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먹읍시다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노동의 시간이 되었을 설 명절이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친가와 처가를 넘나들며 육해공 산해진미를 먹느라 힘든 시간이었다. 아빠가 진수성찬을 너무 즐겨 소화불량에 걸리는 동안에도 우리 아이는 짧은 입을 자랑하며 밥보다는 과자를, 온갖 맛있는 반찬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만을 찾는다.
그것은 바로 김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들처럼 우리 아이는 김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고기반찬을 내버려 두고 김에 밥을 싸서 먹는 걸 제일 좋아한다. (요즘은 한우 구워주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밥을 잘 안 먹어 속을 썩이는 우리 아이를 찬양(?)하는 프랑스 일간지 기사 하나가 눈에 띈다. 프랑스의 유명 일간지 르 몽드(Le Monde) 지는 해조류를 즐겨 먹는 우리나라에 대한 기사를 아래와 같이 작성한 바 있다.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해조류를 양식해서 많이 먹는 것은 그렇다 치고 '지구를 위해'라는 표현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는 '탄소'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이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대기 중에 있는 탄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탄소 제거를 위해 정부는 물론 여러 연구진과 스타트업이 달려들고 있다. 거액의 펀딩을 유치한 스타트업들이 탄소 제거를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그들이 떠올린 방법은 나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나무는 한계가 있어 그들이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바다의 해조류이다.
'해조류 양식을 통한 탄소포집법'에 관한 연구 및 사업화는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해조류는 나무보다 시간당 흡수하는 탄소량이 약 3배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수십 배 이상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해조류는 나무나 농산물보다 재배과정이 간단하다. 무엇보다 바다의 면적이 육지보다 두 배 넓다. 전 세계가 해조류 양식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연간 10억 톤의 탄소(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탄소 제거 필요양)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해조류 양식에 필요한 면적이 약 100만㎢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는 캘리포니아 면적의 약 두 배 크기 공간이다.
더 큰 문제는 해조류 양식으로 발생한 수백만 톤에 달하는 해조류 처리 방식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해조류를 바다에 가라앉히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외국에서는 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사람이라면 드는 의문점.
해조류를 왜 버려요?
그 아까운 걸 왜 버려요?
그 맛있는 걸 왜 버려요?
외국에서 한국 해조류 양식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해조류 특유의 식감을 싫어하는 서양과 달리 우리는 김이나 미역을 즐겨 먹는다. 김을 참기름과 소금으로 구워서 먹으면 최고의 별미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다. 또한, 출산했거나 생일을 축하하는 미역국 역시 단골 메뉴이다. 또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반찬으로, 샐러드로, 쌈을 싸 먹기 위해 해조류는 우리 식탁에 오른다.
이렇게 수요가 많으니 해조류 양식 역시 활발하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해조류 양식 방법을 찾던 사람들이 한국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맛있어서 양식을 시작했는데, 해조류를 먹지 않는 외국에서 보기에는 지구 환경을 위해 양식을 하고 심지어 맛없는 걸 먹고 있다고 오해하기 딱 좋다.
해조류 양식의 위엄은 위성사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전라남도 완도를 찍은 사진을 보면 해조류 양식장이 너무 빽빽해서 식별이 가능할 정도이다. 이렇게 생산되는 해조류는 같은 문화권인 동아시아에 퍼져나갔으며,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의 해조류 수출액은 무려 6억 2천만 달러라고 한다. 전 세계 해조류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해조류는 기후변화 시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해조류에 대한 연구를 위한 재단을 만들고 표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러한 시류에 맞춰 해조류 양식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수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양식 방법은 노동 집약적 성격이 강하기에 이를 자동화, 첨단화할 필요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김의 매력에 빠져야 한다. 분명 우리 아이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김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다른 나라 어린이들에게도 김은 충분히 매력적인 음식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우리 아이처럼 김을 먹게 된다면 자연스레 김 양식, 더 나아가 해조류 양식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에서 강제로 김 양식하세요 하면 안 하지만, 돈이 된다는 것을 알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것이 사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