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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Jul 05. 202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묘화이야기. 네 번째...

“어머 귀여워!!”

여학생 둘이서 등교하다 말고 나를 만진다.

뭐 어린 인간의 손길은 참 부드럽단 말이지…

보답으로 그녀들 앞에서 발라당을 시전 해줬다.

그러자 다시 ‘꺄아’ 하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그녀들은 나를 한참 만지작 거리다 등교시간이 다다랐는지 나에게 인사하곤 정류장으로 향한다.

예의 바른 애들이다…

 

오늘도 햇볕이 따뜻하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제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아닌 인간도 있지만…

 

나 역시 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 내게 주어진 구역은 매일매일 순찰하고 있다.

이런 내게 수고가 많다며 사료나 츄르를 주기도 하지만 나쁘진 않다.

우매한 인간들을 이끄는 것도 우리 고양이 일족에게 주어진 숙명 중 하나인걸 어쩌겠는가?

 

어떤 냥이들은 인간의 품에서 그들을 지켜주는 일을 자처하는 녀석들도 있다.

방구석의 지박령을 몰아내기도 하고 잡귀를 물거나 할퀴어 쫓아낸다.

인간들에게 받은 호의를 필사적으로 갚는 녀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동물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시작한 지 벌써 몇백 년이 흘렀다.

그렇다고 모든 동물이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12 지신이라 불리는 12 신족

오랜 세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한 5 영수

너구리, 여우, 담비처럼 자연의 기를 잘 다스리는 일족

그리고 인간으로밖에 살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된 간절함이 가득한 소수의 동물들…

 

많은 동물이 절멸과 인간의 모습이란 선택에서 갈등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일족은 인간의 모습대신 현혹의 술로 종족이 멸하는 걸 막았다.

우리에게 호의적이고 무조건적으로 귀여워해주는 그런 주술 말이다.

물론 모든 인간에게 작용되지 않기에, 가끔 이유 없는 죽음을 맞이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탈 없이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뒤숭숭한 소문이 흐르고 있다.

너구리와 붉은 눈의 토끼 일족도 그렇고 담비일족이나 사슴일족 그 밖의 12 신수들이 가끔씩 작은 소동을 일으켜 우리 같은 힘없는 동물들에게 큰 긴장감을 준다.

 

최근에 너구리와 토끼도 그렇다.

인간의 모습으로 살기로 작정했으면 인간처럼 살 것이지 왜 인간 위에 군림하여 그들을 통제할 생각을 하는 것인가?

한심하다…

 

“안녕하십니까!!! 대장”

공터에 들어서자 어린 냥이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래 수고가 많다냥~~~”

나는 그들에게 그루밍을 해주며 뻗친 털을 정리해 준다.

 

오늘의 정례회의가 시작된다.

정례회의라고 해봤자 경자 할머니의 츄르가 연어맛으로 바뀌었다든가 몰래 숨어든 쥐 일족 몇을 잡아 족쳤다던가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다.

 

하지만 수달일족이 전해준 이야기는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 묘화님이 현현하셨다고?”

“아니 애초에 묘화님이 맞긴 한 건가? 전에도 묘화님을 사칭한 이들이 몇은 되지 않았나?”

이런 얘기가 오갈 때 한마디로 확신되었다.

“쿠베라…”

모두의 털이 곤두선다

이미 나이가 꽉 찬 냥이들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옆에 쿠베라님이 계셨다는 소문이야…”

“그분이 모시는 분을 가짜라 말할 수 있는 동물이 있겠는가?”

 

“그럼 계약을 시행해야 할 때랍니까?”

그 말에 고양이들의 눈이 세로가 된다…

앞다퉈 하악질을 하며 그 말을 한 고양이를 나무란다

 

“침착해라냥~~~ 아직 아무 일도 없다냥.”

나는 그들 앞에서 위엄 있게 그르렁 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분이 우릴 찾지 않는다면 아직 때는 아닐 터.

설령 우릴 부른다 해도 그때가 도래했는지는 그분만이 알 터…

우린 그분의 명을 받아 실행에 옮기면 될 뿐…”

 

“하지만 한번 실수를 했잖습니까?”

그 말에 난 하악질을 하며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구미!

구미!!

구미이이!!!”

그 녀석의 간교한 거짓말에 속아 황구 일족을 멸했다.

이로 인해 다른 견족들이 우리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거다.

그것이 묘화님의 명인지 제대로 검증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후회해도 소용없다.

 

“묘화님을 모실 때까지 우리 금안의 묘족은 그 어떤 계약도 행하지 않는다냥~~”

그 말에 모두 동의를 하며 큰 소릴 내었다…

 

바로 건너편 김 씨 늙은이가 돌멩이를 던진다.

어릴 때부터 내가 그리 봐줬는데…

배은망덕 한 넘…

오늘 집회는 여기까지!!!

모두가 후다닥 제 구역으로 사라진다…

 

나 역시 내 구역으로 들어서자 반가운 향이 내 코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이내 들리는 목소리…

“오랜만이야 용목… 잘 지냈어?”

그 목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묘화님이 계셨다.

너무나 반가운 분…

그런데 쿠베라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 앞에서 급히 멈춰 경계를 했다.

그녀가 맞지만 쿠베라는 없다.

내 진명을 알지만 쿠베라는 없다.

경계해야 한다…

 

“묘화님이 맞냥?”

난 다시 물었다…

“어머 용목.. 이렇게 진명으로 불러주는데도 의심하는 거야?”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한쪽 입술을 히죽거렸다.

놀리고 싶을 때 드러나는 장난스러운 표정…

분명 앞에 그녀는 묘화님이 맞다…

그런데 쿠베라는?

지금의 묘화님은 쿠베라가 동행하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이건 시험일까?

 

“흠… 아무래도 의심받고 있나 봐.”

“저기 귀여운 용목 냥이씨~~~ 어떻게 하면 믿어줄까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물었다

“묘화님~~ 저기 쿠베라님은 어디있다냥?”

묘화는 웃음끼 가득한 얼굴로

“쿠베라는 지금 내가 부탁한 임무를 수행 중~~”

의심스럽다…

무슨 임무?

아니 저 여자가 묘화님이 맞나?

 

나는 그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다시 확인을 했지만 그녀임이 틀림없다.

그럼 물어볼 건 하나뿐…

 

“묘화님~~ 우리가 다음번에 만나게 되면 내가 불러 달란 이름 기억하냥?”

이건 우리 둘만의 암호…

묘화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알지… 크로와상~~ 이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던 거야?”

 

크로와상…

용목이란 이름보다 이국의 신문물에 끌려 붙여달란 이름…

분명 묘화님이다…

 

그르렁그르렁

나의 목울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립고 그리웠던 분…

이제야 만나게 됐다…

 

그녀는 나를 잡아 올리고는 빙글빙글 돌며 말을 이었다.

“저기~~~ 크로와상… 부탁 하나만 들어줘.

저기 사슴 일족, 그중에서도 영수의 핏줄이 지금 좀 위험해..

결계는 내가 해주를 하겠지만, 상대가 조금 귀찮아…”

 

그 말에 난 망설임 없이 말했다.

“뭐든지 맡기라냥… 그런데 그건 계약의 실행을 의미하는 거냥?”

내 말에 묘화는 이해를 못 한 표정이었다가 이내 무슨 말인지 알아차린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크로와상. 그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거 같아…

이건 전우? 아니 친구로서의 부탁이랄까?”

그 말에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알겠다냥… 어딜 공격하면 되겠냥?”

그녀는 나의 황금빛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청안의 잿빛 쥐…”

 

그녀의 장난스러운 히죽거림이 더욱 눈에 띈다.

 

동네의 순찰은 잠시 뒤로 미뤄야 할 듯싶다.

’ 장마가 오기 전에 끝을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둘러본 나의 구역은 여전히 푸르고 조금은 시원한 그런 곳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녀의 검.

그녀가 가리키는 모든 적을 멸하는 것이 존재의 전부.

난 고양이 신!!!

용목, 크로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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