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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Nov 18. 2023

예전만큼 수능 분위기가 안 난다?

수시가 늘어났기 때문?

나는 수능을 보지 않았다. 심지어 수능 모의고사도 한 번 본 적이 없다. 고2 1학기 이후 대학이 정해졌기에 수능은 언제나 남의 얘기였다. 그렇기에 3자의 입장에서 수능 분위기는 나름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한 번도 수능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었기에. 과거 수능을 칠 때면 전국이 떠들썩했다. 하지만 점점 수능칠 때의 열기는 줄어들었고, 올해 11월 16일 시행된 2024 대학수학능력시험 역시 당사자가 아니면 그 분위기를 체감하지 못할 정도이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아래 기사에서도 현재 수능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출처 : 매일신문


대학에서 현직으로 있으며 느낀 최근의 입시 동향을 통해 수능 분위기가 왜 예전 같지 않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개인의 경험에 기반한 글이기에 100% 팩트만 반영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주시면 좋겠다.




인서울 대학은 입학 정원 60%를 수시전형으로 선발한다.


우리 학교는 정원의 60%를 수시로, 40%를 수능이 반영되는 정시로 선발한다. 이러한 비중은 인서울 대학 거의 모두가 동일하다. 대학들은 수시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을 선호한다. 교육부에서 수능 비중을 반강제 하지 않았다면, 인서울 대학 대부분들도 수시 비중을 확 늘릴 것이다. 그럼 대학들이 수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에 수시로 오는 학생들은 내신이 2~3등급으로 꽤나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 수능으로 오는 학생들도 2~3등급대 성적 분포를 보이며, 일부 과목은 4등급인 경우도 있는 듯하다. 얼핏 보면 등급이 비슷해 보이지만, 내신 등급은 학교 및 지역의 학업 성취도와 무관하게 매겨지기에, 일반적으로는 수능으로 오는 학생들의 고등학생 시절 학업 성취도가 수시로 오는 학생들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라면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대학들이 수시 선발을 선호하는 이유는 중도이탈률 때문이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정시 전형 학생들의 이탈률이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통계이지만, 현재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시로 온 학생들은 이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능을 보고 들어온 학생들은 수능 등급에 맞춰 대학을 왔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된다. 몇 문제만 더 맞혔어도 더 좋은 대학을 갔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모의고사 대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을 경우 아쉬움이 진하게 남게 된다. 그래서 정시로 온 학생들은 반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인서울 대학에 온 학생들은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연고대에 간 학생들은 서울대에 가기 위해, 서울대에 간 학생들은 의대에 가기 위해 수능을 다시 준비한다.


수시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수시로 학생을 많이 뽑게 되면서, 수시를 고1 때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은 애초에 타깃을 여러 대학으로 정해놓고 지원을 하게 된다. 수시에 쓸 수 있는 원서는 총 6장이고, 이 중 한 곳이라도 합격을 하게 되면 무조건 그 대학으로 진학해야만 한다. 그래서 6장 중에 1~2장은 소신지원, 1~2장은 안전지원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학을 선별했기에, 애초에 대학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게다가 수시를 타깃으로 하는 학생들은 수능 공부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된다. 반수 성공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학교에서의 생활에 충실하게 된다.


대학 입장에서는 중도에 학생이 이탈하면 꽤나 큰 타격이 된다. 인서울 대학의 경우 자퇴생의 TO를 편입으로 전환시키는데 제약이 꽤 있다. 그래서 학교 입장에서는 수시 비중을 늘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수능의 비율을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하기에, 거의 모든 인서울 대학은 수능 모집비율을 40% 선으로 딱 맞추고 있다.




지방의 대학은 무너지고 있다.


인서울 대학들은 수능으로 모집하는 비율을 40%선으로 맞추고 있지만, 지방으로 가면 이러한 선의 의미가 없다. 지방의 대학들은 수시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비율이 80%를 넘어간다. 문제는 서울 쏠림 현상이 심해지며, 지방 대학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우리 학교에 진학하는 지방의 학생들은 해당 지역의 지방거점국립대를 포기하고 오는 경우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정도가 심해져, 부산대나 경북대를 합격하고도 우리 학교로 오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학과의 입결까지 봐야겠지만, 지방의 우수 인재들이 서울로 오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쏠림 현상 가속화는 자연스럽게 지방 대학 위기로 이어진다. 지방의 국립대의 입결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다들 들어봤을 법한 지방의 명문 사립대의 입결은 상당히 떨어졌다. 지방의 어르신들이 들으면 놀랄 정도로 지방 명문 사립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그러니 일반 사립대는 어떻겠는가? 다수의 대학들은 원서만 내면 들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인서울 수시를 애초에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최근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기에 수능은 그냥 응시하는데 의의를 두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험표를 얻기 위해 수능을 보는 경우도 많다. 이마저도 귀찮으면 수능을 안 보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에 근무하던 시절 고등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수능을 안 보는 학생의 비중이 꽤나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수능은 비중이 줄고 있는 정시를 위한 시험이 되고 있다. 고3 현역은 수시, 재수생은 정시를 노린다는 얘기는 입시 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수능 분위기를 예전만큼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수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능은 대학을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이고, 그렇기에 수능에 응시한 학생들, 그리고 뒷바라지해 주신 학부모님들의 노고는 격려받아 마땅하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을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능을 본 적은 없지만, 수능 문제를 보는 것은 꽤나 즐겨한다. 매년 수능이 마무리되면 국어와 수학, 과학 문제는 한 번 훑어보는 편인데, 국어 문제에서는 비문학 지문에 익숙한 것이 보인다. 요즘 수업에서 다루는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지문인데, 기초 지식이 없으면 조금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학 문제를 볼 때면 늘 1번 문제는 암산해서 풀어보자는 마음으로 본다. 다들 아래 1번 문제 정답이 무엇인지 맞춰보실 수 있을까요?


국어 문제 / 수학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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