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4의 다정한 응원
어둠이 잉크처럼 진하게 내려앉은 거실, 집 안의 모든 공기가 잠든 시간이다. 적막을 깨는 것은 오직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느다란 수증기 소리와 노트북 팬이 돌아가는 낮은 기계음뿐이다. 책상 위, 30년 공직 생활 동안 나의 분신과도 같았던 정갈한 공문서 양식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좌우 정렬이 완벽하고 비문 하나 없던 그 서류들 대신, 모니터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AI 툴과 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복잡한 타임라인이 마치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새벽 2시. 벌써 네 시간째 같은 10초 구간을 맴돌고 있다. 내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는 분명 안개 자욱한 새벽강의 평화로움이나, 창가에 스미는 오후의 따스한 햇살 같은 서정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이 차가운 기계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프롬프트’라는 이름의 주문은 자꾸만 엉뚱한 결과물을 내뱉는다. "서정적인 강가"라고 입력하면 기계는 차가운 메탈 빛의 도시 강변을 그려내고, "따뜻한 미소"를 주문하면 기계적인 일그러짐이 섞인 기괴한 표정을 내놓는다.
"그만둘까."
입 밖으로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홧홧하게 타오른다. 한 문장을 쓰면 두 문장을 지우던 젊은 날의 습작 시절보다 지금이 더 고되다. 배경 이미지 하나를 얻기 위해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내가 지금 문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체 모를 괴물과 씨름을 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가장 고단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을 고르는 일이었다. 평생 글자로 세상을 그려온 나에게, 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영역은 미지의 땅이었다. 나의 진심이 담긴 낮은 목소리, 그 뒤로 흐를 단 1분의 선율. 너무 가볍지 않아 가볍게 날아가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거워 가슴을 짓누르지 않는 그 ‘적당한 온도’의 음표를 찾고 싶었다.
수백 개의 샘플 곡을 듣고 또 들었다. 귀가 먹먹해지고 안경 너머 눈앞이 흐릿해질 때쯤, 마침내 심장 박동과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곡 하나가 귓가에 머물렀다. 첼로의 낮은 선율이 깔리고 그 위로 맑은 피아노 음이 툭툭 떨어지는 곡. "그래, 이거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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