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반려식물, 금전수
나는 식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단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꽃과 화초 같은 식물은 여성의 취미이거나, 은퇴를 한 노년에서야 관심을 갖게 되는 정도로 여겼다.
내가 처음으로 화분이란 걸 갖게 된 건 광안리에서 커피가게를 차렸을 때이다.
2번째 커피가게…
그 흔한 화환도 없었다.
그런 나의 가게에 화분을 건네준 분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아들의 사업이 잘 되길 바라며, 건네준 화분은 금전수였다.
잎모양이 예전 돈꾸러미를 연상시킨다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으나, 어딜 봐도 그냥 잎이었다.
어머니껜 뭐하러 이런 걸 돈 들이며 사 오셨냐고 살짝 짜증을 냈다.
나에겐 그냥 귀찮기만 한 존재였다.
고양이처럼 손길이 닿는다고 그르렁 하는 것도 아니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도 않는…
내가 좋은지 싫은지조차 알길 없는 그 풀 덩이가 반갑진 않았다.
어머니는 볕 잘 드는 창가에 금전수를 놓으며, 가게에 풀내음 나는 거 하나 정도 있어야 하지 않냐며 소녀처럼 웃으셨다.
나보단 어머니에게 더 어울릴 듯 한 금전수였다.
물은 2주에 한번 정도 흠뻑 주라며 당부하시고는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무리 귀찮고 싫다 해도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어머니께서 없는 돈에 아들 잘되라고 건넨 식물이었고, 나 역시 받은 이상 최소한 죽지 않게 할 의무가 생긴 셈이다.
그렇게 볕 잘 드는 창가에서 금전수는 참 잘 자랐다.
가끔 어머니께서 오시면, 금전수에 싹은 튼 게 있는지, 어디 상한 데는 없는지 보시고, 항상 이쁘다 이쁘다 말하시며 금전수를 어여쁘게 바라보셨다.
식물이 신기한 게, 무심한 듯 키워도 쑥쑥 자란다.
내 기억으론 장마 때 더 잘 자란 느낌이었다.
대도 굵어지고, 잎도 윤기 나고, 또 새로운 싹이 올라와 화분을 가득 채우기까지 했다.
자주 오는 손님들 역시 금전수를 보며 잘 자란다며,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한 분도 계셨다.
어머니 말씀대로 가게에 풀내음 나는 거 하나 정도 있으니 손님이랑 대화를 나누기도 수월했고, 그러는 사이 나도 처음과 다르게 금전수에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 사이 크리스마스라 이름 붙여진 다육이와 스노우 사파이어를 선물로 주셨다.
크리스마스란 다육이는 누가 이름 붙였을까?
처음엔 꽃집 사장님의 네이밍 센스라 생각했지만, 후에 흔히 파는 품종이란 걸 알게 됐다.
맨 마지막에 들어온 스노우 사파이어는 금전수와 같이 볕 잘 드는 창가를 차지하며 큰 탈없이 자랐다…
금전수가 상한 건 집에 데려오고 나서였다.
1년 정도 가게를 하고 접었다.
주위엔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매상엔 큰 변화가 없었다.
한마디로 이익이 날만큼의 수익이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선택의 실패였다.
어머니의 격려가 무색하게 금전적 손해만 안은 체 부랴부랴 정리했다.
가게를 정리하고 데리고 온 화분 중 크리스마스 다육은 집에 오자 과습으로 죽었다.
가게서부터 늘 가득가득 준 물이 결국 잎을 떨구게 한 요인 이리라…
금전수와 스노우 사파이어는 아슬아슬하게 장마, 그리고 한여름을 보냈다.
이때까지도 건강했다.
하지만 겨울에 난 그들을 등한시했다.
발코니에 쭉 놔뒀는데, 한파가 덮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빨래를 널면서 금전수를 봤을 때 난 나의 선택이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대가 다 기울어져 쓰러져가고 있었다.
잎 역시 몇몇은 색이 변하고 말려가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냉해란 걸 알았을 땐 너무 늦었다.
더군다나 스노우 사파이어 역시 냉해를 입어 몇몇 잎의 색이 변한 터였다.
집에 반찬을 들고 오신 어머니는 냉해를 입은 금전수를 보고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잎들을 만져보고는 살아남긴 어려워 보이니 버리자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나중에 건강한 아이를 사다 준다 하셨다.
나는 뭐하러 그걸 또 사냐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도 모른 체 난 금전수를 아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의 무지로 이렇게 냉해를 입은 금전수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어머니께서 당신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난 금전수 가지를 잘랐다.
무른 건 버리고, 만져보고 아직 탄탄한 애들은 작은 유리병에 물꽂이를 했다.
그렇게 1/3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약 한 달이 지났을 땐 또 1/3을 버려야 했다.
인터넷에선 금전수의 뿌리가 금방 금방 났는데, 내 건 그렇지 못했다.
냉해를 입은 식물은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정말 다 버려야 하나 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을 뿌리 없이 물생활을 했다.
그러는 동안 잎이 떨어지거나, 줄기가 물러 버리는 경우가 잦았다.
다시 봄이 왔을 때 그 많던 금전수 줄기는 겨우 5개가 남았다.
잎도 마르고, 냉해도 입어 이쁜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물에서 뿌리 없이 서서히 말려 죽이느냐
죽든 살든 흙에 심어보느냐…
결국 난 뿌리 없는 금전수를 흙으로 돌려보냈다.
예상대로 애들이 급격하게 시들었다.
그중 하나는 심각할 정도였다.
맨손으로 시들고 있는 금전수를 뽑아서는, 요플레 플라스틱에 미니화분을 만들고, 밑받침으로 500ml 생수병의 밑동을 잘라, 거기다 물을 담아놓고는 항상 촉촉하게 흙 상태를 유지했다.
그렇게 한 달은 넘었을 듯싶다.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고 나를 달래는 동안 나아지지 않는 금전수의 모습에 화가 났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는데, 나의 그런 기대와 달리 늘 비실비실거리는 쭉정이 같은 대가 눈에 거슬렸다.
어느 날, 이제 버리자 하고 금전수를 흙에서 뽑다시피 했을 때 난 너무나 놀랬다.
뿌리가 났다.
작지만 뿌리가 돋았다.
그동안 지네들도 살겠다고 그렇게 용을 쓰고 있었다.
놀라움과 기쁨… 환희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행여 뿌리가 안 상했나 하고 꼼꼼히 보고는 흙을 매만졌다.
틈틈이 식물에 관한 블로그를 보던 중 액상비료에 관한 글을 봤다.
또 한 번 나의 무지에 어이를 상실했다.
좀 더 검색하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금전수 몇 줄기는 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냉해 따윈 입지도 않았으리라…
그렇게 액상비료를 구매 후, 물에 희석해서 주기를 여러 번…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을 했다.
잎에서 윤기가 도는 게 눈에 보인다.
또 잎 자체가 통통해진 느낌?
물론 별도 관리 중인 금전수 줄기는 여전히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괜찮다… 분명 튼튼한 2세가 나올 테니…
어머니가 나에게 건네준 금전수…
나의 첫 번째 반려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