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일부터 142일까지 육아일기
소아과에서 모유수유 상담을 다녀오고부터 젖물잠(젖을 물고 자는 것)의 뿌리를 뽑기로 했다. 아기가 안정감을 느끼는 행위라고 하는데 추후 치아와 식습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고치려는 것.
첫째 날
젖물잠 없이 재우는 건 소아과 다녀온 밤부터 바로 시작했다. 재우기 시작해서 완전 잠들 때까지 세 시간 정도를 울었다. 어찌나 서럽게 흐느껴 우는지 마음이 심란했다. 거기다가 친정 엄마는 '요즘 애들은 하여간 이상한 걸 배워와서 애를 잡는다'며 구시렁대며 화를 내시니 마음이 더욱 복잡했다. 안 그래도 아기 우는 소리가 듣기 힘든데, 엄마까지 그러니 마음이 지옥이었다.
축복이는 젖물잠을 안 해준다고 계속 울다가 2시간이 지났다. 우느라 모든 에너지를 썼을 것 같아서 수유를 했다. 에휴, 안쓰러운 것. 그러나 수유를 하다가 잠들면 또 젖물잠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재우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리고 수면교육 책인 <똑게육아>에서 본 대로 축복이에게 안정을 줄 수 있는 토끼 인형을 쥐어주고 옆에 앉아서 토닥토닥해주었다. 그러고 나니 배불러서 그런가 잠에 드는 게 아닌가!
얼마 동안? 2분 동안.....
그러고 혼자 귀엽게 중얼거리고 끙끙대더니 다시 깨서 우는 게 아닌가. 결국 다시 안아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장차 애착인형이 될 토끼인형은 빨게 두었다. 내 품에서 거의 잠들다시피 하고 완전히 잠들기 전 마지막 순간에 침대에 뉘었다. 공부해 본 바에 따르면 완전히 잠들기 전 원래 잠자리에 뉘여 등 대고 재우는 게 수면교육의 핵심이란다.
수면교육은 원래 등 대고 혼자 자는 걸 목표로 하지만, 나는 거기까지 갈 수가 없었다. 나의 일차 목표는 젖물잠 퇴치이므로 일단 젖 물고 자는 것만 끊고자 꼭 안아서 달랜 거다. 꼭 수면준비 3시간 만에 잠에 들었다.
둘째 날
전날 밤에 너무 운 덕분인지 축복이는 새벽에 1번만 깨서 새벽수유 횟수가 한 번으로 줄었다. 아기가 태어난 후부터 지금까지 새벽수유는 모유수유하는 엄마인 나 혼자 담당이었다. 어느새 익숙해져 힘든지도 몰랐나 보다. 새벽수유 두 번에서 한 번이 되는 게 이렇게 삶의 질이 높아질 줄이야. 중간에 한 번만 자니 훨씬 개운했다. 대신 아기가 평소보다는 조금 이른 시각인 7시에 기상했는데, 이것도 오히려 좋았다. 지금 너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라 조금씩 당기고 싶기 때문이다.
둘째 날은 첫째 날보다 더 힘들었다. 4번의 낮잠 중에 3번을 미친 듯이 울었다. 그래도 어젯밤에 진을 빼놓은 탓인지 낮엔 어찌어찌 잠을 잤다. 밤마다 엄청나게 울리는 탓에 혹시나 축복이 딴에 엄마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더욱 눈을 마주치며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문제는 밤이었다. 언제까지 하는지 보자는 식으로 더 자지러지게 크고 강하게 울었다. 다리를 접었다 폈다 동동 구르고(그런데 그것도 귀여움ㅠㅠ) 얼굴은 새빨개지고, 눈에 눈물이 흥건했다.
축복이만 그런 건지, 아기들이 그런 건지, 평소에는 울어도 별로 눈물이 많이 나지 않는다.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지는 정도랄까. 그런데 둘째 날은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어찌나 안쓰러운지.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므로 되도록이면 아기 얼굴을 보지 않았다.
밤 11시 50분 입면. 8시 반부터 재웠으니, 꼭 3시간 20분 만이었다.
셋째 날
낮에 확실히 울음이 좀 잦아들었다. 울더라도 목소리도 그전처럼 크지 않고 시간도 조금은 짧아진 것 같았다.
셋째 날 밤까지 울음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동안 하루 종일 울음소리를 들으니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래서 축복이가 울려고 하면 바로 웃긴 소리를 내주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줬다. 그러면 축복이는 울려고 오만상을 썼다가도 우는 듯한 웃음을 짓느라 울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된 것도 첫째 날보다는 덜 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첫째 날에는 나의 목소리나 행위 어떤 것도 축복이한테 들어오지 않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모든 게 튕겨나가는 느낌이었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시간을 끌어도 아기는 울긴 울었다. 오늘은 한번 등 대고 재워보리라, 하며 축복이를 뉘어놓았다. 호들갑스러운 제스처와 달래는 말투는 잠시 접어두고 '으앙' 하고 울어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 봤다. 그랬더니 주변이 조용하니 이상했는지 갑자기 눈을 뜨고 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엄마 반응을 살핀 후에 다시 또 으앙, 울더니 살짝 눈을 뜨고 날 살폈다.
"요 녀석, 엄마 봐 가면서 하는 거였구나!"
너무 귀여우면서도 마음이 좀 편해졌다. 우리 아기, 힘들긴 하겠지만 엄마 눈치 살살 보면서 이뻐해 달라고 우는 거였네!
그다음부터는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축복이를 안고 돌아다녔다. 아기는 울다 안 울다 했다. 안고 돌아다니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손목도 아프고 다리도 아팠다. 너무 지쳐갈 무렵, 아기는 잠에 들었다.
조금은 입면이 빨라졌다. 10시 반. 2시간 만의 육퇴였다.
젖물잠 습관 고치기는 진행 중
어떤 사람은 '수면 교육 하려면 딱 3일만 울리면 된다'고 했다. 우리 축복이도 3일간 참 많이도 울었다.
오냐오냐 키우면 아기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출산 전에는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기를 낳아 내 아기를 키우니 뭘 해도 예쁘니 오냐오냐 하는 마음이 너무 이해되고 공감 간다.
축복이는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채로 잔뜩 찡그리고 자고 있다. 서러워서 흐느끼다가 지쳐 자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 그러나 이게 축복이를 위한 길이라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무조건 오냐오냐 한다고 아기가 잘 크는 건 아니니까. 지금이라도 나쁜 습관은 고쳐줘야 한다. 우리 축복이는 영리한 아기이니 엄마가 자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울음을 허용한다는 걸 알 거다.
내일부터는 잠과 젖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좀 느슨해질까.
축복이의 젖물잠 퇴치 이야기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