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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육아, 그 멀고도 험한 길

137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당근해온 책은 소독해요.

누구나 중고보다는 새 물건을 좋아하겠지만 위생관념이 투철한 나는 특히나 중고를 싫어한다. 그래서 물고 빨고 한다는 구강기 시기의 책이라도 다 새 책으로 사줘야겠다 싶어 새 책을 구매했다.


그러다 필요하던 책이 딱 당근에 올라왔는데, 이건 또 못 참지. 그리하여 처음으로 당근에서 중고책을 구했다. 지난주에 받아온 책을 이제는 소독할 차례.


아무리 책을 깨끗하게 봤다고 해도 남이 어떻게 보는지 모르는 상황에선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기를 친정엄마께 맡기고 도서관에 가서 굳이 굳이 책소독기로 책을 소독해 왔다. 유난이라면 유난이다. 하지만 '도서관 책 만지고는 손 씻으라'는 엄마의 말을 수없이 들어온 나로서는 아기에게 헌책을 주는 게 마음이 좋지 않다.


책소독기로 소독하고 와서는 또 소독 물티슈로 다 닦아줄 예정이다. 후아, 안 힘들지 않다. 힘들다. 그게 싫으면 뭐 새 책 사는 거지. 그럴 수 없으니 힘들어도 어쩔 수 없는 거다!


우리 축복이가 엄마의 이런 노력을 알까? 사실 전혀 몰라도 된다. 어떤 부모가 자식이 알아줄 기대를 가지고 노력과 희생을 하겠는가. 그냥 그건 당연한 거다. 그러니 오늘 소독해 온 이 책들을 재미있게 즐겨 준다면 나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면 더 좋고.






오늘의 책육아, 그리고 텐버튼북

오늘 읽어준 책. <10 button book>, <Color zoo>, <나가서 놀래>. 아기가 아직 말은 못하지만 모든 책을 똑같이 집중하는 건 아니다. 영 흥미 없이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책도 분명 있다. 그런데 오늘의 책 3권은 무사통과다.


특히나 텐버튼북은 엄마들 사이에서 엄청 유명한데, 많은 아기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축복이도 너무 좋아한다. 내용엔 관심 없다. 그저 형형색색의 단추가 좋을 뿐이다.^^;;



단추를 꼭 쥔 손.

엄마,
단추 놓치지 않을 거예요.


많은 것을 만지며 감각을 느끼는 게 뇌발달에 도움이 된단다. 구강기에는 입에 넣는 것이 곧 세상에 대한 탐색이므로 제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텐버튼북에는 종이까지 껴 있다. 아기가 단추를 절대 먹지 못하게 하라고.


장난감들을 빨고 노는 건 세탁하거나 세척하면 되지만 책은 그럴 수도 없다. 침 잔뜩 묻은 책과 단추를 다음에 또 빨아먹는다면 위생상 정말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텐버튼북은 못 먹게 했다. 그걸 입에 못 넣은 축복이는 울고 불고 했다. 어떤 장난감이든 처음에는 너무 좋아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울음엔딩이다. 장난감이 아기 입에 쏙 안 들어가면 짜증을 내니까.


친정 엄마는 내가 유난이란다. 나의 투철한 위생관념이 책육아에 방해물이 될 줄은 몰랐네.


어쨌거나 우리 아기는 4개월. 그러니 제대로 된 책육아는 시작도 안 했다. 그 멀고도 험한 여정, 우리 축복이랑 한번 떠나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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