬을 즐겨 본 타입은 아니었다. 살면서 10번도 안되는 횟수만 관람을 했으니까. 그런데, 적어도 내가 지금 좋아하는 분의 공연이 열리면 가장 비싼 티켓을 구매해서 가고자 한다. (물론 이것도 광클 스킬이 필요하지만..) 몇개월 째 내 귀를 즐겁게 해주는 분에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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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나도 어릴 적에는 그런편이 아니었다. 무료 음원 공유 사이트를 한참 찾아 헤매며 음원을 다운로드 받고, 파일 공유 사이트 등에서 영화를 다운 받아 본 적도 있고, 컴퓨터 OS도 불법으로 다운 받아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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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프로그램도, 음악도, 영화도, 책도. 어느 정도 체험 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기꺼이 재화를 지불한다. 이 컨텐츠를 통해 내가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감동을 받거나 기쁨을 주었다면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음원이 있었다면 아마 뮤지컬 을 보러 티켓을 사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음원 만으로 이미 배우에게 수익이 돌아갈 수 있음을 아니까. 하지만 음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유튭으로 듣다 보니, 지속되는 미안함을 감당하기 어려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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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마찬가지다. 서점에서 어느정도 훑어본 이후 괜찮다고 느껴지는 책은 이북이든 종이책이든 직접 구매를 한다. 그 책을 펴낸 사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게 그 사람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늘상 말하지만 나도 내 컨텐츠에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은 모두 좋지만, 특히 구매해서 읽어주시는 분들은 훨씬 좋다. 비교도 안 될만큼 말이지. 사람이라면 당연한 감정이다. 보통 내가 책 한권 판매로 받는 돈. 즉 인세는 1500-3000원 정도인데, 이는 누가 직접 내게 그 돈을 준다 해서 똑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게 아니다. 아니, 책값 전체의 돈을 주어도 비슷한 수준의 기쁨을 느끼게 할 수 없다. 컨텐츠 제작자에게 자신의 컨텐츠가 팔린다는 건, 그 사람의 고민을 인정해주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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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 생각은 과거에는 하기 어려웠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컨텐츠 자체를 별도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그들에게 환상이 씌여 있었기 때문에, 컨텐츠는 그냥 내가 즐기면 되는 것이고, 그 뒤에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게 옳은 표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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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더 이상 제작자는 극히 일부가 아닌 대중이 되었다. 나 역시도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한 명이다. 좋은 컨텐츠 뒤에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노력과 땀과 고민이 있다. 그 사람이 사그러들지 않게 하려면, 그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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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티켓 오픈일 미리미리 알아둬야지. 느린 손으로 광클 해서 꼭 가장 비싼 티켓을 사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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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하고 맥킨지 앤 컴퍼니 (McKinsey & Company) 컨설턴트로 재직했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전략을 짜고 있다.
저서로는 행동의 완결,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II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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