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서에 도착했을 땐 빗줄기가 제법 약해졌다.
마치 모데라토(Moderato) 같은 보통 빠르기였달까?
하지만 서안에서는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팀의 막내가 그에게 경례를 한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는 막내의 경례를 받고 자기의 자리에 앉으려 한 순간 큰소리가 들려왔다.
“야! 정현철!!!, 당장 내 방으로 들어와”
그는 아무 대꾸도 안 하고 바로 그를 따라 들어갔다.
-형사과장실-
이미 그 안엔 형사과장 외에도 2과 팀장도 있었다.
그리고 정현철 그가 3과 팀장이었다.
형사과장은 그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담배부터 꺼냈다.
쓰으읍 후우~~~
형사과장은 두어 번 그렇게 길게 담배를 빨아 마시다시피 했다.
정리가 되었다는 듯이 정현철을 노려봤다.
“3일만 달라며!!”그는 나지막이 으르렁 거렸다.
그래놓고는 보름 만에 나에게 준 게 저 말없는 통나무다?”
그는 거칠게 담배를 비벼 껐다.
그냥 죽은 게 아니구나?
현철은 통나무란 말에 내심 놀랐다.
동기인 2과 팀장이 말을 이었다.
“광수대 쪽에서 파는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어제 새벽에 발견됐어. 어깨의 문신을 보고 대충 예상은 했는데, 신원조회는 해야 해서 조금 늦게 보고 됐나 봐.”
형사과장은 자리에 앉으며 서있는 현철을 쳐다봤다.
“너, 그때 나한테 보여준 장부… 그거 그 새끼가 준거냐? “
“아니요, 걔는 전달책이었습니다. 누가 그 녀석을 부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현철을 딱 잘라 대답했다.
“그럼 우리 정리해 보자.
요즘 우리 관할에 겉으론 자선 사업단체라고 등록한 업체가 하나 있는데, 그건 위장용이고 주요 수입원은 다단계다. 더군다나 뒷구녕으로 약을 뿌리고 있다?!.
그리고 그 자선업체 윗선엔 요즘 말 많은 신흥 사이비 ‘하늘의 아이들’이 뒤에 떡하니 있단 말이지…
그런 사이비와 손잡고 코 풀고 있는 것은 폭력조직 최선웅과 그 산하의 김선조 똘마니들… 맞나?
통나무 군이 핸드폰 사진으로 보낸 장부 사본엔 이런 내용 일부와 돈 먹은 시의원도 몇 명 있고…”
형사과장은 조용하지만 힘 있게 현철에게 재차 확인한다.
“네 맞습니다.” 현철도 동의한다.
“통나무 군은 직통 전달조였다고 했지?
최근 전달한 아이템은 최선웅과 대립이 잦은 조직인 태성파…
내용은 클럽 사업확장을 위한 총알확보 및 약물 라인으로 인한 구역 갈등…
그런 와중에 태성파뿐 아니라 최선웅한테도 불리한 증거를 우리의 통나무 군이 확보한 뒤 무슨 이유에선지 너에게 전달하려 했다가 저 모양이 됐단 게 맞겠지?
그리고 양쪽이 얽힌 탓에 어느 쪽 선수가 등장해 처리했는지도 모르고…’
형사과장은 손가락을 책상 위에 톡톡 치며 미간을 잔뜩 찌푸린 체 현철만 응시했다.
“결국엔 영양가라고는 1도 없는 정황만 가득한 사진 쪼가리를 말이지…
현철이 너는 이게 노다지라도 될까 싶어서 만나서 장부도 얻고 사전청취도 하려 했더니, 누군가 그놈 눈알이고 콩팥이고 다 떼 버리고는 한적한 공사장에 매달아 놨다?”
형사과장은 이젠 현철이 대답할 차례라고 말하고 싶었다.
“현철아… 멍청하게 행동하지 마라.”
‘이런 젠장’
현철과 2 팀장은 비를 피해 뒤쪽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전혀 예상 못한 전개였다.
통나무라니…
“현철아, 조심해라. 요즘 최선웅 쪽에 선수 하나가 영입됐는데 좀 묘한 놈이라더라”
“묘한 놈?”
현철은 담배를 피우며 2 팀장을 바라봤다.
“얘가 칼을 쓰는데 크리스 같은 주술용 칼을 쓴다네?”
“크리스? 그게 뭐야?”
현철은 웃으면서 2 팀장에게 묻는다.
2 팀장은 담배를 입에 물고는 핸드폰으로 이미지를 보여줬다.
현철은 크리스를 보고는 어이없어했다.
물결모양의 얇은 날은 의식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걸로 사람을 베면 뼈에 날이 부러지거나 살에 꽂혀 제대로 죽일 수도 없을 듯한 모양새였다.
“장난해? 이걸로는 고기도 못 썰겠다.”
현철은 웃으면서 마지막 한 모금을 길게 당기고는 담뱃재를 털어냈다.
일이 꼬였다.
사실 그 녀석의 말을 다 믿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소린 아니었다.
그리고 현철은 장부의 원본보다 그 녀석이 했던 말이 신경 쓰였다.
다수의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그 녀석의 제보…
그것이 어떻게 사이비조직과 최선웅과 얽혀있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제 뭉친 실타래에서 한 올을 걷어 올린 셈이다.
하지만 걷어올린 그 한올이 너무 무겁다 느낀 그였다.
그는 그렇게 말없이 건너편 십자가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십자가의 네온불빛은 핏빛안개처럼 그의 눈에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