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차 아기 육아일기
우리 축복이는 태어난 지 133일 째날에 뒤집었다. 뒤집고 얼마 안 돼서는 별로 뒤집기를 자주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때는 미숙하기도 했고 한 번 뒤집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드니 이따가 한번 뒤집을 만했다. 그때는 한 번 뒤집는 게 엄청난 이벤트였다. 축복이는 뒤집을 때마다 박수도 받았다.
그로부터 50 여일이 지난 지금, 축복이는 그야말로 뒤집기 선수다.
축복이를 안고 있다가 내려놓으면 10초도 안 돼서 한 번 뒤집는다. 요즘은 누워있는 일이 잘 없고 대부분 터미타임 자세, 즉 엎드린 자세로 지낼 때가 많다. 뒤집는 게 쉽고 재밌나 보다.
그래 다 좋은데 잘 뒤집기 시작하니 내가 더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오늘 그걸 뼈저리게 느끼는 일이 있었다.
매트 중앙에 축복이를 내려놓고 나는 소파에 앉아 축복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잠깐 핸드폰을 보는 사이, 축복은 한 번 뒤집어 내 쪽으로 가까이 왔다. 뒤집어도 여전히 매트 가운데에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자리가 가까워졌으니 혹시나 매트 밖으로 떨어질까 봐 다시 중앙으로 옮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축복이가 한 번 더 같은 방향으로 뒤집었다. 즉 내 쪽으로 한 번 더 구른 것이다. 축복이의 머리가 매트 밖 바닥에 닿는 위치였다.
하지만 운이 아주 좋게도 축복이의 머리 밑에는 내 발이 있었다. 축복의 머리는 내 발 위로 떨어진 것이다. 매트 높이가 4cm로 그렇게 높진 않지만 그래도 쿵 박았을 때는 머리에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이었다.
내 발이 거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축복이가 어디서든 얼마나 빠르게 뒤집는지
새삼 와닿았다.
요즘은 잘 때도 뒤집는다. 언제는 뒤집다가 잠에서 깨서 운다는 거다. 그러면 다시 되집어주거나. 다시 잠이 들 때까지 재운다.
뒤집기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왜 육아 선배들이 뒤집기를 시작하면 지옥이라고 하는지 이제 슬슬 몸으로 배워가는 중이다. 이 시기가 얼른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축복아, 뒤집기는 낮에만 안전한 곳에서만 해줘! 축복이가 혼자 그렇게 하기는 힘들지? 그래, 엄마가 두 눈 뜨고 잘 볼게!
이렇게 엄마의 주요 업무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
아기를 혼자 두고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끝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