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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Mar 06. 2024

우리 아이가 처음 좋아하게 된 위인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이제 생후 38개월이 다 되어가는 우리 아들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점은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담을 넘어 노래방에 놀러 가다 걸려 기합을 받던 아빠를 닮았다. 동요를 자주 부르는 아이이지만, 어린이집 졸업식을 전후로 해서 율동이 있는 노래를 주구장창 부른다. '헬로카봇', '보글보글', '하트하트 앙' 등 어린이집 졸업식에서 공연을 했던 노래들을 졸업 후에도 계속 부르며 춤도 함께 추는 우리 아이이다. 


위에서 언급한 노래와는 결이 조금 다른 노래 하나에도 최근 꽂혀있다. 바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다. 설 연휴 외갓집에서 마음껏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이 노래를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에게 위인들 노래를 틀어달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아이가 자주 듣는 노래


가사를 외우는 능력이 뛰어난 건지 5절이나 되는 노래를 몇 번 듣더니 제법 잘 흥얼거린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노래가 뒤죽박죽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반짝반짝 홍길동 의적 임길동 대쪽 같은 삼학사 어사방정환"

.... (후략).....

"안중근은 매국 이완용은 매국 역사는 흐른다"


1절부터 5절까지 등장하는 위인들이 뒤죽박죽 등장하는 노래를 부르는 우리 아이. 많은 부분에서 사소한 오류가 있지만 마지막 가사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매절 등장하는 마지막 가사인 "역사는 흐른다"도 처음에는 "역사는 흘린다"로 불러서 교정하느라 애 먹었는데, 아직도 교정이 안 되는 부분! 애국지사 중 한 분인 안중근 의사를 수식하는 가사로 계속 '매국'을 넣는다. 애국으로 고쳐라고 해도 잘 안 고쳐진다. 매번 아이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안중근 의사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어려운 가사의 노래를 부르다 보니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수식어가 틀리는 것은 일상다반사이다. 하지만 절대로 틀리지 않는 가사가 딱 하나 있다. 바로 다음 가사이다. 


출처 : 유튜브 톰토미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를 처음 들을 때부터 아이는 이야기했다.


"왜 못 살겠다 홍경래야?"

"왜 못 살겠데?"

"나는 못 살겠다 홍경래 좋아"


매번 아이는 4절 '못 살겠다 홍경래' 부분만 지나가면 위와 같은 질문을 퍼붓는다. 초등학교 시절 저 노래를 다 외우고 한국사에 나름 관심이 있는 아빠이지만 4절쯤에 나오는 내용은 조금 생소하다. 조선 후반의 암울한 역사 부분은 재미가 없어 자세히 보지 않았기에, '못 살겠다 홍경래'의 배경이 되는 '홍경래의 난'은 아빠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홍경래(1771 ~ 1812)는 조선 후기 인물로 사회의 부정부패와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그 유명한 '홍경래의 난'을 일으킨다. 난을 일으킨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서북지역에 대한 차별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홍경래가 살았던 서북지역은 과거에 합격해도 고위관직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타지역 대비 엄청 좁았다. 교육의 기회 역시 타지역 대비 적을 수 밖에 없다. 조선 초기부터 내려오던 해당 지역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 때문이다. 


윗 문단의 이유를 아이에게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 할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아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 준다. 


아빠 : 홍경래 아저씨 회사가 없어서 못 살겠데

아이 : 왜 회사가 없어?

아빠 : 나라에서 공부를 못 하게 했어

아이 : 공부 못 하면 못 살겠다 되는 거야? 

         공부를 안 했으면 공부를 해야지!


일단 이 이유는 넘어가자. 홍경래가 난을 일으킨 주원인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서북 지방의 생활고이다. 조선 후기의 부정부패, 흉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많은 민초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나라를 갈아엎자는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생활고라는 이유를 가지고 아이에게 설명을 시도해 본다. 


아빠 : 홍경래 아저씨는 배고파서 친구들이랑 함께 못 살겠다고 나온 거야

아이 : 배고파서?

아빠 : 응. 너무 배고파서 홍경래 아저씨와 친구들이 칼 들고 싸우러 간 거야.

아이 : 내가 햄버거 사줄 수 있어. 아빠 햄버거 들고 홍경래 아저씨에게 가자!





아이가 이해한 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대화 이후에는 왜 못 살겠다고 한 건지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못 살겠다 홍경래' 가사는 좋아하고, 이 부분은 절대로 틀리지 않고 잘 부르는 아이이다.


지난 2월, 리조트에 놀러 갔을 때, TV를 틀었는데 아이가 신이나서 소리친다.


"홍경래 아저씨와 친구들이다!!"

"못 살겠다 홍경래다!!"


갑자기 무슨 아닌 밤중에 홍경래 아니 홍두깨 같은 소리지 하고 TV를 봤더니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반란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칼을 든 반란군 장수들이 궁궐을 접수하는 과정을 보고, 아이는 홍경래를 떠올린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아빠는 이거 브런치 글감이다하며 사진을 찍었고, 그런 아빠를 본 아이는 브이를 한다.





개강과 함께 정말 미친듯이 바쁜 일들의 연속입니다. 국가과제 접수를 하느라 최근 며칠을 철야작업 했는데, 오늘 접수를 하자마자 저널에 제출한 논문 리비전이 왔네요. 수정할 내용이 어마무시해서 엄청 좌절 중입니다. 게다가 개강해서 수업도 해야 하는데 ㅠㅠ 그래서 당분간 글 업로드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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