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luto owl Sep 01. 2023

환혼술... part 03

묘화이야기. 일곱 번째...

“너구리!!! 정신 차려라옹!!!”

귓가에서 고양이가 앵앵거린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피냄새…

그런가 내 피인가?’

남형사는 손에 묻은 흥건한 피를 보며 현기증을 느꼈다.

어깨인가?

왼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피는 멎어있었다.


“너구리!! 정신 차렸으면 결계를 유지하라옹”

고양이는 남형사에게 몇 번이나 냥펀치를 날렸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순간 저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두 동강이 나며 공중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그러자 앞의 고양이는 털을 곤두세우고 하악질을 하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몸길이만 족히 5,6미터는 되어 보였다.


고등어무늬는 카모플라주였던 듯 그는 윤기 있는 하얀 털로 온몸을 감쌌다.

그리고 황금색 눈동자.


남형사는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고양이 신…

금안의 ’ 용목’…

’ 주술을 삼키는 자’ 필두와 싸워도 지지 않은 자.

청사의 ’휘’, 담비의 ’ 귀연’, 까마귀의 ’흑앵’, 사병대 ’ 주술을 삼키는 자’ 그리고 고양이의 ’ 용목’

이들이야 말로 동물들에겐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이다.

물론 이 들위에 5 영수나 구미나 묘화등이 있지만 너무나 먼 존재 같다고 할까?

아무튼 내 앞에 말로만 듣던 존재를 보니 한편으론 경외심이 들었다.


앞의 인간도 용목의 모습에 잠시 얼어붙은 모양새였다.

인간? 인간이라고?

인간이 어째서 혼령계에 있는 건가?

남형사도 지금은 너구리의 모습인데 그는 눈앞에 있는 인간 때문에 몹시나 혼란스러웠다.

더군다나 주력까지 갖고 있다.

그리고 ’ 용목’은 어떻게 내 앞에 등장한 걸까?


피를 많이 흘린 탓일까?

머릿속을 정리하려 해도 자꾸 기억이 흩어져 갔다.

드문드문 단편의 기억은 이러했다.


5 영수 중 사슴의 녹영은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환혼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건 동물들의 얘기지, 인간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막상 찾아간대도 반겨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혼령계를 통한 영맥으로 진입이 목표였다.

영수가 머무는 곳엔 필시 영맥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역시 아무 때나 영맥으로 다이브를 할 수가 없다.

그런 게 가능한 존재는 손에 꼽을 정도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영맥은 영도를 지키는 문지기를 통해 갈 수가 있다.

다만 열기가 어려울 뿐이다.

문지기에게 공물을 받치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영맥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남형사 역시 문지기에게 과일을 공물로 받쳐 녹영의 영맥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들어간 영맥에선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남형사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녹영의 집터에 도착했다

현실에선 으리으리한 큰 빌딩인데, 영맥에선 조용한 공원 같았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반대로 남형사가 녹영의 땅에 발을 디디자 현기증을 유발했다.

사기? 인가?

붉은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피부에 닿는 게 마치 분무기로 피를 뿌린듯했다.

걸어가는 동안 앞에 형체가 보였다.

이질적인 존재다.

그가 뿜는 기가 어떤 동물인지 알기 어렵다.

남형사는 몇 걸음 걷지도 못한 채 픽 쓰러졌다.

숨쉬기조차 괴로운 공간이다.

애당초 여기가 영맥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러진 남형사 앞에 미지의 존재가 걸어왔다.

그리곤 너구리인 남형사를 들어 올렸다.


인간…

인간이 서있었다.

’쯧, 겨우 너구리 한 마리인가? 이걸로는 부족한데…’

그는 축 쳐진 남형사를 들어 올리곤 칼을 꺼내 들었다.

남형사는 그의 손목을 물어뜯어 위기를 피했으나 이내 픽 쓰러졌다.

인간은 손목을 만지며 발로 남형사를 걷어찼다.

’캥’ 외마디 소리를 내며 한구석으로 밀쳐졌다.


’이… 인간이 … 왜… 호… 혼령계에…’

남형사는 힘겹게 말을 던지자

그는 아주 시시한 걸 물어봤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너희 동물들은 참 단순해.

너희가 부리는 얄팍한 주술 하나로 너희들이 인간보다 위라고 생각하나?

아마 너는 환혼술 때문에 여길 찾았을 거야?”

그는 칼로 어깨를 치며 말했다


“환이든 가루든 네가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삼켰거나…

아니 그런 건 상관없어.

네가 환혼술에 관심을 보인 것만 해도 이 주술은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어있어.

그래 일종의 덫같은거지.”

그는 연극배우처럼 양팔을 펼치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너 같은 동물이 있어야 주술에 쓸 환을 만들 수가 있거든.

지금 여기에 떠도는 피안개도 마찬가지야.

너처럼 환혼술에 관심을 보인 동물들의 피란 말이지…


자꾸 근본 없는 잡종들이 찾아와서 환혼 환혼 거리는데,

환혼술은 너희 같은 잡종들이 아니라 고귀하신 분들을 위해 쓰이는 주술이란 말이다..”

미지의 인간은 남형사의 어깨에 칼을 꽂았다.

남형사는 비명조차 지를 기력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남형사는 앞의 인간의 말을 정리하려 애썼다.

그는 말했다.

고귀한 분을 위한 환혼이라고…

그럼 주약 말대로 녹영 일가가 깊이 관여된 건가?

하지만 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남형사의 의식은 멀어지고 피는 계속해서 피안개에 먹혀 들어갔다.


“자 보라고…

너의 피가 저 위로 흘러가는 것을…


좀 더 고급진 동물이 낚이길 바랐는데…

아쉽군…”

미지의 인간이 남형사를 들어 올려 배에 칼을 찌르려는 순간 기공파가 날아왔다.

인간은 기공파를 쳐내기 위해 남형사를 떨구자, 고양이 무리들이 능숙하게 받아서는 반대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간은 너구리를 가로챈 고양이 무리보다 피안개에서 걸어오는 존재에 더 신경을 썼다…

’이건 계획에 없는 건데…’

인간의 이마엔 식은땀이 흘렀다.


터벅터벅 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 나온다.

무엇이든 꿰뚫어 볼 듯한 황금빛의 눈으로…

금안의 ’ 용목’…


“인간…

특이하다냥~~

어째서…

그리고 단도…

돼지일족의 은혜를 받은 이가 영수의 집안에서 일하고 있냥?”


그가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피안개가 걷혀갔다.

인간이 자세를 고쳐 잡자, 고양이 무리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전투태세를 취했다.


용목의 눈짓으로 전투가 시작된다.

할퀴고, 베이고…

인간은 그새 방어하던 손가락 2개를 잃었다.

’투둑’ 떨어지는 소리가 무척이나 둔탁했다.


그사이 다른 고양이무리는 남형사를 치료하는 회복술을 펼쳤다.


다친 고양이는 뒤로 빠지고 건강한 고양이가 다시 자리를 메꾼다.

하지만 인간이 용목의 동료를 두 동강 냈을땐 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목숨은 거두지 말란 그분의 명 때문에 지지부진하게 싸웠을 뿐 애당초 용목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본연의 모습으로 앞발로 휘젓기만 해도 공간이 찢어지고 주술을 무력화하는 그이다.

두 동강을 내면 혼날까 싶어 용목은 앞발로 인간을 눌러 놓곤 주력으로 몸을 구속했다.


하지만 인간이 구속되자마자 재빠르게 다가와 그의 심장에 칼을 꽂는 자가 있었다.

’ 주약’…

족제비 일족의 필두…


인간의 피는 흩어지는 듯 하더니 빨간 환으로 뭉쳐졌다.

환혼술의 환…

인간은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결국 이것으로 그대와 나의 계약이…”

인간은 피를 토하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바로 숨졌다.

주약은 재빠르게 환을 챙긴 뒤 은신술을 펼쳤다.


남형사는 주약과 웃으면서 죽는 인간의 모습을 보곤 적잖이 당황했다.

’ 이용당했다’ 생각하는 그의 머리 위로 인간의 것인지 아님 다른 동물의 것인지 모를 피가 비처럼 떨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환혼술... 에필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