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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Jan 28. 2021

사람의 일

하루하루가 스펙터클하다.

신비롭고 놀라운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진다.

단순한 사건 사고뿐 아니라 의외의,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무인도에 홀로 살지 않는 이상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자네, 얘기 들었는가?

소주 한 모금에 순대 부속고기를 한입 가득 넣고 총무팀장이 물었다.

총무팀장과 난 가끔 이렇게 점심시간을 틈타 한적한 순대국집을 찾아 반주를 즐긴다.

소주 한 병을 정확하고 공평하게 유리컵 두 잔에 나누어 마신다.

“뭘 들어?”

“전산팀장 짤렸다는데?”

“이번엔 또 뭐가 문제래?”

“글쎄다. 정확히는 모르고 회식자리에서 문제가 좀 있었나 봐.”

“칠칠 맞기는......”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든다.

누군가를 해고시켜야 하는 상황을 표현할 때 ‘짜른다’는 표현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쓴다.

막상 그런 상황을 표현하며 우리는 아무 감정이 없이 ‘누구누구 짤린대’ 혹은 ‘짤렸대’라고 말하지만, 생각해보면 실로 무시 무시한 말이다.

우리가 무슨 살인자 집단도 아니고 사람을 자를 수 있단 말인가?

그만큼 강제적인 해고는 해서는 안 된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튼 그는 잘못을 저질렀고, 더욱이 최근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종의 범죄행위를 자행했으니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단,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해서 빠르게 극복하고 한 걸음 전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이며 아들이다.

그로부터 2주일 뒤 인사팀장과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술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은 나에게는 그 의미를 바꿔야 한다.

술을 보면 장사도 참기 힘들다는 뜻으로 말이다.

술기운이 온몸을 휘감고 서서히 취기가 올라올 때 나는 인사팀장에게 물었다.

“팀장님, 전산팀장 자리는 채용 중인가요?”

“그럼, 다음 주에 출근해”

“전산팀장처럼 해고를 시켜야 되는 일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시겠어요”

“전팀장, 내가 이 회사에서 몇 명이나 짤랐는지 알아? 내가 해고만 수십 명 시켰지 아마? 전팀장처럼 그렇게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감성 가지고는 인사하기 힘들어.”

그 친구는 뭐해서 짤랐고, 저 친구는 이래서 짜르고, 인사팀장의 자랑은 계속되었다.

듣기 싫은 이야기에 억지로 대답하느라 힘들고, 올라오는 술기운에 속이 매스껍다.

아침 출근과 함께 화장실 변기와 진한 사랑을 나누었다.

다행히도 어제의 기억은 생생하다.

인사가 조직원의 약점과 단점을 찾아 해고를 시키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인사는 조직원의 강점과 장점을 찾아 능력이 십분 발휘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사(人事)다.

사람이 해야 되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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