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 ‘SKY 캐슬’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 내용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입시관련한 내용이 소재로 다루어 졌다는 것만 안다.
그 소재만으로도 내게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안긴다.
예전엔 개천에서 용날 거란 일말의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주제에 뭘 안다고...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건 아니고 아버지 된 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한 소리다.
“네 꿈을 위해 네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해.”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꿈꿀 시간조차 주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이곳에 아이들은 돈이 많아 SKY를 위해 공부하느라 꿈꿀 시간조차 없고 저곳에 아이들은 돈이 없는 걱정에 꿈꿀 시간조차 없다.
동일한 출발 선상이 아니란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
나 역시도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치 않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할 입장이 못된다.
그래서 강요 안 한다.
그네들이 공부가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크게 반대는 안 할테지만 말이다.
바램이 있다면 아이들이 좀 더 현실적인 꿈을 꾸기를 바랄 뿐이다.
“저는 김연아처럼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될 거에요.”
건국이래 60억분의 1의 확률이다.
“저는 류현진이나 손흥민처럼 미국과 유럽 무대를 누비는 멋진 선수가 될 거에요.”
건국이래 5000만분의 2의 확률이다.
스포츠 선수를 비하해서 한 말이 아니다.
그런데 SKY에 들어갈 확률은 어떨까?
각 학교별로 매년 입학정원이 3000명 정도 된다고 가정하면 3 곱하기 3000해서 9000명이 된다.
매년 5000만분의 9000의 확률이다.
물론, SKY가 성공의 기준이자 잣대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앞선 두 사례보다 확률은 높다.
그나마 공부가 확률적으로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 핫하고 워너비가 된 크리에이터나 게이머보다도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러기에 부모들은 좀 더 확률 높은 공부를 아이들이 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교육에 대해 묻자 일전에 작가 유시민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 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이 말은 콩과 팥을 구분 짓는 비꼼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 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가 풍족하게 아이가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기 힘들다면 적어도 아이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은 부모도 아이 앞에서 보이면 안된다.
우리는 올바른 길에 대한 아이들에게 방향성 정도는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건 의무다.
또 한가지는 하고 싶다고 모든 일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하고 싶은 일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나는 게이머가 되고 싶으니 밤새 게임만 할거야.”
게이머가 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 대 찬성이다.
단, 몸을 챙기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거니까 매일 동영상만 볼 거야.”
많이 봐야 시야도 넓어지니 대 찬성이다.
단, 크리에이터는 보는 사람이 아니고 만드는 사람이다.
그에 맞는 적절한 학습도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런 부모의 마음을 깨닫기에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나 보다.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