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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Sep 02. 2021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금 내가 근무하는 이 빌딩은 나름 사옥이다.

물건을 이 따위로 만들어 팔아도 고객이 있고 매년 미약하나마 성장해 가는 이 곳이 신기하다.

나는 뭐 크게 상관없다.

밀리지 않고 나오는 급여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내가 근무하는 공간은 총 12층 건물에 5층이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건물의 층수에 비해 엘리베이터는 상대적으로 적다.

2대다.



엘리베이터는 참으로 신비로운 공간이다.

누구는 이 공간에서 그 짧은 시간을 틈타 사랑을 나눴다고 노래까지 불렀다.

하루에도 몇 번을 타야만 하는 엘리베이터.

출근할 때, 회의를 갈 때, 점심 먹을 때, 퇴근할 때, 담배를 태우러 갈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누구를 만나면 즐겁고 누구를 만다면 짜증나는 공간.


내가 탄 엘리베이터는 곧장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직행해야 한다.

중간에 멈춰 서면 괜한 짜증이 밀려온다.

더욱이 멈춰선 그곳에서 누군가 타게 되면 자연히 인상도 써진다.

빠르게 ‘닫힘’버튼을 마구 눌러 댄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내가 올라탄다.

그 순간 안에 있던 11층 근무자는 ‘닫힘’버튼을 거칠게 누른다.

생각해보니 괜히 짜증내는 얼굴로 보인다.

‘얼마나 바쁘길래 X랄이야?’ 생각이 든다.

똑 같은 상황인데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참 희한한 공간이다.


“자네 요즘 어떻게 지내나? 얼굴 보기 힘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기 싫은 1인중에 TOP을 달리는 12층 독방 쓰는 사람이다.


“홍콩 물류창고 출장 준비 중입니다.”

“오후에 잠깐 올라와라.”

“네 알겠습니다.”


그는 내리며 언제나 똑같이 꼭 한마디 한다.


“야, 전팀장. 담배 끊어!!”

“네 알겠습니다.”


우리 둘이 만나면 나누는 대화가 이렇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독거인과 나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음, 그래. 어서 타. 날씨가 너무 덥다. 자네들은 점심 뭐 드시나? 야 전팀장 팀원들 맛있는 것 좀 사주고 그래. 그리고 이 인간이 뭐 괴롭히면 나한테 바로 말하라고. 내가 요절을 내줄 테니까. 하하하”


이렇게나 친절할 수 없다.

목소리까지 부드럽다.

나 빼고 다들 함박 웃음이다.

그리고 내리며 잊지 않고 하는 멘트가 있다.


“오 그래 다들 점심 맛있게 하고. 하하하. 자네는 점심 먹고 바로 올라오고.”


거참 희한하다.

나는 이 인간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너무 자주 만난다.

언제 시간되면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며 이 인간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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