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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Jun 16. 2023

다수 학생들이 예비군 훈련을 간다네요??!!

예비군 훈련에 대처하는 교수의 자세

요즘 대학 교수들의 예비군 관련 대처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한국외대, 서강대 등에서 예비군 훈련을 출석이나 장학금 산정에 인정해주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는데, 또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5월, 6월 들어 예비군 훈련이 한창이다. 코로나 이후 하지 못했던 예비군 훈련이 정상화 되면서 최근 몇 년간 잠잠했던 문제들이 한 번에 터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먼저 교수된 입장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욕을 먹는 교수들이 안타까우면서도 이러한 상황은 백번 잘못된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바이다. 온라인에서는 교수들이 미필자가 많아서이니, 사회성이 결여되어서이니, 타인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니 하면서 교수 직군에 대한 토끼몰이가 진행되는 것도 어느 정도 자초한바가 있지 않나 반성을 해야한다. 물론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수업을 들은 학생과 아닌 학생에 대한 차등을 둬야 하는게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허용이 되는 사항을 개인이 판단을 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가 아닌 예비군 훈련을 마친지 몇 년 안 된 민방위로서 얘기를 하자면 아직 일부 예비군을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에 대한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예비군 훈련이라는 것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 까지 적게는 하루, 길게는 2박 3일 가서 꿉꿉한 환경과 흙먼지에서 뒹굴며 맛 없는 도시락을 먹고 와야 하는 것인데, 훈련을 받는 것도 힘든데 불이익까지 발생한다? 이건 참기 힘든게 사실이다. 




이번 학기 전공필수 교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50명 정원이 꽉차서 빡빡하게 진행이 되는 교과목이다. 지난 5월말, 한 학생이 메일을 보냈다. 


예비군 훈련과 수업이 겹치는 데 수업 내용 보강이 가능한가요?


이 메일은 뉴스에서만 보던 예비군-수업 겹침이 나에게도 벌어졌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그럼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까?




1. 출석은 당연히 인정을 해준다


많은 분들이 모르실 수도 있지만 대학은 예비군 훈련 출결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나만 해도 학교로부터 예비군 출결에 관한 유의사항을 여러 차례 안내받은 바 있다. 


대학 측으로부터 받은 안내 사항


이렇듯 학교에서는 예비군 참석하는 학생들을 명단으로 관리해서 안내를 해주고, 출석을 반드시 인정하라는 안내까지 해주고 있다. 메일의 말미에는 예비군 관련한 출석을 인정해주지 않을 시에 발생하는 사항들에 대해서도 아주 강조를 하고 있다. 


자세히 안 보이지만 처벌 받는다는 내용이다.


예비군 훈련으로 수업을 빠지게 되면 공결 처리를 해준다. 이것은 이제 당연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고, 회사 및 학교 모두 예비군으로 인한 결근 혹은 결석은 공결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완연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이러한 사례들로 봤을 때, 내 수업에 예비군으로 빠지는 학생들은 공결 처리를 해준다. 그리고 수업은 정상 진행을 한다. 이렇게 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연달아 발생한 또 하나의 문제!!




2. 예비군으로 인해 발생한 학습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메일을 보낸 학생에게 공결처리를 해줄테니 안심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오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연이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였다. 내 수업이 있는 날은 바로 우리 학부 남학생들이 단체로 예비군 훈련을 받는 날이었던 것이다. 두둥!!


대학에는 보통 예비군을 관리하는 부대가 별도로 있고 이 곳에서 일괄적으로 학생 예비군을 관리하게 된다. 여기서 학과별로 훈련을 받는 날을 지정했고, 하필이면 내가 전필 수업을 하는 날, 우리 학부 남학생들이 단체로 예비군을 받게 된 것이다. 


총 50명 수강생 중 10~20 명이 예비군 훈련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학생들 중 일부는 강력하게 수업 내용을 듣기를 원하고 있었다. 예비군 훈련 시기가 기말고사 2주 전이라 학생들은 강의자료 뿐만 아니라 내가 말로 하는 강의 내용을 함께 듣고 싶었던 것이다. 


학습권을 보장해주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다. 강의를 녹화로 제공을 해줄 수도 있으며, 강의자료로 갈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의자료로만 공부를 하게 되면 내가 중요하다고 강의하는 내용들을 놓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다수의 학생들은 판단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3시간 수업을 녹화를 해서 별도로 제공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인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예전에 합법적으로 수업에 안 가면서 출석을 인정받으면 마냥 좋다고 생각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그냥 수업 안 들으면 좋은 거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나와 생각이 다른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듣기를 강력하게 희망을 한 것이다. 특히나 기말고사 직전 강의이기에.


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1. 수업을 강행하고 보강은 강의자료로 대체한다.
2. 수업을 강행하고 수업을 녹화하여 제공한다.
3.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프라인 수업의 전달력을 온라인 수업은 절대로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전공 수업, 특히나 전산 실습을 동반하는 수업은 무조건 오프 수업이 낫다고 생각하여 수업을 설계한다. 하지만 이런 긴급상황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3번 안을 선택하고 학생들에게 공지를 하였다.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은 휴강이고, 온라인 강의 녹화분을 LMS에 업로드 하니, 기한 내 모두 수강하라고.


공지를 하니 모든 학생들이 좋아한다!!?? 응????


코로나 이후 많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다. 대면강의가 다시 시작된 올해이지만, 여전히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는 수업에 대한 인기는 상당히 높다. 학교에 오지 않아도 집에서 언제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이기에 오프라인 수업은 휴강을 하고 온라인 강의를 한다고 하니 예비군 훈련을 참석하는 학생들,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 모두 행복해한 것이다.


오프라인 수업을 더 재밌게 만들어야겠다는 숙제를 남기며, 예비군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 되었다. 


많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예비군 문제들 역시 잘 해결되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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