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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고상한(?) 취미의 끝은

158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홈베이킹.

나는 출산 전에 빵순이여서 식후에 케이크 같은 베이커리류를 자주 먹었다. 그러나 육아로 집콕만 하는 요즘은 빵을 사러 나갈 수 조차 없어졌다. 그래서 도전하게 된 홈베이킹.


첫 타겟은 바나나브레드였다. 우리 집을 한 달 넘게 도와주신 산후관리사님이 바나나브레드를 좋아하셨는데 계실 때는 못 만들다가 가시고 나서 도전해 봤다. 대단한 재료가 필요치 않고 기본 베이킹 재료에 바나나만 있으면 돼서 간편했다. 어느 정도 숙달돼서 주변에서 인정받자 탄력 받은 나는 어제부터 에그타르트에 도전했다.




에그타르트 만들기 쉽지 않네

그러나 에그타르트는 확실히 바나나브레드보다는 신경 쓸 게 많았다. 특유의 똥손인 나에게는 동글동글 빚어 그릇 형태의 타르트지를 만드는 것부터가 부담이었다. 반죽을 냉장실에 잠깐 둬야 하는 것도 귀찮은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축복이는 거실 매트 위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한참을 혼자 잘 놀아주었다. 그렇기에 초보베이킹을 마칠 수 있었다.


살찌는 거 싫다고 밀가루 대신 아몬드가루를 쓰고, 설탕을 반의 반으로 줄인 에그타르트는 모양은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맛은 없었다. 맛있으려고 빵을 만드는 건데 맛이 없다면 완전 실패.


내가 처음 만든 에그타르트



구름빵도 만들어볼까

에그타르트는 계란 노른자로만 만든다. 남은 흰자로는 또 구름빵을 만들겠다고 한참을 난리부르스를 췄다. 머랭 만드는 일은 헬스를 한참을 쉬느라 약해진 전완근에 자극이 되기에 넘치게 충분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 머핀틀에 넣어 구웠더니 잘 떨어지지도 않고 맛도 그냥 그랬다.


그러는 와중에도 축복이는 혼자 잘 놀아주었다.

흰자로만 만든 빵. 별로다.



축복아, 어디 아파?

베이킹을 마친 후 저녁 시간이 되자 축복이를 씻기고 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축복이가 기침을 하며 토하려는 듯이 혀를 내밀고 자꾸 웩웩거렸다. 눈 주위도 새빨개졌다.


5개월. 이 시기에는 이유식 준비기라 침 분비량이 늘어나서 사레들리는 일이 잦다고 하지만 평소의 기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많이 칭얼댔다. 잠자는 시간을 앞당기려고 7시 반부터 잘 준비를 시작했으나 새벽 1시 20분까지 자지 않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재우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엉망진창인 베이킹을 하겠다고 축복이를 차가운 매트에 두고 너무 신경을 안 써서 벌어진 일 같았다. 평소였다면 담요를 잘 덮어주고 계속 체크했을 텐데. (맛도 없는) 빵에 눈이 멀어 우리 아기를 아프게 한 것 같아 후회가 된다.


수험생도 아니고 5개월 아기가 1시 20분 취침이라니. 요즘 육아 난이도 헬이다. 근데 그것보다도 축복이가 아픈 게 아니기를 바란다. 내일 활기찬 모습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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