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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Jan 18. 2021

오피니언) 안테나에서 유튜브까지...

내가 어렸을 땐 KBS, MBC 같은 정규방송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런 방송을 보기 위해선 옥상의 안테나가 큰 역할을 했다.

집에서 TV를 시청하다, 행여 화질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곧장 옥상으로 올라가 안테나를 산꼭대기 대형 기지국(?)이 보이는 곳으로 향하게 한 뒤, 아래쪽의 동생에게 ‘TV 잘 나와?’하며 교신(?)을 주고받아야 했다.

운 나쁘게 비바람이라도 치는 그런 날은 제대로 된 TV 화면은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그 당시엔 TV만 한 유흥거리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SBS의 ‘모래시계’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부산에 사는 나로서는 그런 방송을 시청하기가 어려웠다.

그 당시 SBS는 말 그대로 서울방송이었고, 부산에서 그 드라마를 본 아이들은 유선방송을 통해서였다.


그렇다!!

이제 정규방송만 보던 시절에서 유선방송으로 옮겨간 것이다.

지금의 케이블방송의 전신과도 같은 유선방송은 인기 있는 방송프로부터 시작해서, 영화, 만화 할 것 없이 비디오로 녹화해서 24시간 송출했다.

이제 불편하게 안테나를 돌릴 필요도 없고, TV 시작을 알리는 애국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유선회사는 어디를 고르느냐에 따라 시청의 질이 달라졌다.

그런 유선회사도 어느덧 통폐합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지역의 유선방송사들은 지금의 CJ 비전 같은 대기업의 케이블 회사에게 흡수되었다.

흡수보단 대기업의 자본력에 도태되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태어난 케이블 회사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성, 제공하기 시작했다.

영화, 드라마, 뷰티, 스포츠 할 것 없이 소비자의 기호를 꿰뚫는 콘텐츠와 당대 셀럽들의 출연으로 인지도는 더욱 오르게 된다.

더군다나 그 시기 스타크래프트의 영향으로 게임 TV 채널 및 게임산업까지 발전하기 이른다.


하지만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이런 케이블방송은 반복되는 재방송과 발전 없는 콘텐츠, 그리고 홈쇼핑으로 인해 시청자의 피로도가 누적되었다.

불과 어제 본 방송을 이 순간에 또 봐야 하는 건 시청자에겐 너무나 큰 고욕이었으리라.

시청자에게 채널의 선택이 없는 순간에 넷플릭스와 왓챠가 등장했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양과 더불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란 코너는 시청자들의 결제를 쉽게 유도했다.

국내에 깔려있는 촘촘한 인터넷망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이젠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승승장구로 인해 디즈니와 왓챠를 비롯 국내 통신사 및 쿠팡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론칭 및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는 다른 뿌리지만 아프리카 TV 같은 상호 커뮤니케이션 형태의 개인방송이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BJ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났다.

1인 크리에이터의 선조 격이라 볼 수 있는 아프리카 BJ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통해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이전과는 다른 방송의 형태였다.

알다시피 TV는 단방향 일차적이었기에, 소위 소통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BJ는 이런 소통을 양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개인의 관심사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하나의 주제로 수만, 수십만의 이목을 묶을 수가 있었다.

그러한 이목과 관심은 수입창출이란 연결고리를 만들게 된다.

인기 = 수입이란 공식이 만들어지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를 제작하는 BJ가 등장하기도 했다.

만약 아프리카 TV에서 좀 더 공정하고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룰을 지켰다면 지금보단 훨씬 큰 사이트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

운영진의 미숙한 대처로 인해 네티즌과 BJ는 지금의 유튜브로 옮겨왔다.



개그맨, 탤런트, BJ, 셀럽 할 것 없이 모두가 1인 방송국을 개국하고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브이로그 같은 일상물부터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집을 짓고, 농사를 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개인의 취미 및 노하우가 곧 정보의 공유로 이어진다.

동시에 양질의 콘텐츠는 수입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수입은 많은 구독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어느새 초등학생 직업 선호 1순위가 된 1인 크리에이터…

동전의 앞뒷면처럼 장단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불행히도 많은 유튜버들이 제대로 된 수입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방송의 힘이 거대 방송국에서 개인에게로 옮겨간 거 거 아닐까 싶다.

그리고 보도 듣도 못한 기발한 아이템과 콘텐츠가 넘친다는 거?

다음엔 어떤 플랫폼이 등장해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마치며-

나의 시대는 옥상에 올라가 안테나를 돌리며 정규방송을 기다리는 소년에서, 넷플릭스, 왓챠를 보는 중년이 되었다.

지금 내방엔 TV가 없다.

대신에 아이패드를 통해 넷플릭스, 왓챠를 시청한다.

TV가 가진 영향은 이젠 흩어져, 한 명 한 명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간 느낌이다.

이젠 어떤 플랫폼이 재능 있는 사람을 발견할지 기대가 된다.

그때에도 부족하지만 내가 글을 적을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본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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