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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재우기 전쟁, 오늘도 패배

138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젖물잠


젖물잠은 요새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젖을 물고 잔다'는 것의 줄임말인데 이건 아기에게 안 좋은 습관이란다. 웃으면 잇몸이 마중 나오는 이 없는 지금이야 괜찮다 해도, 이가 난 후 젖물잠은 치아우식증의 원인이 된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법. 그래서 4개월인 지금부터도 젖물잠 하고 자면 엄마인 나는 슬프다.

완전히 패배한 기분이니까.




오늘도 젖물잠을 하고 싶어 하는 축복이를 20분간 젖을 안 주며 울려봤지만, 너무도 자지러지게 우는 울음 앞에 또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렇게 성화를 해대서 젖을 물리면 한 입 먹다 말고 빼고 한 입 먹다 말고 자꾸 빼고. 도대체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하여튼 한 시간 정도 그렇게 씨름하다 축복이는 겨우 잠이 들었다. 찝찝한 기분으로 앉아서 자는 아기를 바라보았다.


오늘 우리 축복이는 치발기를 가지고도 많이 울었다. 치발기는 이제 잘 잡기는 하는데 아직 입에 제대로 조준해 넣지 못한다. 그래서 눈을 찌르기 일쑤다. 어른은 안 할 행동인데 모든 게 미숙한 아기라 하는 행동이니 안쓰럽고 귀엽다.



오늘 축복이는 뒤집기를 하지 않았다. 한 번 뒤집기 시작하면 '뒤집기 지옥'이 열릴 만큼 아기들이 뒤집어댄다는데 축복이는 어부지리로 뒤집기에 성공해서 그런지 영 시도하지 않는다. 뒤집기를 안 하면 안 한다고 불안하고, 뒤집기를 한 번 했어도 두 번 안 한다고 걱정된다. 걱정이 끊일 날 없는 게 바로 아기 키우는 일인 것 같다. 왜 이제 뒤집기를 안 하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일부러 시키기보다는 그냥 지켜봐 주기로 했다.





하루를 곱씹어 보니 참 고된 하루였다. 100일 전까지는 아기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요새는 그렇다. 이제 체력이 슬슬 바닥나나 보다. 오늘 하루종일 아기의 잠과 씨름하고 나니 진이 빠진다.


에휴, 얕은 한숨을 쉬는 그때.

아기가 웃는다.

소리 내어 깔깔 웃는다.


설마 깬 건가?


그렇다면 또 아기의 잠 모래시계는 리셋되는 거다.

다행히 그런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꿈에서 축복이는 행복을 누리고 있나 보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들이라도 가는 걸까.

엄마 젖도 씨름하지 않고 배부르게 먹고 있나 보다.


에고, 예쁜 것


오늘 하루의 피로가 날아간다.

내 하루도 그만큼이나 예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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