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가늠하기 조차 힘든 액수의 돈이다. 이렇게 큰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나만의 공간을 장만하는 것이다.
학생 때 룸메이트가 있는 기숙사에서 산 적은 있지만 자취를 한 적은 없기에 오로지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요즘 나는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 시간을 오직 나를 위해 쓰고 싶고, 내 선택을 더 자유롭게 하고 싶다. 나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도 좋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아침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면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거실에서 TV 소리가 들려오고, 내가 만들지 않은 쓰레기도 함께 치워야 하고, 취침시간이 맞지 않아 옆방에서 게임하는 동생의 키보드 소리를 들어야 할 때도 있다.
식사를 할 때도 나는 가족들이 아직 안 먹었으면 가족 것까지 만들어서 같이 먹는다. 좋은 마음으로 하는 행동이지만 나 하나 돌보기 어려운 세상에서 타인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직 나에게만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에서, 타인과 결속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싶다. 내 삶의 모든 선택에 나의 주체성이 반영되길 바란다.
100억을 다 쓰겠다는 게 아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산책길이나 공원이 있는 곳 근처에 위치한, 소소하게 혼자 살 수 있을 크기의 집을 원한다. 내 마음에 드는 가구를 배치하고, 물건을 들여놓고, 가끔은 친구들을 초대해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오직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