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 박경리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를 지나고 10Km 남짓 하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악양면 평사리가 나온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 평사리에 최 참판 댁을 근사하게 지어놓고 사시사철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이 진짜 최 참판 댁이었는지는 나는 잘 모른다. 그래도 소설 토지의 주 배경지로서 이곳이 그곳이요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찾는 것이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최 참판 댁까지는 언덕으로 대략 1Km를 올라야 한다. 최 참판 댁 대문 앞 널찍한 마당에 서서 섬진강을 마주 보는 너른 평야 지대를 보면 최 참판 댁 만석 살림(?)이 가슴 벅차게 펼쳐진다. ‘야 정말 기막힌 자리에 절묘하게 이 댁을 복원했구나’ 절로 감탄사가 입안에서 흘러나온다.
대한민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은 소설을 쓰기 전 하동 평사리에 와본 적이 없다고 하신다. 다시금 그 세심한 묘사가 더없이 존경스럽다. 배경지에 대한 예찬은 잠시 뒤로 미루고 본격적인 소설 ‘토지’ 이야기를 해보자.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려니 너무나 유명한 소설인데 내가 따로 할 말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갑자기 토지에 대한 소감을 쓴다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야기는 시작했으니 뭔가 말은 해야 할 거 같은데, 뭐가 좋을까?
우리가 아는 토지는 여인 ‘최서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인물 최서희 자체가 너무 완벽한 존재인 탓도 있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TV에 힘이 더 클 것이다. 그래서 살짝 비껴서 소설 토지에 숨겨진 진주 같은 이야기를 끄집어내 볼까 한다. 이야기에 앞서 노래 한곡 부르고 시작해 보겠다.
‘사랑해선 안 될게 너무 많아 그래서 너무 슬퍼지는 것 같아. ~ 내 곁에 있어달라는 말 하지 않았지 하지만 떠날 필요 없잖아 보이지 않게 사랑할 거야 너무 슬퍼 눈물 보이지 마. ~ 하지만 나 이렇게 슬프게 우는 건 내일이면 찾아올 그리움 때문일 거야.’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
뜬금없이 노래가 나왔지만 소설 토지 속에는 이 노래 가사와 똑같이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남녀 주인공 있으니, 평사리 대표 미중년 ‘이용’과 꽃처럼 영롱한 무당에 딸 ‘공월선’이 그들이다.
1, 2부를 통해 너무나 큼직한 이야기가 많아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소소하게 비칠 수 있지만 만약 1, 2부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 다면, 나는 단연코 공월선의 죽음을 지키는 이용과 그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의 그 가슴 절절한 대화 장면을 뽑겠다.
-여한이 없는 사랑-
망태 하나를 어깨에 걸머지고 초췌해진 사내가 집안으로 들어섰다. 솜을 두어 누덕누덕 기운 반두루마기도 벗어던진다. 그는 마루 끝에 망태를 내려놓고 신발을 벗는다.
방으로 들어간 용이는 월선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을 월선은 눈이 부신 듯 올려다본다.
"오실 줄 알았십니다." 월선이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신판이 끝내고 왔다." 용이는 가만히 속삭이듯 말했다.
"야 그럴 줄 알았십니다."
"임자." 얼굴 가까이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떤다. 머리칼에서부터 발끝까지 사시나무 떨 듯 떨어댄다. 얼마 후 그 경련은 멎었다.
"임자."
"야."
"가만히,"
이불자락을 걷고 여자를 안아 무릎 위에 올린다. 쪽에서 가느다란 은비녀가 방바닥에 떨어진다.
"내 몸이 찹제?"
"아니요."
"우리 많이 살았다."
"야."
내려다보고 올려다본다. 눈만 살아 있다. 월선의 사지는 마치 새털같이 가볍게, 용이의 옷깃조차 잡을 힘이 없다.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머리를 쓸어주고 주먹만큼 작아진 얼굴에서 턱을 쓸어주고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 눕힌다.
용이 돌아와서 이틀 밤을 지탱한 월선은 정월 초이튿날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 한 줄기가 흐른다. 앞뒤 전후 사정을 제외하고 잠깐 소개되는 짧은 글을 읽고 모든 사람이 감흥을 느끼기 힘들지만 이들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책을 읽은 독자들은 더욱이 절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난 아직까지도 이렇게 멋진 애정소설을 본 적이 없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인물 이용에 대해 조금 더 말해 볼까 한다. 소설 토지를 초반, 중반, 후반으로 구분할 때 초반부터 중반 도입까지 용이는 중요한 인물이다. 전체적인 줄기가 최 참판 댁을 중심으로 흐르지만 그 중심을 받드는 지줏대 같은 존재이니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용은 초중반 소설 토지에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신 좋고, 강직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정직한 사내 이용은 오래전 광고 속에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처럼 여인네들의 치마폭에 휘둘려 일생을 보내는 지질이도 여복 없는 인물이다. 용이가 평사리 최 참판 댁 집사로 돌아와서 표현된 이 한마디가 그의 삶을 잘 대변해 준다.
‘용이는 돌아누우며 쓴웃음을 띤다. 어쩌면 자기 인생은 세 여자로 하여 결정되었고 끝나는 것 같아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소설 토지가 몇 차례 드라마로 방영되어 우리 머릿속에는 의례 토지에 남녀 주인공은 최서희와 김길상이라는 무한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책을 접한 독자는 알고 있겠지만 평사리 미중년 이용을 비롯하여 소설을 이끄는 핵심적인 인물이 있는데, 그중에 또 한 명이 바로 ‘구천이’ 김환이다.
혹 이후에 다시 토지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된다면 인물 김환에 대해 소홀히 다루지 말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이 있다.
각설하고, 김환이라는 인물을 소개하면 서희에 씨 다른 작은 아버지이다. 서희에 친할머니인 윤씨 부인이 연곡사에서 동학장수 김개주에게 겁탈 당해 낳은 그 출생부터가 비 한 사내이다.
평사리 최 참판 댁네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점은 김환이 별당아씨, 그러니까 서희에 친모를 업고 도망가면서부터이니 이 사내의 운명이 얼마나 기구한지 알 수 있다. 비록 형수를 사랑하여 야반도주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저속하게 비치진 않는다.
지리산으로 도망간 이들은 최치수의 끈질긴 미행을 뚫고 묘향산까지 도망가게 되고, 그곳에서 별당아씨는 죽음을 맞이한다. 김환은 평생을 씻지 못할 죄악과 그녀에 대한 가슴 아픈 사랑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기행을 일삼으며 생을 마감한다.
내 생각에 박경리 선생님 또한 이 우울한 사내에 대해 연민에 정이 있지 싶다. 소설 토지에서 죽음은 누구에게 찾아오는 것이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희미하지만, 김환의 탄생과 그의 죽음 앞에서의 자기 성찰 부분은 다른 누구의 죽음보다도 도드라지게 표현되고 길게 전개된다.
비운한 사내 김환이 사랑한 별당아씨의 모습은 ‘진달래... 그 꽃 따서 화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이 대사 하나로 표현이 되지 않을까? 그녀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니 글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구나.
‘봉순이!!’ 비련의 이 여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토지에 여인이란 얼음처럼 차가운 최서희에 아름다움도 아니요, 순백처럼 하얀 공월선의 아름다움도 아니요, 후반부에 나오는 신여성 명희에 잔잔한 아름다움도 아니다. 나는 가련한 이 여인네가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법단 남치마에 옥색 두루마기, 미색 목도리를 둘렀던 아름다운 기생 기화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최 참판 댁 침모의 딸 봉순이, 짧은 생을 살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사랑할 수 없는 아픔을 품고 살아야 했던 이 가련하고 애처로운 여인이 너무나 슬프도록 아름답다.
좀 더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오히려 불행한 삶 속에서 그녀가 더욱 빛나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나도 명창 기화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적벽가’를 들어 보고 싶구나.
아무리 벗어나려 하여도 여인 최서희를 빼고 소설 토지를 말한다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을 것이다. 너무나도 완벽하고 빈틈없는 그녀이기에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비쳐지는 것이다. 박경리 선생님을 통해 태어난 슈퍼우먼 최서희!!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절대 지존, 절대 카리스마 최서희. 소설에서는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틈틈이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한다. 최서희는 누가 뭐래도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냉철한 사람이다.
간도로 피신 온 최서희와 김길상이 결혼을 하고 애처로움의 대명사이자 기생이 된 봉순이가 그들을 찾아온다. 실타래처럼 엮인 이들의 관계만큼 오랜만에 상봉하는 그 만남이 너무나 서먹서먹하고 애잔하다.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숨기고 대면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만남-
봉순은 말을 끊어버린다. 옛날로 끌어당기는 감정의 줄을 뚝 끊어버리듯이. 옛날의 말투, 옛날의 습관이 뛰쳐나올 듯 두려웠던 것이다.
모두 외양은 평이했다. 다 같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않았다. 대결도 냉전도 아니었다.
미움은 물론 아니었다. 옛날 상태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세 사람의 노력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자기감정에 가장 냉혹한 사람은 최서희였다.
자기와 같은 신분에 있던 길상이 일약 마님의 신랑이 되어 옛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봉순, 언제나 미안한 마음으로 만주에 오면 청혼하려 했던 봉순이 기생이 되어 나타나고 하대도 존대도 할 수 없게 된 길상, 이런 둘의 관계를 에둘러 나타낼 수 없는 냉혈한 서희에 복잡 미묘한 감정의 설움이 교묘히 나타나는 부분이다.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인다고 소리 높여 외치던 차가운 감성의 소유자 최서희지만, 그 이전에 그녀는 여자였다. 결과적으로 길상이와 서희는 부부에 연을 이었지만 서희는 길상이에 환심(?)을 사기 위해 그녀 심정에 부단한 노력을 하였다.
-회령 나들이-
길상은 방문을 뚜드렸다.
"들어와." 오래간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서 있지만 말고 앉아."
"한 가지 부탁이 있어."
"... "
"날 좀 데려다주어."
"병원에 말씀입니까?"
"아냐."
"... "
"그 여자 집에 말이야."
"네?"
"길상이 살림을 차렸다는 그 여자 집에 날 데려다주어."
"뭐라 말씀하셨지요!"
"왜? 안 데려다주겠다 그 말이냐?"
"... "
"나 그 여잘 한번 만나고 싶어."
"안 됩니다! 애기씨가 거기 가실 이유가 없습니다." 거의 비명이다.
"이유가 있어."
"그래도 안 됩니다!"
"그래! 그러면 나는 이 여관에서 움직이지 않을 테야. 모든 굴욕을 참고 이곳에까지 왔어. 이대로 용정에 돌아갈 성싶으냐?"
"그러면 저는 애기씨한테 하직 인사를 올릴 수밖에 없겠소."
"마음대로 하려무나. 나는 이곳서 떠나지 않을 테니, 그 여잘 보기 전에는." (중략)
옥이네가 세든 집은 허술한 오막살이였다.
"나 용정서 왔소."
"용정서..." 옥이네 안색은 또다시 변했다.
방안 흙벽에는 주렁주렁 못이 박혀 있었다. 한곳에는 유일한 나들이 옷이었을까, 검정 치마에 남색 솜저고리가 걸려 있었고 그 옆에 눈에 익은 쥐색 남자 목도리 하나가 축 매달려 있다. 길상의 것이다. 허둥지둥, 목에 감는 것을 잊어 비리고 간 모양이다. 어젯밤 길상이 이곳에 와서 묵고 간 것을 알아차린 서희는 아무래도 처녀인 만큼 얼굴에 핏기를 모았으나 이내 일그러진다. 보기 흉하게 비참하게 일그러진다. (중략)
"구경 자알 하고 오십니까? 아가씨." 애기씨가 아니라 아가씨.
서희는 장승처럼 선 채 길상을 내려다본다. 지독한 술냄새가 풍겨왔다.
"최서희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어? 흥, 천하를 주름잡을 텐가? 어림도 없다!"
"이놈아!" 드디어 서희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네에. 애기씨 말씀하시오."
"너 나를 막볼 참이구나."
서희는 망토를 벗어던지고 방바닥서 굴러 떨어진 꾸러미를 주어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 그것을 길상의 얼굴을 향해 냅다 던진다.
"죽여 버릴 테다!"
서희는 방바닥에 주질러 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어릴 때처럼, 다만 어릴 때와 다르다면 치마꼬리를 꼭 물고 울음소리가 새나지 않게 우는 것뿐이다.
"난 난 길상이하고 도망갈 생각까지 했단 말이야. 다 버리고 달아나도 좋다는 생각을 했단 말이야. 그 여자 방에 그, 그 여자 방에서 목도리를 봤단 말이야 으흐흐흐흐흣... 그 꾸러미가 뭔지 알어? 아느냐 말이야! 으흐흐... 목도리란 말이야 목도리. 헌 목도리 내버려! 내버리란 말이야! 흐흐흑... 으흐흐흣..."
이 장면은 꽤 인상적인 부분이다. 여인으로서의 최서희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서희의 옥이네에 대한 질투심과 시기심은 결혼 후에도 몇 번 나오는데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나는 대목이 있다.
-찾아온 사람-
"아버지!" 부르며 환국이가 쫓아온다.
"왜 그러느냐."
"아버지 또 어디 가요?"
"아니다. 누가 간더더냐?"
"아아니..." 환국이는 손가락으로 툇마루를 밀며 애매하게 대답한다.
"아버지?"
"왜."
"그때, 그때 말이지요?"
"음."
"그때 아버지가 하얼빈 가셨을 때 나 어머니 방에서 잤어요.“
"좋았겠구나. 어머니 옆에서 잤냐?"
"아아니,"
"그럼?"
"난 윤국이 손 잡고 잤어요."
"왜?"
"어머닌 앉아 계셨거든."
"..."
"어머니는 울었어요."
짧지만 여인 서희에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매우 강렬한 부분이다. 삼자를 통해서 보는 서희에 내면이지만 그 절절함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대단한 표현력이다.
소설 토지의 시작과 끝은 하동 평사리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섬진강이 굽이쳐 흐르는 이 일대 지역의 아름다움과 왠지 모를 신비스러움에 매료되어 왔다.
최 참판 댁네를 나와 다시 구례 방향으로 후진을 해서 가보면 구례 연곡사가 나온다. 소설 토지의 정신적 사찰이라 할 수 있는 연곡사는 유홍준 선생님께서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명찰이다.
연곡사를 나와 다시 하동방향으로 방향을 돌려 가보면 오래지 않아 화개장터가 나온다. 그 화개장터 옆으로 개천이 저 깊은 지리산 속에서 흘러 내려오는데 천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길이나 있다. 어느 방향으로 올라가도 그 길은 쌍계사 초입에서 만난다.
화개장터를 바라보고 왼편 도로를 타고 달리면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에 꼽을 만한 멋진 드라이브 길이 나온다. 일대 벚꽃이 장관을 이루니 봄에 정경이야 말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여름, 가을, 겨울 그 어느 계절을 담고 달려도 멋진 장관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 이 지역은 차밭으로 너무나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아는 보성 녹차 밭만큼 이곳에서 재배되는 차는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연곡사와 쌍계사 그리고 불일폭포, 너른 지역에 분포된 다원들, 그리고 ‘ㄷ’농원의 닭 숯불구이, 쌍계계곡, 화개장터, 아름다운 벚꽃 길, 최 참판 댁, 섬진강 변의 캠핑장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연경관과 먹거리가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평사리, 간도와 함께 소설 토지의 주 배경지 중 하나인 진주에는 냉면과 비빔밥이 너무나도 유명한데, 진주비빔밥은 전주의 그것만큼이나 맛난다.
소설 토지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니 처음 우려했던 뭘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부분은 말 그대로 기우였지 싶다. 해도 해도 끝없이 전개되어 나갈 것 같다. 아직 소설 토지의 후반부 얘기는 하지도 못했다. 역시 토지는 할 이야기가 넘치는 끝없이 샘솟는 호수와 같다.
소설 토지의 세밀한 내용까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5부 21권의 그 길이도 길이려니와 빼곡히 들어찬 글씨며, 시대를 관통하는 식민지하의 시대적 사실까지 모두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니 말이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 소설 토지를 접할 수 있고 우리 문학사에 한 줄기를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