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작업끝에 만난 초록사이의 하얀꽃이 성스럽다
오늘 아침, 밤새 블로그 작업으로 눈을 붙이지 못하고 한 시간 정도 겨우 눈을 붙인 후 다시 일어나 미처 끝내지 못한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밤샘은 언제나 육체를 고갈시키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창작의 기쁨은 피로함을 잊게 만듭니다. 새벽녘의 고요함 속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은 이제 차 키를 돌려 도심을 벗어나 시골길로 향했습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도시의 콘크리트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푸른 들판과 산세가 시야를 채웁니다. 그리고 문득, 좁은 시골길 옆에 피어난 하얀 찔레꽃 무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천천히 다가가 보았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찔레꽃은 초록의 잎사귀 사이에서 더욱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 따스한 기억이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결혼식 날, 두 손에 가득 안았던 하얀 부케의 향기가 다시 코끝을 스쳤습니다. 신부의 긴장된 손길, 떨리는 눈빛, 그리고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라고 속삭이던 그 순간의 약속이 찔레꽃의 하얀 꽃잎 위에 겹쳐 보였습니다.
"그래, 오늘은 부부의 날이구나."
문득 깨달았습니다. 매년 찾아오지만 바쁜 일상에 묻혀 잊고 지내던 이 특별한 날. 찔레꽃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시골길 한 켠에 피어난 작은 꽃들이 제게 건네는 메시지는 너무나 크고 깊었습니다.
잠시 찔레꽃 앞에 쪼그려 앉아,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바라봅니다. 찔레꽃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화려한 장미의 친척이지만, 그보다 훨씬 수수하고 소박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강인함이 숨어 있습니다. 거친 환경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생명력, 그리고 아무도 심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리를 찾아 피어나는 독립성.
그런 찔레꽃의 모습에서 우리 부부의 삶이 겹쳐 보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매일의 일상 속에서 함께 피어나는 사랑. 때로는 가시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오가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함없이 피어나는 하얀 꽃잎 같은 믿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조용한 동행.
5월의 햇살 아래, 초록 잎사귀 사이로 수줍게 피어난 찔레꽃을 바라보며 한 편의 시가 마음속에서 피어올랐습니다.
초록 사이 하얀 찔레꽃 아무도 심지 않았지만 스스로 자리를 찾아 조용히 피어난 너처럼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세월의 풍파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피어났네
가시 품은 줄기 위에 순백의 꽃잎을 피우듯 날카로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꽃이 되어 봄바람에 살랑이는 찔레꽃의 향기처럼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지네
작은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동안 함께 걸어온 인생과 앞으로 함께 걸어갈 인생을 그려봅니다. 처음 만난 날, 서로의 손을 잡던 날, 함께 웃고 울었던 날들,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모든 날들. 그 모든 순간이 찔레꽃처럼 소박하지만 강인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낍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산과 들판, 그리고 그 사이로 피어난 작은 하얀 점들 - 찔레꽃의 무리. 그 풍경 속에서 우리 부부의 모습을 봅니다. 넓은 세상 속 작은 존재이지만, 서로에게는 전부인 우리. 넓은 초록 들판 속에서 하얀 점으로 빛나는 찔레꽃처럼, 무한한 세월 속에서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우리의 인연.
문득 입술이 실룩거리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넘쳐서겠지요. 커피잔을 들어 입술에 가져가지만, 따뜻한 액체보다 먼저 뜨거운 눈물이 입술에 닿습니다. 기쁨의 눈물일까요, 그리움의 눈물일까요, 아니면 감사의 눈물일까요? 아마도 그 모든 것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의 결정체겠지요.
우리의 인연,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부들의 인연. 그것은 초록 잎사귀 사이에서 수줍게 피어난 찔레꽃처럼 소박하지만 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계획이 아닌, 자연의 순리대로 피어난 꽃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연의 아름다움.
카페에서 나와 다시 찔레꽃이 피어 있는 길가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서, 조금 더 오래 바라봅니다. 그리고 문득 깨닫습니다. 찔레꽃은 홀로 피지 않는다는 것을. 언제나 여럿이 모여 피어납니다. 마치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가듯이. 고독한 듯 보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닌, 늘 누군가와 함께하는 존재.
세상의 많은 부부들이 고독하지 않기를. 서로에게 의지하며, 때로는 함께 웃고, 때로는 함께 울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가기를. 초록 사이에 피어난 찔레꽃처럼,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가 선물처럼 빛나기를 바랍니다.
다시 차에 오르며 생각합니다. 오늘, 부부의 날에 만난 찔레꽃은 그런 소망을 담은 자연의 편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그 편지를 받아 이렇게 글로 옮겨놓습니다. 찔레꽃이 전해준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