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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to owl Aug 14. 2023

환혼술... part 02

묘화이야기. 여섯 번째...

“요즘은 술식 거래가 예전과 달리 거의 없어.”

약령시장에서 잔뼈가 제법 굵은 삵 일족의 그가 담배를 피우며 하는 말이었다.


사람들에게 약재를, 동물들에겐 술식을 팔기 위해 약령시장을 열었던 그들이지만 이젠 사람들이 그 자리를 거의 다 차지했기에 동물들은 소수만이 구석에서 명맥을 이을 뿐이었다.


남형사는 그에게 환혼술에 관한 주술거래를 물어봤으나 변변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남형사도 참 답답한 양반이네…”

그는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이제 합법적이란 이름의 주술거래 자체가 없단 말이여.

자네도 들어봤지?

주술을 삼키는 자…”


남형사도 익히 들은 집단이다.

5 영수 직속의 사병대…


“약 백여 년 전부터 영수일족들이 술식이란 술식은 죄다 거둬들였어.

술식 독점이란 말이지…

시중엔 고뿔이나 나을법한 자잘한 회복술 정도만 남겨둔 상태야.

자기들에게 필요라곤 1도 없는 것들…

그런 간단한 술식들만 겨우겨우 긁어모아 동물들에게 파는 게 지금의 약령시장이 돼 버린 거지…


환혼술?

진짜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여…

이제 그 정도 주력을 펼칠 이가 몇이나 있겠나…”


얘기는 그렇게 별 성과 없이 끝났다.

그의 말대로라면 영수일족을 상대로 구속 영장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다…


남형사는 서로 돌아가기 전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물었다.

“후우~~~”

그렇게 내뱉은 담배연기 사이로 저 멀리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족제비 일족의 ’ 주약’이었다.

“여어 창혁 군… 오랜만이야…”

주약은 한 손엔 커피를 들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

남형사는 말없이 그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꽂은 체 말을 건넸다.

“혹시 이번 일 구미님께서 지시하신 일입니까?”

남형사의 질문에 주약은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럴 리가. 이번일은 구미님과는 무관한 일…

 자네가 힘들게 발로 뛰니까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왔을 뿐이지.”

주약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환혼술은 사슴의 영수 녹영일족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환 하나와 가루봉지 작은 걸 꺼냈다.

“환은 혼을 바꾸는 주체 즉 동물이, 가루는 대상이 되는 인간이 먹어야 하지.

두 개가 한 세트야.

그런데 이 가루가 인간 세상에선 마약처럼 비밀리에 유통된다더군…

물론 그런 성분은 없어.

식약처에선 강장제 수준의 성분이라 보고를 했다지.

물론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약은 담배연기를 삼키다 목에 걸렸는지 잠시 가벼운 기참을 하다 이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들이키는 순간 강력한 환각효과를 일으키지.

웃긴 게 이 증상이 환각이 아니라 몸을 뺏으려는 동물의 기억이 스며드는 과정이야…

그런데 그게 인간의 뇌를 기분 좋게 하나 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인간의 몸이 동물화 된달까?

즉 주술을 부리는 몸뚱이로 체질개선이 되는 거지.


한 번에 인간의 몸을 취하면 좋겠지만 그게 또 쉽지 않다고 하더군.

한 번에 흡입하면 인간의 몸이 폭발한다고 할까?


마지막엔 환을 삼킴으로 새로운 몸과 혼의 결착을 강하게 하는 주술이 발동.

그리곤 짠 ~~  새로운 몸으로 갈아타는 거지…

이 정도면 힌트가 됐으려나?”

주약은 어린애처럼 손을 쫙 펴는 시늉을 하며 혼자 즐거워하는 모양새였다.


주약 말대로 녹영은 인간사회에서 인지도 높은 제약회사의 위치를 다져놓은 생태다.

그런 그들이 환혼술을 다룬다?

충분히 있을법한 얘기다.

더군다나 주술을 삼키는 자들을 부려 술식들을 거둬들인 그들이다.

지금이야 인간들에게 제약회사란 모습으로 여러 약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동물들 사이엔 강력한 주술을 다루는 존재들이다.

남형사가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동안 주약은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

“자네는 왜 구미님과 함께 하려 하지? 너구리들은 여우일족하곤 원수지간 아닌가?

물론 나는 족제비니까 상관없겠지만…”

주약은 담배를 끄곤 꽁초를 커피컵에 담았다.

남형사는 마지막 한 모금을 비우며 무뚝뚝한 얼굴로 대꾸했다.

“강하니까요. 너구리들은 힘도 없는 주제에 욕심은 가득하죠. 인간들 사이에 숨어 살면서 공생이라 말합니다.

구미님께 두 번이나 패한 묘화에게 쩔쩔매는 것도 웃기고…”

남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세상은 하등 한 인간이 아닌 주술을 다루는 우리가 다스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주약의 눈이 살짝 번득였다.

“역시 내가 자네를 제대로 본 것 같아.

이 세상은 백 년도 못 사는 인간들 것이 될 순 없지.

구미님도 그걸 아시니까 나나 자네를 곁에 두려는 것 아닌가? 평화로운 동물들만의 세상 말이지…


하지만 아직 자네는 그들 틈에서 할 일이 많아.

우선 각자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자고…”

남형사는 주약에게 손짓으로 인사를 하고는 서로 발길을 돌렸다.


주약은 그런 남형사의 등을 바라보며 아까와는 다른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이 정도만 알려주면 되겠지요? 구미님…”

주약의 눈빛은 남형사를 지나 어느덧 주약 옆에 앉아있는 누군가에게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주약과 구미는 남형사의 뒷모습을 마치 정육점의 고기처럼 바라보고 있으리라.

잘 차려지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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