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데 그런 글은 안 쓰세요?”
당연히 쓰고 싶다.
능력이 안되니 안 쓸 뿐이다.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다.
'나의 문학유산 답사기'는 어떨까?
만약 그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그 첫 번째 답사지는 평창 봉평의 이효석 생가가 될 것이다.
허생원이 운명의 만리장성을 쌓았던 물레방앗간도 조촐하게 마련되어 있고 그 옆으로 자리 잡은 메밀 음식점과 길 건너 펼쳐지는 메밀꽃 밭은 책 속에 등장하는 그 화려함을 모두 전해주지 못하지만 그 정취만큼은 느낄 수 있게 한다.
이효석 선생님의 문학관도 들러 그분의 삶과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주변으로 구성된 공원을 산책하며 자연을 느끼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9월이다.
코로나 창궐이 우리의 삶을 옥죄지만, 공기 내음마져 맛있는 9월이다.
그래서 9월의 여행은 역시 봉평이다.
“팀장님, 9월에 봉평가면 뭐 있어요?”
당연히 있다.
국문학자 김형중님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하셨다.
“우리 문학사 상 가장 아름다운 밤길”
그렇다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칠십리 그 밤길은 글로 표현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밤길인 것이다.
보름이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리 밤길......
죽은 듯이 고요함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에 표현되는 문체의 화려함은 소박하고, 아담하고, 포근하고, 흥겹고, 풍속적이며 너무나도 담백하고 순수하다.
아니다. 그 어떠한 미어(美語)로도 그 화려함을 표현하지 못한다.
“가을의 초입이다. 가자 봉평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