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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코피

181일 차 아기 육아일기

by P맘한입

코피가 났다.

나는 코피가 잘 나지 않는 사람인데 이렇게 코피가 난 건 무엇 때문일까.


그동안 잠을 설치고 스트레스받은 탓인가? 아니면 지난 6개월 간의 피로가 이제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인가. 아니면 요즘 부쩍 외출이 늘어서 봄바람 때문에 코 점막이 자극이 됐나?


이 모든 것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요즘 축복이를 재우는 게 더 힘들어졌다. 주변에 용띠맘들이 꽤 있는데 다들 8시나 9시에 육퇴를 하고 저녁에 있는 삶을 보내는 게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나는 그 시간에 육퇴는커녕 그때부터 전쟁 시작이다.


요즘 축복이 재우기는 난이도 최고점을 찍었다. 축복이는 지난 2주 정도 전까지는 젖물잠을 거의 고쳤었는데 요즘엔 젖을 물지 않으면 거의 자지 않는다. 잠든다고 하더라도 계속 깬다. 잠든 지 5분 만에 깰 때도 있고 어떨 때는 20분, 어떨 땐 한 시간이다.


그렇게 시시때때로 깨대는 마당에 젖물잠을 고치려고 씨름하는 것도 너무 버거워 일단 내려놓기로 했다. 축복이는 곧 이유식을 시작하게 된다. 더더욱 젖물잠과 새벽수유는 금기시되는데, 그렇더라도 하는 수 없이 일단은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면 아기가 자라면서 좀 더 수월하게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축복이가 이렇게 자꾸 잠을 깨는 이유? 그건 나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렇지만 뒤집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뒤집기 한 번에 5분 이상 걸리기도 했던 축복이는 이제 뒤집기를 1초 만에 하는 뒤집기제왕이 되었다. 그러니 자면서도 뒤집고 싶은지 자다가도 뒤집는 것이다.


그래, 뒤집는 건 좋다. 그런데 문제는 뒤집고 나서 운다는 거다. 되집지를 못해서 우나 싶어서 되집어줘도 그게 아니었다는 듯이 어쨌든 운다. 그대로 놔둬도 울고 되집어줘도 운다.


뒤집어 자는 건 영아 돌연사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권장되지 않는단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다가도 깨서 축복이가 뒤집지 않았는지 한 번씩 확인을 하곤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자서 침대에 부딪혀서 아프진 않을까 싶어 노심초사하며 자다가도 자꾸 보게 된다.


하루 종일 아기랑 같이 있고 밤에도 집안일 마무리하고 늦게 잠드는 데다가, 자면서도 편히 자지 못하니 온종일 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정말 몸이 두 개면 좋겠다.

축복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루 종일 옆에서 눈 맞추고 놀아주고 싶고, 집안일도 깔끔하게 잘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축복이가 자라는 과정을 착실히 매일매일 기록해 두는 행복한 작가 엄마이고 싶다. 하지만 그게 참 어렵다. 내 능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일단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거기다가 늘 따라오는 죄책감.

이게 다 수면 교육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야.

주변 용띠 맘들은 어찌나 다 계획적인 J 스타일인지 미리부터 공부를 다 해서 수면교육을 완벽하게 시켰다. 그러면서 나 보고도 수면교육을 강력하게 권장했다. P인 나는 너무 늦은 듯한 느낌이 든다. 벌써 아기는 6개월이다.


그런데 나는 시간 재면서 아기를 울리는 것도 싫고. 지금도 젖물잠을 고치려고 많이 울렸는데 별 차도가 없는 걸 보니 그렇게 아기를 울린다고 이게 나아질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나는 축복이를 안아 재우고 깨우면 깨는 대로, 늦게 자면 늦게 자는 대로, 이렇게 키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부담은 놓칠 못하니 몸도 몸이지만 이런 고민들이 나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결국에는 스트레스가 된다.


잠이 부족해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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