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반짝이는 술잔, 그리고 눈물의 도주극
우리가 미술관의 반짝이는 유리 공예품 앞에서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 그 섬세한 빛깔과 영롱한 자태 뒤에 숨겨진 치열한 시장의 법칙과 때로는 무자비했던 독점의 역사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역사 속에는 종종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경쟁과 독점의 문제들이 놀랍도록 선명하게 투영되어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작은 섬 무라노(Murano)에서 피어난 눈부신 유리 예술과 그 이면에 숨겨진 '유리 왕국'의 비밀을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이 작은 섬의 이야기는 어떻게 아름다운 예술품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시장지배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힘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줄 것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푸른 유리잔, '코파 바로비에르(Copa Barovier)'는 15세기 이탈리아 무라노 섬에서 탄생한 유럽 최고급 유리 공예품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섬세한 에나멜 장식과 금박이 어우러진 이 잔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한때 유럽 유리 시장을 호령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치밀한 독점 전략과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입니다.
베네치아의 유리 제조 기술은 이미 로마 시대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러나 13세기 후반, 유리 제조에 필수적인 뜨거운 용광로가 도시의 빽빽한 목조 건물들에 큰 화재 위험을 초래하자 베네치아 공화국 정부는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1291년, 법령을 통해 모든 유리 공방을 베네치아 본토에서 북동쪽으로 약 1.5km 떨어진 무라노 섬으로 이전하도록 명령한 것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화재 예방이었지만 이 결정에는 더 깊은 속셈이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유리 제조 비법이라는 귀중한 '산업 비밀'을 한 곳에 모아 철저히 통제하고 경쟁국으로의 유출을 원천 봉쇄하려는 고도의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무라노는 유리 장인들에게 일종의 '황금 감옥'과도 같았습니다. 그들은 섬 안에서 높은 사회적 지위와 여러 특권을 누렸습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는 용광로 수리와 휴식을 위해 길게는 3개월~5개월에 달하는 공식적인 휴가가 주어졌고 심지어 귀족과 결혼할 경우 자녀에게도 귀족 신분이 보장될 정도로 예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달콤한 특권 뒤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랐습니다. 유리 장인들은 공화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절대 섬을 떠날 수 없었으며 제조 비법을 외부에 유출하는 행위는 국가 반역에 준하는 중죄로 간주되어 사형에 처해질 수 있었습니다. 베네치아의 강력한 정보기관이자 비밀경찰 조직이었던 '10인 위원회(Council of Ten)'는 유리 장인들을 직접 관리하며 이러한 규정을 냉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시행했습니다. 만약 장인이 무단으로 섬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면 그의 가족이 투옥되었고 그래도 복귀하지 않으면 암살자가 파견되어 처리되었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심지어 비밀 누설 혐의만으로도 정식 재판 없이 처형당했다는 설화와 함께 운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들을 두고 "살라만드라(불의 정령)에게 잡아먹혔다"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섬뜩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러한 철통 보안과 강력한 통제 속에서 역설적으로 무라노의 유리 공예는 15세기와 16세기에 눈부신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특히 15세기 중반, 안젤로 바로비에르(Angelo Barovier)와 같은 천재 장인들은 '크리스털로(cristallo)'라 불리는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며 가벼운 혁신적인 유리를 개발해 유럽 전역을 매료시켰습니다. 이는 이전의 두껍고 불투명했던 유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으며 섬세한 디자인과 가공을 가능하게 하여 유리 공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이 시기 무라노에서는 대리석 무늬를 신비롭게 구현한 '칼체도니오(calcedonio/아래 사진)', 유리 속에 미세한 구리 입자를 넣어 금속처럼 반짝이는 효과를 낸 '아벤츄린(aventurine)', 그리고 수천 개의 다채로운 유리 조각을 꽃무늬처럼 박아 넣는 '밀레피오리(Millefiori)' 등 독창적이고 화려한 기법들이 연이어 탄생하며 무라노 유리의 독보적인 명성을 공고히 했습니다. 16세기에는 베네치아 정부가 무라노 유리 장인들에게 사실상의 유리 생산 독점권을 부여하며 이들의 기술적 우위와 시장 지배력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유럽의 왕실과 귀족들은 앞다투어 진귀한 무라노 유리를 수집했고, 무라노는 명실상부한 '유리 왕국'으로 군림하며 베네치아 공화국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라노의 철옹성 같던 독점 체제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8세기에 이르러 보헤미아 등 다른 지역의 유리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라노의 아성은 도전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754년, 무라노의 명문 공방 미오티(Miotti) 가문에서 일하던 하급 직원 피에트로 데 베토르 푸를란(Pietro de Vettor Furlan)이 유리 제조 비법을 담은 문서를 몰래 복사해 품에 숨기고 보헤미아(현재 체코)로 탈출을 시도하는 극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베네치아 국가심문관은 "비밀이 새어나가면 (베네치아의) 시장을 빼앗긴다"는 절박한 이유를 대며 푸를란에 대한 사형 명령을 내리고, 그를 추적하여 제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푸를란의 최종 행방은 묘연하지만, 기록에는 그가 "도망 중 살라만드라에게 먹혔다"라는, 즉 암살되었음을 암시하는 보고만 남아있다고 전해집니다. 이 사건은 황금기가 저물어가던 시기에도 베네치아 공화국이 유리 기술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이었으며 때로는 얼마나 잔혹한 수단까지 동원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단면입니다.
이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라노 유리 공예품의 이면에는 기술 독점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경쟁자를 배제하려 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강력한 통제와 그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장인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논의하는 경쟁법, 특히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는 개념을 역사 속 예술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 유독 힘이 세고 덩치가 큰 '골목대장'이 있었다고 상상해 봅시다. 이 골목대장이 자기 마음대로 놀이 규칙을 정하고 다른 친구들이 가진 좋은 장난감을 빼앗거나 자기와 놀지 않는 친구들을 괴롭힌다면 어떨까요? 다른 친구들은 신나게 놀고 싶어도 골목대장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놀지 못하고 결국 골목 전체의 분위기가 엉망이 될 것입니다. 아무도 골목대장에게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기도 어렵게 됩니다.
경쟁법에서 말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란 바로 이 골목대장의 횡포와 비슷합니다. 어떤 시장, 예를 들어, 과거 유럽의 유리 시장, 오늘날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 검색엔진 시장 등에서 압도적인 힘, 예를 들면 높은 시장점유율, 독보적인 기술력, 막강한 자금력 등을 가진 기업이나 집단이 그 힘을 부당하게 사용해 다른 경쟁자들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마치 골목대장이 자기 멋대로 놀이 규칙을 바꾸고 다른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것처럼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인 것입니다.
무라노의 유리 장인들과 그들을 통제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당시 유럽 유리 시장에서 앞서 비유한 '골목대장'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하고 혁신적인 유리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베네치아 공화국 정부는 이들에게 유리 생산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권까지 부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무라노는 유럽 전역의 유리 가격, 공급량, 품질 기준 등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힘, 즉 '시장지배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이 막강한 힘을 공정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의 기술을 국가 기밀처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그 기술을 외부로 조금이라도 유출하려는 장인을 사형에 처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습니다. 이처럼 특정 시장에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사업자가 그 힘을 이용하여 ①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거나 바꾸는 행위(가격 남용), ② 물건의 생산량이나 판매량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공급 제한), ③다른 경쟁자의 사업 활동을 어렵게 만들거나 못하게 막는 행위(사업활동 방해), ④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장벽을 치는 행위(진입 봉쇄), ⑤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불공정한 방식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이 바로 경쟁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대표적인 유형들입니다.
무라노 유리 장인들과 베네치아 공화국의 행위는 이러한 유형 중 상당 부분에 해당하며 자신들의 독점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제한하며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해친 전형적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무라노 섬의 유리 장인들이 유럽 유리 시장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면 오늘날에는 거대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디지털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토에서 과거의 '유리 왕국'과 유사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검색엔진 시장의 구글이나 국내 포털 및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네이버와 같은 기업들의 사례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가 현대에도 얼마나 중요한 쟁점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글로벌 검색 시장의 절대강자인 구글은 여러 차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각국 경쟁 당국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7년, 구글이 자사의 비교 쇼핑 서비스인 '구글 쇼핑'을 검색 결과 페이지 최상단에 부당하게 노출시키고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쇼핑 서비스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취급한 행위에 대해 약 24억 2000만 유로(우리 돈 약 3조 4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는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힘을 쇼핑 비교 서비스라는 다른 시장으로 부당하게 확장해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최근 미국 법원에서도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거액의 돈을 지불하며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하도록 한 행위 등이 불법적인 독점 유지 행위라고 판결하며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글의 시장지배력 남용 사례는 적지 않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구글이 모바일 게임사들에게 자사의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에만 게임을 독점적으로 출시하도록 유도하고, 경쟁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는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방해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42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게임사들에게 구글 플레이 독점 출시를 조건으로 앱 마켓 첫 화면 노출(피처링)이나 해외 진출 지원과 같은 매력적인 '당근'을 제시했고 이로 인해 많은 게임사들이 국내 경쟁 앱 마켓인 원스토어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원스토어는 정상적인 경쟁을 하기 어려워졌고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력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공정위는 이보다 앞선 2021년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려면 구글 검색, 크롬 브라우저, 유튜브 등 자사의 다른 여러 앱까지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강요한 행위(일명 '끼워 팔기') 등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하고 2,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소비자들이 다른 더 좋거나 다양한 앱을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제한하고 경쟁 OS나 다른 앱 개발사들의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는 불공정한 행위로 평가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 역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네이버가 자사의 쇼핑 및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자사의 서비스(예: 스마트스토어, 네이버 TV)를 검색 결과 상단에 더 잘 보이도록 우대하고 경쟁사의 상품이나 동영상은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노출되도록 한 행위에 대해 2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후 법원 역시 네이버가 오픈마켓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며 이러한 검색 결과 조정 행위는 경쟁사업자를 차별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고 판단하여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무라노의 유리 장인들이 자신들의 독점적인 기술 유출을 막아 경쟁자를 배제하고 시장을 장악했듯이 현대의 거대 플랫폼 기업인 구글과 네이버 역시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의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자사 서비스를 부당하게 우대하거나 경쟁 서비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유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세월과 기술은 달라졌지만 '자신이 가진 우월한 힘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경쟁 상대방과 소비자의 공정한 선택을 방해했다'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무라노의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이나 구글 검색의 혁신적인 편리함처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당장은 소비자에게 매우 매력적이고 유용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마치 골목대장이 가끔씩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맛있는 과자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달콤함' 뒤에는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와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는 '씁쓸한 뒷맛'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 선택권이 좁아집니다. 시장에 강력한 지배자가 한 명뿐이거나 소수일 경우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비교하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무라노 유리가 유럽 고급 유리 시장을 독점했던 시절, 유럽의 귀족들은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앱 마켓이나 검색엔진, 혹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더 혁신적이거나 더 저렴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더 잘 맞는 다른 대안을 접하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 혁신을 줄어들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굳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쓸 유인이 줄어듭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골목대장이 뭐 하러 더 새롭고 재미있는 놀이를 개발하겠습니까? 결국 이는 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기술 발전과 서비스 혁신을 더디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라노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놀라운 혁신을 이루었지만 극단적인 비밀주의와 독점은 장기적으로 다른 지역의 유리 공예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무라노 자체의 창의성마저 일정 부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가격이 오르고 품질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는 경쟁의 압박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서비스의 품질을 낮출 가능성이 커집니다.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이 무라노의 기술을 유출한 장인을 사형에 처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야만적인 방식은 결코 용납되지 않습니다. 대신 시장지배적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기업에게는 강력한 법적 제재가 가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구글이 유럽연합과 우리나라에서 각각 수조 원,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 좋은 예입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경쟁 당국은 문제가 된 불공정한 행위를 즉시 중단하도록 명령(시정명령)하거나 심지어 독점적인 사업구조 자체를 바꾸도록 요구하여 시장에 새로운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마치 골목대장에게 "이제부터 네 마음대로 규칙을 정하거나 다른 친구들의 장난감을 빼앗지 마! 그리고 이 골목 놀이터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개방해야 해!"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라노의 눈부신 유리 공예 기술이 수백 년간 철저한 비밀에 부쳐지고 특정 집단에 의해 독점되었던 것은 초기에는 기술 발전과 품질 향상에 기여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유리 공예 전체의 더 넓고 다양한 발전에는 큰 장애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그 뛰어난 기술이 더 자유롭게 공유되고 여러 지역의 장인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했다면 우리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풍부한 유리 예술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예술의 창의성과 시장의 활력은 모두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건강한 토양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특정 기술이나 예술이 소수에게 독점되거나 거대 기업이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르게 되면 결국 혁신은 멈추고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게 됩니다. 경쟁법은 바로 이러한 '힘의 남용'을 감시하고 견제함으로써 모든 참여자가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로 소비자들이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좋은 조건으로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중세 베네치아의 작은 섬 무라노에서 반짝였던 유리잔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 디지털 경제 시대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