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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이거 하나면 행복하대요

143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옆 침대에서 끙끙 소리가 들린다.

우리 축복이, 먼저 일어나서 엄마를 기다린다.

내가 자는 줄 알면 아기가 다시 잠들까 싶어 조용히 기다린다. 그러나 바람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기는 고개를 돌려 침대 주변을 이것저것 보다가 이내 지루한지 몸을 옆으로 뒤집어 본다.


다시 끙끙 소리가 들린다. 배고픈가 보다.

흐음, 그렇다면 일어나야 할 시간이군.





축복이와 아침을

그렇게 울고 불고 눈물 범벅하고 잤으면서도 아침이 오니 기분이 좋나 보다. 내가 다가가자 축복이는 어젯밤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듯이 발까지 구르며 방긋방긋 웃는다. 활달하고 발랄한 아기. 활기찬 내 성격을 닮았을까? 어찌 됐건 엄만 너의 활달함이 너무 좋아.





젖물잠 끊기 교육은 진행 중


젖물잠 끊기에 돌입한 지 4일 차다. 여전히 낮잠 자기 전에 찡찡대며 운다. 그러나 과정을 견디고 있다. 혹시나 아기가 서운해하지 않도록 깨어 있을 때는 많이 눈 마주쳐주고 놀아주려고 더 노력하고 있다.


거실에 들어오는 3월의 아침 햇살, 그 아래에서 하는 아침독서. 비슷한 월령의 다른 아기들은 엎드린 상태에서 책을 넘기던데, 축복이는 엎드리면 손은 고정된다. 대신, 입으로 넣기 위해 고개를 숙인다. 침 묻으면 책이 젖는데 이걸 물게 두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초보 엄마는 아리송할 뿐이다.


엎드려서 책 넘기기는 아직 축복이에게 어려운 과제인가 보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축복이가 신체 발달이 빠른 편은 아닌 거 같다. 기다리자, 기다려. 뒤집기도 어느 순간 해낸 것처럼 다른 것들도 자연스레 성장하겠지.


이렇게 잘 놀다가도 졸려하는 기색이 보이면 낮잠을 재워주기 위한 단계로 즉시 돌입한다. 피로가 너무 과해지면 아기는 더욱 잠들기 어려워지고 짜증은 배가 된다. 짜증 처리는 온전히 나의 몫이 되기에 모든 것을 제쳐두고 '재우기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안아서 재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손목에도 부담이 가기 시작했다. 아기 생후 100일까지는 산후관리사님이 도와주셔서 손목에 큰 무리가 없었는데 그 이후로는 손목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그래서 잊고 있었던 아기띠를 꺼냈다. 나름 유명하다는 코니아기띠. 친한 언니가 준 건데, 착용하는 게 복잡해 보여 나중에 써야지 하고 처박아 둔 거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착용할 때마다 헤매지만, 뭐 찬찬히 하면 할만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확실히 그냥 안아줄 때랑 안정감이 다르다는 거다. 몸에 힘도 덜 들어간다. 엄마 가슴과 아기가 밀착되어 아기도 좋아하는 거 같다.


친정엄마한테 한 소리 들었다.

"다른 건 매일 사다 쟁이면서 어떻게 중요한 아기띠를 아직도 안 샀니?"


욕 들어도 싸다. 또 나는 이렇게 미리 준비 안 하고 이렇게 정말 도저히 안 되겠을 때, 궁지에 몰렸을 때야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P 성향이 어디 가겠냐고. 육아하면서 매일매일이 성찰과 반성이다.


'우리 축복이도 엄마가 아기띠 없이 안아줘서 얼마나 불편했을까. 미안하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순간, 울던 축복이가 아기띠에서 잠든다. 진작 아기띠 해줄걸. 더 미안해진다.




이 글은 육퇴를 하고 쓰는 글이다. 오늘의 육아 퇴근은 10시.


젖물잠 끊기 도전 첫 째날 11시 30분, 둘 째날 11시 50분, 셋 째날 10시 30분, 넷째 날 10시.


이 정도면 진척이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확실히 울음소리와 강도가 줄었다. 너무 울어 목이 쉬어서 그런가. 그리고 젖을 먹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축복이가 먼저 입을 뗄 때도 있다. 마치 '엄마, 저 다 먹었어요' 하는 것 같다. 이대로만 간다면 젖물잠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빠른 전개다.





우리 아기는 이거면 행복하대요.

요즘 축복이를 보는 게 안쓰럽다. 습관을 고치느라 많이 울기 때문이다. 일부러 울리는 게 아니지만 우는 건 어쩔 수 없다. 아기의 울음은 어른의 울음과 의미가 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그 울음소리는 부모 입장에서 안쓰럽기만 하다. 하지만 축복이는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녁 6시, 축복이와 나는 애매한 시간의 1시간 낮잠에서 깼다. 오늘 축복이가 하루 종일 낮잠을 20분, 30분 정도밖에 안 잤기에 나도 축복이도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 나는 체력이 안 따라줘 비몽사몽인데 축복이는 자고 일어나니 팔팔해 보였다.


그리고 타이니모빌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인형이 돌아가는 대로 고개를 돌려가며, 몸을 뒤집어가며 열심히 보았다. 오늘 타이니모빌을 처음 보았느냐 하면, 아니다. 매일 보여주고 있으며 오늘 낮에도 보았다. 그런데도 축복이는 타이니모빌을 처음 본 것처럼 '오' 하는 입모양을 하고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보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우리 축복이는 타이니모빌만 있으면 그저 좋단다. 귀여운 것!


그런데 세상에 타이니모빌보다 좋은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때 우리 축복이는 얼마나 좋아할까? 얼마나 신기해하며 또 한 번 눈을 반짝일까?


축복이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넓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반짝이는 눈으로 감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순간에 함께 하고 싶다. 축복이가 크고 높은 세상 앞에서 기죽는 게 아니라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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