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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Jan 23. 2024

처음 깨달은 소설의 매력

딱 한 권의 책만 소유할 수 있다면?


고민을 많이 했다. 수많은 책 중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실용서보다는 문학이 낫겠고, 문학 중에서는 읽어본 작품이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엔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생각했지만, 시는 도슨트 없는 현대미술관 같아서, 해석 없이 읽기에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온전히 감상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


그래서 고른 것이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다.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로 처음 접했는데,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 내용이 너무 달랐다. 미디어에서는 개츠비의 화려한 파티 장면이 자주 인용되지만 사실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그것이 아니다.


<위대한 개츠비> 원서 필기

영어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 현대미국소설 시간에 처음으로 개츠비를 읽었다. 8주 동안 원서를 읽었는데, 내 인생에 이렇게 작품을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한줄한줄 꼼꼼히 읽으며 감상한 적은 처음이었다. 말도 안 되게 재미있었다. 중간고사를 위해 공부했다지만 혼자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그동안 나는 소설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앵무새 죽이기> 말고는 딱히 학창 시절에 어떤 소설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서관에 가도 소설을 고르지 않았고, 어쩌다 읽더라도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소설과 안 맞고, 소설을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내가 소설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수업시간에 작품의 스토리 말고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을 배우는 게 특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장면이나 인물의 행동에서 작가가 의도한 의미와 상징을 찾아내는 과정이 가장 즐거웠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재미와 즐거움을 제대로 느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연신 했다.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고, 인물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고, 미묘한 행동과 대사로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실제 존재하는 사람과 사건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일이 마법 같았다.


아직도 작품 속 장면들이 생생하다. 개츠비와 데이지가 처음 만났던 비 오는 날, 데이지를 초대해 개츠비의 집을 구경하던 날, 멀리 항구의 초록빛을 바라보는 개츠비의 뒷모습까지. 딱 한 권의 책만 소유할 수 있다면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할 것이다.


#질문있는사람 #질문챌린지 #셀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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