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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Jul 24. 2023

환혼술... part 01

묘화이야기. 다섯 번째...

“그러니까 몸이 바뀌었단 말씀이시죠, 영감님?”

형사 한 명이 대충대충 키보드를 치며 한 노인네를 힐끔 쳐다본다.

지하철에서 괴성을 지르며 ’ 몸이 바뀌었다, 자기가 아니다’라며 소동을 피워 여기로 데리고 왔지만 영감님은 여전히 횡설수설 중이었다.


최형사와 남형사는 휴게실로 가기 전 그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창혁아, 저 영감님이 17살 고등학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단 말이지?”

남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데 정작 자기 이름도 기억을 못 해요. 주소도요. 아마 치매일 것 같은데… 보호자가 와봐야 알 것 같아요.”


“저는 아니에요. 이건 제가 아니라고요! 제 이름은…

제 이름은…”

노인은 갈라진 목소리로 ’ 제 이름은’ 이란 말만 반복할 뿐 다음 말은 잇지 못했다.


“야! 야! 막내야 어서 밀대걸레 좀 갖고 와라!!!”

조서를 쓰던 형사는 벌떡 일어나 순경 한 명을 손짓으로 불렀다.

노인은 이내 바지에 오줌을 지렸고 약간의 소동이 일어났지만 이내 이것도 잠잠해졌다.

노인은 이내 축 늘어진 체 의자에 묻혔다.

알맹이마저도 다 말라비틀어진 껍질만 남은 그런 노목처럼 말이다.

요즘 들어 이런 치매 노인이 늘어났다.

아니 치매처럼 보이는 노인이랄까…


복도를 지나 휴게실문을 열자 남형사에게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핸드폰 화면을 본 남형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일족의 모임이 잡혔다.

아니 그보단 우리처럼 치안을 맡고 있는 종족들이 모임이 맞는 말일 것이다.


커피를 뽑아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담배라…

너구리와 너무 잘 어울리지 않은가?

그는 그렇게 담배연기를 천장에 쏘아대고 있었다…


“요즘 환혼술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던데”

서구 쪽 관할의 총경님이 담배를 비벼 끄며 말했다.

오늘은 너구리와 곰, 견족이 주축이 되어 저녁의 모임이 마련되었다.


“어쩔 수 없지요. 인간과 함께 살다 보니 인간처럼 되어버린 탓이 크죠.”

이어서 다른 부서의 경감도 말을 보탰다.


“수명은 짧아지고, 욕심은 커지고 결국 그들은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자 죄 없는 인간의 육체를 훔치고 있는 겁니다.”


“그럼 이 사건은 어디다 배당하는 게 좋을까?”

총경은 다시 담배를 붙이며 견족의 경정에게 눈길을 보냈다.


인간과 함께 살다 보니 동물들이 사고를 친 건 자연스레 동물들이 배당받기 위함도 있지만 최대한 인간들이 모르게 함도 있었다.


“총경님과 같은 일족인 창혁이가 어떨까요?”

그 말에 시선이 남형사에게 쏠린다.


속으론 짜증이 밀려왔지만 겉으론 그런 티를 낼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순간만큼은 삼촌이 아닌 총경님이 아닌가.


“그럼 이 사건은 창혁이가 맡는 걸로 하고, 곰 일족들이 잘 좀 거들어줘.

그리고 환혼술 말인데 이번에도 구미 일족인가?”


그 말에 닭 일족 내사과의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술식자체가 예전과 달리 주술자의 주력으로 발동하는 게 아닌 이미 완성된 주술을 삼킴으로써 구현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환혼술을 구현함이 가능합니다만…”


총경은 담뱃재를 신경질적으로 털며

“이런 걸로 인간사회를 어지럽히면 곤란해.

일단 주술상인을 중심으로 조사해 보고 최근 환혼술과 관계된 기초 술식을 구매한 일족이 있나 찾아봐.

그럼 일단 여기서 해산하고 창혁이는 좀 남아봐라.”


모두가 그렇게 해산하고 남형사와 총경 둘만 남았다.

“창혁아 너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묘화님께서 쿠베라님과 함께 다시 현세에 등장하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너도 네트워크로 전달받았지?”

그 말에 남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회암산 쪽 형제들은 소환되어 꾸지람을 들은 듯하고…

표면상으론 구미가 안 보인다지만 묘화님이 등장하신 이상 구미와의 싸움도 피할 수가 없을 게야.


행여 말이다.

조사하다 그들이 얽힌 거라면 손을 떼렴.


그땐 영수일족들과 앞으로의 일을 논의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몸 조심하고…”

총경은 남형사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그 역시 장소를 떠났다.


들은 적은 있다.

오래전부터 구미일족과의 악연.

그리고 묘화님과 구미의 싸움.

이미 두 번이나 묘화님이 패한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이번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다.


아공간에서 혼자 남은 남형사는 담배를 하나 피운다.

내뱉은 연기를 보며 역시 너구리와 담배는 잘 어울린다 생각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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