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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더하기 Jun 11. 2019

응 네가 가면 안돼!!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 이금이

출판시장은 날이 갈수록 불황이라고 한다. 원고를 쓰고 출판사에 투고할 때마다 피드백으로 듣는 이야기다. 그런데 출판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세상에는 왜 이리 책이 넘쳐 나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으니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은 수없이 많을 텐데……

오늘 소개할 바로 이 책, 이금이 님의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가 바로 내게는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이었다. 하마터면 이런 명작을 놓칠 뻔했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이렇게 우리가 모르고 지나갈 보석 같은 책이 얼마나 많을까? 너무나 아쉽다.


‘글을 잘 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해온다. 내가 글을 잘 못 쓰기 때문이다. 오래전 중국의 고대 철학자 묵자가 한 말을 인용하면 ‘말은 길어지면 안 된다. 말이 길면 논쟁이 생긴다. 논쟁은 지면 기분이 나쁘고 이기면 사람을 잃게 된다.’ 결국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해서 논쟁 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이 길면 논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SNS의 가장 큰 폐해는 글로써 논쟁거리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서 글이 길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산으로 가기 일쑤다. 

글쓰기는 훈련이다. 주변에 글 쫌 쓰신다는 분들에게 물어도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글은 짧고 간결하게 쓰는 것이다. 그리고 주어와 서술어가 명확해야 한다. 누구에게 묻든 이 명제를 한 번도 벗어나 대답을 들어 본 경우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도 글을 짧고 간결하게 쓰기 위해 언제나 훈련한다.

왜 뜬금없는 글쓰기 이야기냐고? 지금 소개하는 이 책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가 글쓰기의 교과서라 생각이 들어서다. 최고의 글 솜씨라 자부할 만하다.

전 2권으로 완성된 이 책을 읽는데 단 하루면 충분하다. 아니 속독을 하신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너무 내용이 가벼워서 그런 건 아닐까요?’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내용은 의외로 무겁다. 적절한 반전과 요소요소에 담긴 진솔함이 책의 가벼움을 날린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이 책 정말 환상적으로 재미있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기본인 재미는 확실히 보장된다. 지금도 이 책을 잃었다는 감격과 뿌듯함이 벅차오른다. 아 정말이지 이 책을 안 읽었으면 어쩔 뻔했어!! 글이 쉽고 간결하여 이해가 쉽고, 재미는 기본이며 덤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최고의 책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작가 이금이 님은 동화작가다. 글이 간결하고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 분이 동화작가이니 이 책 역시 동화적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 물론 누차 얘기하지만 글은 동화스럽게 부드럽고 간결하다. 하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동화스럽지 않다. 오히려 동화작가의 상상 속에서 나온 이야기치고는 꽤나 심오하고 내용이 어른스럽다. 

아…… 글이 꼬이기 시작한다. 생각해 보니 이 책의 내용이 동화적 감성을 꽤나 잘 보여준다. 주인공의 맑고 깨끗한 마음씨와 따뜻함이 동화적 감성을 자아낸다. 어 이상하다. 전체적인 내용은 대단히 심오한데. 그래서 난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이금이 작가님에게 박수를 보낸다. 실로 놀라운 글 솜씨가 아닐 수 없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가수 고(故) 김광석 님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란 노래. 난 책을 읽고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 꽃 같아. 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지.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 그녀의 고운 얼굴 가득히 눈물로 얼룩이 졌네. 아무리 괴로워도 웃던 그녀가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날. 온 세상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내 가슴 답답했는데. 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 

가사 내용 때문이 아니다. 이 노래는 아시다시피 매우 경쾌한 멜로디의 노래다. 그런데 그 가사 내용은 매우 슬프기 그지없다. 너무나 상반되는 멜로디와 가사다. 비유가 적절했는지 모르지만 이 책이 이런 감정이랄까? 동화적 감성을 담아내 시대적 아픔을 이야기한 깊이 있는 소설?

아픔을 감내해야 했던 그 시절, 두 여인의 질곡 진 삶이 전달해주는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의 심금을 울린다. 이 책은 조금은 다른 시선의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를 다룬 여러 소설과 이야기가 있지만 조금은 색다르다. 주인공으로 내세운 두 명의 여주인공의 환경도 정반대의 상황이고 그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한 이야기다.


장면 하나하나를 뽑아 소개하고 싶지만 이 책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어떠한 색안경도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그래도 최고의 장면을 뽑자면 두 주인공이 각자의 길로 이별을 담아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읽으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덩어리가 치받는 느낌이었다. 숨이 막혔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순수함’이란 단어가 남아 있을까? 순수함은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시대적 환경이 우리의 순수함을 파괴하는 것일지 모른다.

전체적인 흐름이 속된 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비견된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구성이다. 끝으로 내 달릴수록 안타까움은 더해가지만 그 과정이 결코 불행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슬픈 역사의 한 장면을 두 여주인공의 삶을 통해 느끼고 반성하게 된다. 

마태효과라는 사회학적 용어가 있다. 성경 마태복음에 나온 ‘가진 자는 더 받아 더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있는 것도 뺏긴다.’는 말씀을 인용하여 만든 ‘빈익빈 부익부 현상’ 용어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빈과 부의 격차가 놀랄 일 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슬프다. 그래서 결론이 조금 아쉽고 섭섭했지만 괜찮다. 이런 멋진 소설을 읽었다는 뿌듯함으로 충분히 극복된다.

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책의 내용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우리가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갈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충고해 주는 것 같다. 작가님의 말씀이 깊이 새겨진다. ‘내가 거기 가면 안 돼요?’라는 도전을 할 때 알 수 없었던 ‘거기’가 바로 ‘여기’가 되어 내가 서있게 된다는 메시지다. 오늘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내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격언이 다시금 생각나다.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기기 시작한 처음 그때, 나는 글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지금도 이 마음가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어디를 봐도 가슴에 남는 명문이 없다. 글 자체가 평문의 연속이다. 어렵게 쥐어 짜낸 명문보다 평이한 문장 만으로 누군가의 가슴을 울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는 평이한 문장들이 모여 완성된 하나의 거대한 명문이다. 

그래도 이 문장만은 기억이 난다. ‘사람뿐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는 수 없는 곡절과 자기대로의 운명이 있다.’

정말 이 책이야말로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을 그런 책이다. 두 여인의 서사가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 충분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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