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를 찾아 유로파로 향하는 인류
초등학교 시절 우주소년단 활동을 하였다. 제복이 멋있어 보였던 것도 있지만, 우주를 좋아했기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로켓 발사, 고무동력기 대회 참가, 캠핑 등 많은 추억이 있지만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 것은 천문대 방문이다. 어딘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보현산 천문대가 아닐까 추정) 마당에 놓인 수많은 망원경을 통해 본 우주의 별들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목성의 4대 위성, 소위 말하는 갈릴레이 위성으로 알려진 천체들을 두 눈으로(정확히는 한 눈으로) 본 것이다. 1610년 갈릴레이가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발견한 위성을 수백 년 뒤에 직접 봤다는 희열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400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유로파는 오랫동안 단순 밝은 점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의 관측과 탐사를 통해 이 위성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파에는 거대한 바다가 존재한다. 이 위성의 바다는 지구의 바다보다 두 배 이상의 수량을 가지고 있고, 얼음으로 된 겉면 아래 물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얼음 표면은 가끔 깨지면서 물기둥이 분출된다. 이는 유로파의 바다가 활동적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물기둥이 대기로 방출될 때를 잘 노린다면 우주선이 유로파의 바닷물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유로파의 바다가 주목받는 것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밥 파팔라도는 유로파의 바다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언급한다. 특히, 지구에서도 물이 존재하는 곳에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유로파의 바다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NASA는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올해 말 발사할 계획이다. 50억 달러가 투자된 유로파 클리퍼는 2030년 목성에 도달하여 4년간 유로파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탐구하게 된다. 2년 후에는 유럽 우주국(ESA)에서도 탐사선 주스(Juice)를 발사한다. 지난해 발사된 주스는 목성의 위성들을 탐사하기 위한 것이라면, 2년 후 발사되는 주스는 보다 유로파에 집중한다고 한다.
유로파 클리퍼의 임무는 유로파의 바다, 얼음 표면을 조사해서 지구로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바다와 얼음 아래 숨겨진 비밀을 찾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 역시 탐구하게 된다. 기대대로 유로파에서 생명체의 존재 혹은 그 흔적을 찾아낸다면 인류에게 있어 큰 도약이 될 수 있음에 분명하다.
NASA에서는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하기 전에 대중을 대상으로 하나의 이벤트를 기획한다. 그것은 바로 유로파 클리퍼에 본인의 이름을 넣어 보낼 수 있는 것. 마치 과거 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망망대해 바다에 띄워 보냈던 것처럼 먼 우주를 향해 떠나는 클리퍼에 본인의 이름을 넣어 보내는 것이다. 수십억 킬로미터를 날아간 나의 이름이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닿는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계정 하나당 하나의 이름만 넣어서 보낼 수 있다. 나의 이름을 적어 머나먼 우주로 띄워 보내고 싶었지만 아빠 된 도리상 우리 아이의 이름을 적어 보내기로 한다. 우주를 좋아하는 아들이 2030년이 되어 유로파 탐사선 클리퍼가 가져오는 뉴스를 볼 때쯤, 너의 이름이 저기 함께 있단다라고 이야기해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이름을 적어 보냈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위해 NASA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미지도 별도로 만들어준다.
여기서 드는 하나의 의문.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름을 클리퍼가 가지고 유로파로 떠날 텐데, 과연 어떻게 가지고 가는 것일까? 이미 NASA에서는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이벤트를 개최한 바 있다. 과거 화성으로 탐사선을 보낼 때도 'Message in a Bottle' 이벤트를 추진한 바 있으며,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은 지구상의 생명과 문화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소리, 이미지 데이터와 함께 우주로 보내졌다.
화성을 탐사하는 로버인 큐리오시티가 발사되었을 때는 무려 1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여하였다. 이 사람들의 이름 모두가 큐리오시티에 탑재된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이름들은 동전 한 푼 크기의 두 개의 칩에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규모로 새겨졌다.
아직은 먼 훗날이지만 2030년 유로파 클리퍼가 들려줄 소식에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역사적 현장에 우리 아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것은 우리 집만의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최근 아이 여권을 만들며 영어 이름을 'Yunu Choi'로 등록을 해서 유로파 클리퍼에 포함된 이름을 바꾸려고 NASA 이벤트 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이름 신청이 마감되었네요. 만석이 되어 이제는 이름을 실어 유로파로 보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 보고 신청 방법을 알아보시는 분들께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진작 글을 써야 했었는데, 이벤트 신청하고 까먹고 있다가 유로파 관련 뉴스를 보고 급 쓰는 글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