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최애곡 '쿠키', 인공지능 최애곡 'Attention'
내가 만든 쿠키
우리 집에만 있지
놀러 와
아직도 30개월인 우리 아들은 동요를 참 잘 부른다.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가 들려주는 동요를 매일 듣다 보니 동요 첫 시작 구절만 살짝 던져줘도 그 뒤를 이어 동요를 완창 한다. 최근 가장 많이 부르는 동요는 '구슬비'이다.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산책을 할 때 보여줬던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이 인상적이었는지 구슬비를 하루 종일 흥얼 거린다. 그리고 산책을 하러 나갈 때마다 물어본다. 구슬비 볼 수 있냐고.
이렇듯 동요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이지만 유일하게 흥얼거리는 아이돌(Idol) 노래가 있다. 그건 바로 위에 가사를 적은 뉴진스(NewJeans)의 '쿠키(Cookie)'이다. 가끔 엄마 아빠가 주말에 아리아에게 아이돌 노래를 틀어달라고 시킬 때가 있다. 그때 나온 인기 아이돌들의 노래들 중 우리 아들의 뇌리에 확 꽂힌 노래가 바로 뉴진스의 쿠키인 것이다.
뉴진스는 따로 부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장 핫한 K-Pop 가수 중 하나이다. 올 초에는 'Ditto'라는 노래가 큰 인기 더니 최근에는 신곡 'Super Shy'가 인기이다. 하지만 우리 아들에게는 이러한 뉴진스의 초메가히트곡 보다 '쿠키'라는 노래가 더 좋나 보다. 왜 우리 아들이 뉴진스를 비롯한 다양한 아이돌의 인기곡이 아닌 조금은 덜 유명한(뉴진스의 쿠키도 히트곡이지만) 쿠키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지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뉴진스가 전 세계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인 노래가 좋아서이다. 노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뉴진스 노래는 다른 아이돌 노래들보다 듣기가 편안하다. 너무 무겁지도 또 가볍지도 않으면서 감각적인 리듬과 트렌디한 멜로디, 그리고 중독성 있는 가사까지. 특히, '쿠키'라는 노래는 다른 뉴진스 노래보다 더 편안하게 들린다. 마치 동요와 비슷하게 이지 리스닝이 가능한 편안한 노래가 바로 '쿠키'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들은 뉴진스의 '쿠키'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더 큰 이유는 '쿠키' 그 자체일 것이다. 단 맛을 주는 과자에 푹 빠진 우리 아들은 쿠키를 좋아한다. 그래서 '머핀맨'이라는 동요도 좋아한다. 그러니 당연히 본인이 좋아하는 쿠키가 나오는 뉴진스의 '쿠키' 노래도 좋아하지 않을까? 가사도 따라 하기 좋다. 자기가 다 이해할 수 있는 말로만 후렴구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계속해서 흥얼거린다. 내가 만든 쿠키. 우리 집에 있지. 놀러 와 (후렴구의 본인이 이해 못 하는 '얼마든지 굽지' 등의 가사는 따라 하지 않는다 ㅎㅎ)
본 포스트의 제목은 '인공지능'과 '아기' 모두 뉴진스를 좋아한다고 되어있다. 뉴진스의 퍼포먼스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뉴진스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하였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뉴진스를 좋아한다는 뜻은 무엇일까? 인공지능과 뉴진스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시곗바늘을 2017년으로 돌려보자.
2017년 구글의 Ashish Vaswani 외 다수의 연구자는 인공지능 역사를 바꾼 논문 하나를 발표한다. 바로 지금의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의 가장 근간을 이루고 있는 알고리즘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가 바로 2017년 NIPS라는 유명 학회에서 발표된 것이다. 챗GPT의 T가 트랜스포머의 T일 정도로 지금의 트랜스포머는 번역, 자연어처리, 이미지인식, 컴퓨터비전 등 인공지능 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알고리즘이다.
여기서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고 정말 간단히만 이야기하자면, 트랜스포머는 기존 딥러닝 알고리즘, 신경망의 발전된 모델이다. 기존의 딥러닝은 주변의 정보들만을 가지고 학습을 한다면, 트랜스포머는 입력 데이터를 다른 모든 요소와 연결 혹은 '주의를 기울이도록' 학습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가 등장한다. 바로 '어텐션(Attention)'이다. 트랜스포머의 핵심 개념인 어텐션은 데이터 요소 하나하나가 다른 모든 요소들에게 어텐션을 하며 학습을 진행시킨다는 의미이다. 기존 딥러닝이 주변 정보만을 가지고 학습을 했던 것과 달리 트랜스포머가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어텐션'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공지능 역사를 바꾸고 있는 트랜스포머를 다룬 논문의 제목은 바로 다음과 같다.
Attention Is All You Need
이제 여기까지 왔으면 왜 인공지능과 뉴진스가 연결이 되는지 눈치를 챈 분도 꽤 계실 거다. 2022년 7월 뉴진스는 '어텐션(Attention)'이라는 곡을 발표하며 K-pop 강자로 단박에 떠올랐다. 이 보다 5년 전 구글에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부는 어텐션"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미 2017년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어텐션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면서, 5년 뒤에 어텐션이라는 단어는 한 걸그룹에 의해 전 세계로 더 퍼져나갈 것이다라는 암시를 준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비약인 걸까? 네, 너무 비약입니다.
추신)
뉴진스의 '쿠키' 노래는 좋아하지만 아직 뉴진스는 모르는 우리 아들.
여느 주말처럼 '쿠키'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다 물어본다.
"이거 무슨 노래야?"
답을 채하기도 전에 자문자답을 한다.
"이거 아이돌 노래야!"
그리고는 내가 사준 쿠키를 흥얼거린다.
..........
엄마, 아빠가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아리아, 아이돌 노래 틀어줘"
라고 명령한 걸 기억하고는, 아리아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돌 노래는 모두 '아이돌'이라고 통칭해서 기억을 한 것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뉴진스 누나들 노래야."라고 알려줘야겠지만 지금은 아이돌 노래로 통칭해도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