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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매거진에도 겨울이 왔어요

기울어진 지구를 이해하듯, 서로의 계절도 천천히 이해하며

by 플루토씨

가을 매거진을 함께 지나온 여러분,
이제 우리의 계절도 서서히 겨울로 기울고 있습니다.
지구가 공전 궤도 위에서 몸을 23.5도 기울이듯,
우리의 글도 계절에 맞춰 음영을 달리하는 순간이죠.




사실 겨울은
지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계절입니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빛은 낮은 각도로 들어오고,
같은 양의 빛도 더 넓게 퍼져 약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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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짧아지고 밤은 깊어져
지표는 빠르게 식어갑니다.

그 작은 기울기 하나가
대륙의 공기를 얼리고, 고기압을 키우고,
우리의 숨결까지 바꾸어놓죠.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 고기압이 천천히 숨을 들이켭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남쪽을 향해 한 번 크게 내쉬면
우리나라에는 그 유명한 파란 겨울 하늘이 내려앉습니다.

안정된 대기 아래, 별빛은 산만했던 여름보다 훨씬 또렷해지고
오리온자리는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겨울밤 가장 깊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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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겨울은
도로 위에서도 조용히 자신의 법칙을 펼칩니다.
0도를 전후로 물이 얼고 녹는 경계가 예민해지면서
블랙아이스라는 얇은 거울이 생겨납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만드는 것도,
과학이고, 계절입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겨울이 오는 이유를 알면, 겨울이 덜 춥다.”


지구는 단지 우리를 춥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균형을 어렵사리 유지하려고
각도를 조금 바꿔가며 계절을 건네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저는 이 차가운 계절이 오히려

지구가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숨결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매거진에도
겨울이 왔다는 사실이
저는 조금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 계절은
글이 더 느려지고, 더 깊어지고,
사람의 마음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시간입니다.

마치 겨울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며
사물의 그림자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요.


올해 우리가 쓴 글들도
어쩌면 그런 그림자와 빛을 가진 기록 들이었겠죠.


이 겨울,
여러분의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데워주기를,
그리고 우리 매거진이 또 하나의
‘겨울을 함께 견디는 작은 지구’가 되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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