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에 마주하는 부재의 공간들

함께 활동하던 분의 남편분이 오늘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는 소식을 마주하고

요즘 들어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또 누군가의 부고 소식일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 때문입니다. 대학 동창모임 단체방에서의 갑작스러운 침묵, 동네 산책로에서 더 이상 마주치지 않는 얼굴들, 소식이 끊긴 오랜 친구에 대한 조심스러운 안부 물음. 60대에 접어들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는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 빈자리들을 바라보며 움츠러드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펼쳐야 할 남은 페이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춥고 긴 터널 같은 60대의 부재 경험


지난 주말, 30년 지기 친구 김 선생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걸어온 그는 언제나 우리 모임의 활력소였습니다. 이제 우리 모임은 여섯 명에서 다섯 명이 되었습니다. 6분의 1만큼 세상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문득 작년 한 해 동안 받은 부고 문자의 수를 떠올렸습니다. 대학 동기 두 명, 전 직장 상사, 옆 동네에 살던 테니스 파트너, 그리고 오랫동안 같은 취미 모임에서 활동했던 선배까지. 손가락 하나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진 이별의 소식들이 가슴을 무겁게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SNS 타임라인 확인입니다. 누군가의 생일 축하 글이 올라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갑자기 특정 인물에 대한 추모의 글이 올라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어느새 나는 소식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안 좋은 소식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면을 스크롤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주변이 하나둘 비워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가 커질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움츠러들었습니다.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도 덜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언제쯤 그 자리에 서게 될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으니까요.


비워진 자리를 바라보는 방법


지난달, 20년 넘게 다니던 등산 모임에서 큰 선배 한 분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 중 가장 앞에서 길을 안내해주셨습니다. 험한 산길에서도, 인생의 갈림길에서도 말입니다. 장례식 다음 주, 우리는 여느 때처럼 산행 일정을 잡았습니다. 누군가는 "한 달만 쉴까요?"라고 조심스레 제안했지만, 가장 연장자인 박 선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오늘도 가야 해. 그분이 가장 좋아하던 코스로. 그래야 우리가 그분을 제대로 보내드리는 거야."


그날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하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올랐습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박 선배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소주잔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맑은 하늘을 향해 건배를 제안했습니다.


"자네들,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네. 우리 나이에는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렇다고 우리까지 마음이 떠나버리면 안 되지. 오히려 그들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더 단단해져야 해. 그들이 못 본 내일을 우리가 대신 보는 거야."


그 날 이후로 나는 부고 소식을 대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슬픔에 잠기는 대신, 그 사람과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리고 그가 내게 남긴 가르침이나 추억을 정리했습니다. 때로는 그들이 못다 한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일부라도 내가 이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생일에 나는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일본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친구는 이미 두 해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버킷리스트에 있던 후쿠오카의 온천을 내 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그곳에서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며, 나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의 빈자리를 슬퍼하는 대신, 그의 꿈 일부를 이어받아 실현해내는 기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시간


60대의 나이는 참 묘합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많은데, 할 수 없게 될 일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주변의 빈자리들은 우리에게 유한함을 일깨우지만, 동시에 남은 시간의 소중함도 깨닫게 합니다.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참가한 시니어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이 교수님은 76세의 나이에도 매주 새로운 글을 써오셨습니다. 한번은 제가 조심스레 여쭈었습니다.


"교수님,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시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그분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습니다.


"내 친구들이 하나둘 떠날 때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요. 그러다 보니 내 안에 그들을 위한 공간이 더 넓어지더군요. 죽음이 사람을 데려가도, 기억은 데려갈 수 없거든요."


그 말씀을 듣고 나서 나도 작은 노트를 마련했습니다. 이제 부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과의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 하나를 기록합니다. 때로는 짧은 문장으로, 때로는 자세한 에피소드로. 그렇게 쌓인 페이지들은 이제 내 삶의 소중한 지도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길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소중한 여정을 보여주는 지도 말입니다.


우리 나이에 죽음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에 우리의 현재를 내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합니다. 주변의 빈자리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움츠러들라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팔을 벌리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떠난 이들이 못다 한 일까지. 우리의 60대는 그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나이입니다. 부재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빈자리가 주는 울림을 듣는 시간. 그것이 우리 나이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는 않습니다. 대신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까"하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의 주인공이니까요.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의 흔적이 함께 숨쉬고 있으니까요.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은, 그들이 사랑했던 세상을 계속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하루하루,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집니다. 60대의 마음은 그렇게 성장합니다. 부재의 공간들 사이에서, 더 넓고 깊은 현재를 만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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