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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Jan 04. 2024

빌런 없이 사는 삶

나에게 자극 없는 30일이 주어진다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나에게 '자극'이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할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자극은 '어떠한 작용을 주어 감각이나 마음에 반응이 일어나게 함. 또는 그런 작용을 하는 사물'이라는 뜻이다.


나의 감정을 동요시키고 나의 정신과 몸에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들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내 삶의 거의 모든 것은 나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들이다. 설령 내가 템플스테이를 하거나 귀농을 하더라도 일상 속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이 내 기분을 좌우할 것이다. 좋은 날씨라든지 맛있는 채소라든지, 반대로 안 좋은 날씨라든지 모두.


쉽게 자극을 받는 사람인 나에게 '자극 없는 환경'이란 말 그대로 하루종일 빈 방에 가만히 누워 눈만 꿈뻑꿈뻑 거리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관에 누워있는 시체와 다를 게 없을 거다.


나는 '자극'을 나의 마음의 평온함을 해치는 것들이라고 여기고 대답해 보겠다.


나에게 자극은 오직 사람으로부터 온다. 무례한 사람, 그룹 안에서 정치질하는 사람, 이간질하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등등 살면서 '빌런'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은 손에 꼽게 만났지만 일단 만나면 심리적 타격이 너무 크다.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걸까?' '저 사람은 나에게 왜 그러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누군가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대응하거나 똑같이 갚아줄 수도 있지만, 나는 억울해도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고자질이나 뒷담이 된다고 생각해서 쉽게 꺼내지 못하고 그냥 둔다.


그런데 이런 자극 없이, 빌런들을 마주칠 일 없이 30일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다. 30일이 뭐야,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인간관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사람을 쉽게 미워하지 않는 내가, '자극'을 떠올렸을 때 내 마음의 평온함을 해치는 사람을 떠올린 걸 보면 어지간히도 많은 자극을 받았나 보다.


#질문있는사람 #질문챌린지 #셀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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