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일 차 아기 육아일기
발신전화 86번.
그 끝에 해낸 소아과 모유수유상담 예약.
드디어 기다리던 모유 수유 상담 날이 왔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소아과였다. 축복이와 나는 밖에 나가는 게 아직 두려워 외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젖물잠에 관한 솔루션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소아과에 가니 우리 아기와 또래인 아기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신났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러니 교사를 꿈꿔왔지.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고선 아기들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저 아기는 몇 개월일까?' 궁금해하며 아기들의 얼굴을 보고 각자의 육아템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엄마들한테 말 붙이고 싶어져 입이 근질근질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니까. 요즘은 하루에 몇 마디씩이나 하고 살까.
엄청나게 많은 설문 항목에 답하며 기다리니 간호사 선생님이 우리를 부르셨다.
"축복이 들어오세요!"
아기 수유하는 것에서부터 모유수유상담이 시작되었다. 혹시나 해서 부피가 큰 수유쿠션까지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으나 무용지물이었다.(길에서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뭘 그런 걸 싸들고 다니냐고 하셨다.) 아기가 4개월이 넘은 만큼 수유자세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아기가 편한 자세를 잡고 주면 된다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젖물잠 하고 있다고 혼났다. 모유수유 상담에서 대단한 방법이 알려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말 특별한 건 없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젖을 안 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아기 우는 걸 못 참겠으면 그냥 계속 젖물잠을 하면 된단다. 다 부모의 선택이란다.
그런데 젖물잠이 계속되면 6개월이 지나면 이가 나기 때문에 이거 썩을 수 있단다. 또한 새벽 수유를 계속하면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낮에 별로 안 먹고, 그러면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셨다. 모든 것이 맞물려 있으므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부모의 선택이라고 하셨으나 말씀하시다 보니 안 되시겠는지 2주 후인 다음 진료 전까지 젖물잠을 끊어오는 숙제를 내주셨다. 일관되게 밀어붙여야지, 중간에 쉬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강조하시면서. (아주 진지한 얼굴로 '숙제'를 내주셨기에 유쾌한 분위기이기보다는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수면 교육을 전혀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라서 젖물잠 시켜주지 않았을 때 축복이가 얼마나 자지러지게 우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계획적이지 않고 즉흥적으로 살아도 크게 못한 거 없이 꽤나 괜찮은 성과들을 이루며 살았다. 나의 즉흥성과 무계획성에 대해 반성할 때도 많지만 P 성향이 가진 유연함에 대해 나름의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젖물잠은 내가 또 계획 없이 마구잡이로 행동해서 생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 P로서 수유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기는 결과가 축복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무서웠다. 정신이 번쩍 났다. 아기에 대해 부지런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늦게 했을 경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기한테 간다. 육아할 때만이라도 지나치게 발현되는 P성향을 조심해야겠다. 이유식은 반드시 미리미리 준비하리라.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우선,
젖물잠을 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