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일 차 아기 육아일기
요즘 세상에 수면 교육 안 한 엄마가 있나요?
그게 나다. 요즘엔 태어난 지 6주부터 수면교육을 해야 한단다. 그걸 알지만 수면 교육을 제대로 못한 나는 무계획형 P엄마다. 당당해서 밝히는 게 아니다. 아기가 태어나고서 만반의 준비를 하지 못한 게 후회되어 하는 말이다. 무계획적인 수면교육의 결과인지 4개월 차 우리 아기는 젖물잠을 하고 등 대고 입면은 못하며, 낮잠은 30분 토끼잠을 자는 아기다.
어젯밤에 아기를 젖물잠으로 재우고는 구석에 처박혀 있던 수면 교육 책 <똑게육아>를 꺼내 들었다. 책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꽤나 읽었던 나지만, 출산 후에 똑게육아 한 권 읽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늘의 똑게육아에서의 교훈.
✔️아무래도 나는 단호하지 못하고 너무 무르게 행동하고 있다.
✔️낮잠은 더 자주는 게 좋다. 낮잠 연장을 시도해 보자. 첫 번째 낮잠이 연장이 쉬운 편이다.
이제라도 수면교육 제대로 해볼까. 바로 오늘부터 적용해 보았다. 축복이는 8시경 일어났고 10시쯤 졸려해서 졸린 신호를 놓치지 않고 재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기저귀 갈이대에서 흔들면서 재우니 젖물잠도 안 하고 잠에 들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30분 뒤, 귀신 같이 아기가 깨자 낮잠 연장을 시도했다. 옆눕쉬토닥을 하라고 해서 그대로 했다. 옆으로 눕히고 '쉬' 소리를 내며 토닥이라는 거다. 전혀 효과가 없었다. 울음소리가 거세어져 갔다. 울음소리가 너무 커지면 아기가 깨던데. 책에서는 처음부터 젖을 먹이거나 안아서 올리지 말고 쉬 소리를 내거나 토닥이는 것을 먼저 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했다. 안 통한다. 울고 불고 난리다.
결국 안아 올렸다. 보통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을 텐데, 내가 오늘 낮잠 연장을 시도해보고 싶은 걸 축복이도 알았는지 오늘은 눈을 감고 울었다. 아기가 눈을 감고 울면 졸리다는 거니까 유리한 조건이었다. 우는 축복이를 안아서 진정이 되어 잠이 든 후 내려놓았다. 그런데 한 5분이 지났을까. 또 울음이 시작되었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옆눕쉬토닥을 해봤다. 역시나 실패. 또 안았다.
후아. 이렇게 세 번을 했다. 1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새 축복이는 너무 우느라고 땀이 흥건하고 눈물도 났다. 결국 더 이상의 낮잠을 포기하고 축복이와 거실로 나왔다. 아기는 감았던 눈을 뜨고 금세 방긋거리며 잘 놀았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낮잠 연장 하지 말걸.
축복이는 그렇게 한참을 놀고 평소보다는 조금 이르게 졸려했다. 평소대로 안아서 재우니 마찰 없이 잠에 잘 들었다. 아까 너무 울어서 그런가 젖물잠도 하지 않고 기저귀갈이대에서 자연스럽게 잠들었다. 자는 축복이를 침대에 옮겼다.
나도 우는 아기를 안고 얼마나 씨름을 했는지 땀이 나서 좀 씻고 싶었다. 그래, 저렇게 곤히 자니 좀 씻어도 되겠지.
따뜻한 물이 내 몸을 감쌌다. 치열한 육아 중에 느끼는 잠깐의 행복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불현듯 불안함이 몰려왔다.
'축복이를 아기 침대에 올려두지 않고 어른 침대에 올려두고 나왔는데. 이제 뒤집을 줄 아는 축복이가 떨어지면 어쩌지?'
'축복이가 울고 있는데 내가 지금 물소리 때문에 못 듣고 있는 건가?'
(옆집 공사로 쿵 소리가 남)'아니, 혹시 그럼 이미 떨어진 건가?'
마음이 불안해지니 따뜻한 물 맞으며 누릴 여유 따윈 온 데 간데없었다. 빨리 거품을 닦아내고 나가야 했다.
축복아, 기다려!
엄마 지금 물기 닦고 나가!
헐레벌떡 욕실에서 나와 아기가 자고 있는 방으로 갔다.
아기는 자고 있었다. 처음 자세 그대로. 새근새근.
엄마들에게 여유로운 목욕은 사치다.
오늘은 개인적인 일로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아기가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마치 "엄마, 왜 그러세요?" 하는 것 같아 얼른 표정을 펴고 행복한 미소를 장착했다. 나는 축복이를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몇 분 동안의 일 이후 거의 한 시간 동안 축복이는 방긋방긋 웃기 시작했다. 내가 눈웃음을 보이면 자기도 바로 따라 웃었다. 오늘 내내 별로 웃지 않았던 아기가 내 속상한 표정을 보고 위로해 주려고 웃는 것 같이 느껴졌다. 진짜 그런 건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가슴이 아려왔다.
저 어린것이 벌써 엄마를 생각해 주는구나.
엄마가 세상의 좋은 것을 주기만 해도 모자란데 너에게 이렇게 벌써 받을 수는 없어.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엄마로서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강해야 우리 아기가 다치지 않는다. 내가 성숙해져야만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엄마는 군인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빠른 목욕에도 익숙해져야 하고
어떤 상황에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정신이 강인해야 한다.
아기는 엄마만 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