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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Apr 23. 2024

오늘도 반짝이는 나의 공짜 레이더

지역이 주는 것을 이롭게 누리는 방법


6.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데 다행히 아직 내 머리는 무사하다.


에게는 '공짜 레이더'가 있다. 내 레이더는 성능이 아주 좋아서 무료이면서 재을 만한 프로그램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레이더를 쭈뼛 세우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종횡무진며 정보를 발굴한다.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거의 모든 종류의 무료 클래스가 있다. 대상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의정부의 경우 청년센터,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 북부경기문화창조허브, 평생교육원, 도서관 같은 곳이 있다. 하루만 체험하고 끝나는 원데이 클래스도 있고 8~12주 정도 참여하는 정기 수업도 있는데, 나는 여러 형태의 프로그램을 두루 경험해 보았다. 멀리 서울까지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걸어서 혹은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재밌는 것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메리트인지 모른다.


지역 클래스의 최대 장점은 '찍먹'하기에 매우 훌륭한, 초보를 위한 입문 단계로 최고라는 점이다. 관심이 생겨서 배워보고는 싶은데 본격적으로 어디 가서 돈을 내고 하기에는 부담인 것들이 있다. 나랑 잘 맞을지도 모르고, 막상 해봤는데 생각과 너무 달라서 시간과 돈을 모두 버리는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 첫 물꼬를 틀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작을 어떻게 해야 도저히 모르겠거나 쉽게 엄두가 안나는 일들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할까 말까 망설이다 보면 하고 싶었던 일들은 더 급하고 중요한 일들에 밀려나게 되고, 낡은 다락에 먼지 쌓인 상자들처럼 '언젠가 해보겠어 상자'에 처박혀버린다. 이렇게 밀려난 일들은 마음 한구석에서 점점 희미해져 잊히는 듯하다가 다른 사람이 하는 봤을 때나 어느 순간 갑자기 튀어나와 나를 괴롭힌다.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는 것이다.


처음부터 풀 장비를 장착하고 시작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난 지역에서 맛보기를 먼저 했다. 내가 배웠던 수어, 우쿨렐레, 물레 도예, 필름 카메라, 이모티콘 만들기, 노션 포트폴리오 제작, 양모 펠트, 청년 창업, 출판 과정은 어디 가서 본격적으로 배우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었고, 전부 지역에서 무료로 배웠다.


수어, 우쿨렐레, 물레 도예
필름 카메라, 이모티콘 만들기, 노션 포트폴리오 제작
양모 펠트, 청년 창업, 출판 과정

2022년 한 해 동안 의정부에서 배운 것들이다. 이 수업들 덕분에 혼자 있을 땐 갈피조차 잡히지 않아 시작하기 어려웠던 많은 일들에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고, 모두 어나 해보는 것들이었다.




이 작고 사소한 경험들은 내 안에 씨앗을 심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배울 때 재미를 붙여 자발적으로 열심히 할 때 '어 뭐야, 나 이거 생각보다 잘하네? 이거 나랑 잘 맞나 보다!' 깨닫기도 했고,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키듯 단 몇 시간의 수업이 이후 내 삶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22년 5월에 배웠던 이모티콘 만들기는 7개월 뒤 내가 기획한 웹서비스에서 캐릭터를 만들 때 알차게 써먹었고, 2022년 초에 수강했던 청년창업 수업에서 배운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은 이듬해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할 때 활용해서 합격했다.


직접 만든 캐릭터들 (25종류)
2023 정부지원사업 합격

수업을 들 당시엔 서비스 기획 일은 발 들이기도 전이었고 창업도 막연한 꿈일 뿐이었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참여했던 거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전혀 상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효과를 발휘했다.


과거의 작은 경험이 미래에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난 더 적극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것, 내 마음이 끌리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나의 공짜 레이더를 곤두세우고.




얼마 전에도 내 공짜 레이더가 발동했다. 주민센터에 갔는데 취미교실 앞에 붙은 일정표에 '다도'를 본 것이다. 다도는 아직 '언젠가 해보겠어 상자'에 들어있지만 머지않아 꺼낼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집에서 가까운 곳, 우리 동네에서 다양한 것들을 무료로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리고 고맙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우리 동네에는 이런 게 없는지 꼭 찾아봤으면 좋겠다.


지역이 주는 것을 알아보고 누릴 수 있길,

지역을 200% 활용하길!

<보여줄게 로컬에서 사는 법>은 매주 화요일 연재되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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