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고 모자라도 좋은 이유
나는 작은 지역에서 자라서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쭉 학교생활을 했다. 하지만 스무살이 되어 대학교에 가서는 완전히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아야 했다. 새로운 곳에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니 내 자신이 더욱 분명하고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우선 겁이 많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대화를 주도하지 못해 사람들 속에서 있는 듯 없는듯하게 느껴졌다. 들러리처럼 서서 남들이 하는 말에 웃고만 있는 내 자신이 초라하고 실망스러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대화를 잘 이끌어내고 재미있게 말도 받아치고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에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I need’라고 저장을 해뒀다.
하지만 필요해, 필요해, 필요해 라고 생각할수록 속상하기만 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이유를 한참 생각해보니 ‘I need’라는 말은 ‘부족함’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족한 건 맞지만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I need’를 긍정적인 말로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부족함' 앞에다 ‘안’자를 붙여 ‘안 부족함’으로 만들어 봤다. 바로 그 때 여러 가지를 느꼈다.
아프면 안 아프게 하면 되고,
슬프면 안 슬프게 하면 되고,
모르면 안 모르게 하면 되고,
(즉, 배우면 되고)
부족하면 안 부족하게 하면 되고.
그러니까 부족하면 그저 채우면 되는 것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에 생각을 집중해야 할 것이 아니라 '채워야 할 부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그 부족한 부분이 텅 비어있으니까 여러 사람들을 지켜보고 비교하면서 내 부족한 부분을 더 예쁘게 채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부족하면 그저 채우면 된다는 것. 찬찬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그냥 뒤집어서 생각하면 긍정적여 진다는 것도 신기하게 와 닿았다.
나는 상태 메시지에 'I need'(필요해) 대신에 ‘I am ready for’(나는 채울 준비가 돼있어!)를 써넣었다.
이 깨달음을 얻은 이후로 내 사고방식 자체가 변화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며, 부족한 부분이 새롭게 나타날 때마다 배우면 되고, 채우면 된다고 곧장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채워져 있는 부분은 채워져 있으니 좋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는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할 것이니 좋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그야말로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몇년이 지난 지금, 나는 대화에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냐고? 아니다. 1:1로는 편안하게 대화하지만 여러명이 대화할 때는 여전히 웃고만 있는다. 나는 내가 들어주는 것을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진중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 친해지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일단 친해지고 나면 깊이있게 사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항상 좋은 사람이 내 곁에 남는다는 것도 발견이라면 발견일 것이다.
굳이 억지로 채워넣으려는 노력은 할 수가 없었다. 나다운 일이 아닌 것을 억지로 연기할 수는 없으니까. 오히려, 나한테 편안한 것이 뭔지 생각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내 성격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겨우 한끝차이라는 발견은 정말 소중하다. 소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