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일 차 아기 육아일기
신부는 햇살 좋은 날 동화 같은 야외 결혼식을 꿈꿨겠지만, 한 주 전부터 예고된 비 예보는 바뀔 기미가 없었다. 결혼식 날 아침부터 비가 오다가다 했다.
하객도 결혼식 날 오는 비는 전혀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결혼식 갈 때 입는 옷은 주로 얇은 스커트이고, 그렇게 애써 차려입고 간 옷이 비에 젖기 일쑤이다. 거기다 머리며 화장까지 흐트러지기 좋은 날이니까.
이미 가기로 한 결혼식을 고작 날씨 때문에 안 갈 순 없었다. 더군다나 내 결혼식에 와준 지인의 결혼식이었다. 이 날을 위해 축복이를 부탁드릴 친정부모님 찬스까지 쓴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야외결혼식이라니. 저녁 식이니 그때까지 비가 그치길 바랄 수밖에. 아니면 비 올 때를 대비해서 실내 식장도 마련되어 있을 텐데 그렇게 하려나? 신부 입장에서는 정말 그렇게 속상할 일도 없겠지만, 하객 입장에선 편한 게 제일이라 어찌 되려나 궁금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축복이가 없는 오랜만의 외출. 목적지가 고정된 외출이었지만 괜스레 설렜다. 하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달려가자니 완전히 신나는 '하이 기분'은 나지 않았다. 날씨만 좋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
그래도 막상 가니 북적이는 현장이 반갑고 좋았다. 이미 결혼식을 올린 상태에서 간 남의 결혼식에서는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법이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색다른 야외결혼식을 나름대로 즐겼다.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고 구두가 진흙범벅이 되긴 했지만.
하객에게 나눠주는 꽃까지 받아 식장에서 나오니 오랜만에 남편과 데이트를 한 기분이었다. 축복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3개월 만인 것 같다. 북적이는 사람 속에 뒤섞여 있다 오니 고요한 집이 다시금 좋아지면서 육아할 수 있는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
여러 모로 기억에 남을 결혼식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